학계, 환자 치료 접근성과 산업 발전 저해 지적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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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암 진단과 치료에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 Generationg Sequencin, NGS) 검사는 선택이 아닌 필수 영역으로 접어들었다. 

NGS 검사는 암이 발생하게 되는 원인을 개인별로 파악하고, 개인 맞춤형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는 암을 유발하는 돌연변이를 타깃하는 만큼 바이오마커가 되는 유전자 변이를 찾아내 치료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NGS 검사가 필수가 된 것이다. 

이에 정부도 2017년 10대 암을 대상으로 NGS 유전자 패널 검사를 조건부 선별급여 50% 항목으로 지정,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했고 이후 2019년 전체 고형암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는 NGS 검사의 선별급여 기준을 개정하며 환자 본인부담률을 높였다. 본지는 신년을 맞아 NGS 검사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과 향후 암 치료 환경에 미칠 여파를 정리했다.

① 높아진 NGS 검사 장벽이 ‘나비효과’를 불러오다
②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학계, '개선' 한 목소리

환자 본인부담 증가...따라가지 못하는 현실

그동안 국내에서는 폐암을 중심으로 NGS 검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글로벌에서는 여러 암종에서 표적항암제가 개발되고 있거나 상용화됐고, 이들 치료옵션의 국내 진입이 시간문제인 만큼 NGS 검사는 더 많은 암종에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유방암의 경우 호르몬수용체 양성(HR+) 유방암은 표적항암제가 개발되면서 내분비요법을 제치고 표준요법으로 자리했다.

CDK4/6 억제제+내분비요법 병용요법은 글로벌에서 HR+ 유방암 환자의 표준치료법이 됐고, PARP 억제제가 개발되면서 gBRCA 돌연변이 진단도 중요해졌다. 

비교적 최근 개발된 SERD 계열 유방암 치료제는 ERS1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가 전제 조건이다.

그동안 화학요법 뿐이었던 담도암에서도 신약이 개발되면서 유전자 검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담도암에서도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개발에 따라 면역항암제와 항암화학요법 조합 또는 표적항암제가 1차 치료옵션으로 권고되고 있다. 

예를 들어 IDH1 변이를 가진 담도암 환자는 세르비에 팁소보(이보시데닙) 단독요법이, FGFR2 융합이 있는 환자라면 인사이트 페마자이레(페미가티닙)가, BRAF 변이 환자에서는 노바티스 라핀나(다브라페닙)+매큐셀(트라메티닙) 병용요법이 권고되고 있다.

여러 암종에서 다양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암을 유발하는 만큼 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NGS 검사가 필수가 된 이유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실정은 이런 현실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 12월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NGS 기반 유전자 패널 검사에 대한 선별급여 적합성 평가에 따른 본인부담률 변경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제시하는 데 활용됐던 NGS 기반 유전자 패널 검사에 적용되는 건강보험 선별급여 일부가 축소됐다. NGS 기반 유전자 패널 검사는 2017년부터 조건부 선별급여 항목으로 결정돼 본인부담률 50%가 적용돼 왔다.

하지만 2023년 12월부터 진행성, 전이성, 재발성 고형암과 6대 혈액암, 유전성 질환 환자의 경우 NGS 유전자 패널 검사 시 본인부담률이 기존 50%에서 80%로 상향 조정됐다. 진행성, 전이성, 재발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경우 NGS 유전자 패널 검사 시 본인부담률이 50%로 유지됐다. 

NGS 유전자 패널 검사를 통해 유전자 변이를 발견하더라도 적합한 치료옵션을 건강보험 급여로 사용하지 못해 엇박자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다. 치료제와 NGS 검사의 급여 조건을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NGS 유전자 패널 검사를 통해 MET 또는 RET 변이 비소세포폐암을 발견하더라도 MET 억제제로 허가된 노바티스 타브렉타(카프마티닙)와 머크 텝메코(테포티닙), RET 억제제로 허가 받은 로슈 가브레토(프랄세티닙), 일라이 릴리 레테브모(셀퍼카티닙)는 비급여로 사용해야 한다. 이 같은 현장과의 괴리는 환자가 정밀의료를 받을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정밀의학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일부는 현장과의 괴리로 인해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doi.org/10.1200/PO.22.00246). 

이 연구는 진단검사 기반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와 임상 실무 간 격차가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치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에는 메디케어 청구 데이터 등에서 총 50만명의 비소세포폐암 환자 자료가 포함됐다. 

분석 결과,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절반(49.7%)은 정밀의료 혜택을 받지 못했고, 이 중 29.2%는 현실과의 격차로 인해 적절한 표적치료를 받지 못했다. 

좀 더 자세히 보면 조직 또는 액체생검을 받은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17.5%는 바이오마커 검사를 받지 않았다. 앞서 폐암연구협회(IASLC)가 미국과 캐나다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7.4%는 비용 문제, 2.2%는 검사 접근성으로 인해 바이오마커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정밀의료 기술과 현실 간 격차를 좁힌다면 환자에게 정밀 종양학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를 완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 '본인부담률 개선' 한 목소리

때문에 NGS 유전자 패널 검사의 본인부담률 상향 조정은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암 진단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항암제가 개발됨에도 정작 환자에게는 닿지 못하는 것이다. 

일례로 올해 국내 출시된 아스트라제네카 티루캡(카피바설팁)은 NGS 유전자 패널 검사가 필수다. 

티루캡은 HR+/HER2-이면서 PIK3CA, AKT1, PTEN 유전자 변이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치료 혜택을 보였다. 티루캡은 PIK3CA, AKT1, PTEN 유전자 돌연변이 확인을 위해 NGS 검사가 필수로 요구되지만, 많은 환자가 높아진 금액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 

고대안암병원 박경화 교수(종양혈액내과)는 “환자 치료 접근성은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도 있지만 적절한 시기에 적합한 표적치료제를 사용하기 위한 진단도 중요하다”며 “하지만 본인부담률 증가로 환자 치료접근성이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환자들의 NGS 검사 비용 부담이 글로벌 제약사가 한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지 않게 되는 나비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점이다.

국가임상시험재단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는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 점유율 국가 순위에서 4위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은 7년째 임상시험 수행 도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NGS 유전자 패널 검사가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하면서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 수가 줄어들게 되고, 이는 곧 임상시험 수행 국가로서의 입지가 좁아지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연세암병원 라선영 교수(혈액종양내과)는 “최근 개발되는 신약은 NGS 유전자 패널 검사 결과가 필수로 수반된다. 하지만 본인부담률 상승으로 NGS 검사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많아지면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할 기회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이 상태가 2~3년 지속되면 글로벌 제약사는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암 환자들에게 임상시험 참여는 치료 기회 측면에서 상당한 이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혈액암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대목동병원 박영훈 교수(혈액종양내과)는 “혈액암 치료제의 최신 트렌드는 유전자 변이를 타깃한 신약 개발”이라며 “신약 개발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NGS 유전자 패널 검사의 장벽을 높인다면 환자들은 좋은 치료제가 있음에도 임상시험에도 참여하지 못한 채 과거의 치료만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과의 연구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라도 NGS 유전자 패널 검사에 대한 환자 본인부담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 측에서는 NGS 유전자 패널 검사의 효용성을 이유로 환자 본인부담률을 높인 게 글로벌과 우리나라의 연구 격차를 벌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내 연구도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대한종양내과학회와 대한항암요법연구회가 진행 중인 KOSMOS-II 연구다. 이 연구는 NGS 유전자 패널 검사와 분자종양보드(Molecular Tumor Board)에서 환자의 NGS 검사 결과와 임상 정보를 분석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방법을 찾고자 수행되고 있다. 

하지만 연구 진행은 속도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연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NGS 유전자 패널 검사가 선행돼야 하지만 환자 본인부담률이 높아지면서 등록 환자 수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당서울대병원 김세현 교수(혈액종양내과)는 “글로벌에서는 NGS 유전자 패널 검사의 효용성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쌓여가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환자 본인부담률을 높임으로써 사용이 줄어들게 돼 관련 데이터를 쌓을 수 없어 더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올해부터 국내 NGS 유전자 패널 검사의 효용성을 입증하기 위한 근거 창출이 진행된다. 암정복추진위원회는 2025년 암정복추진연구개발 신규 과제로 암질환별 NGS 기반 패널 검사의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등 근거 생성을 위한 연구를 진행한다. 이 연구는 대한암학회와 국립암센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연구 주요 내용은 △암 질환별 NGS 기반 패널 검사의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등 근거 생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 △암 진단 기술의 변화, 적용 항암제의 한계, NGS 선별급여 재평가에 따른 비급여화 등 NGS 기반 패널 검사의 한계와 임상적 효용성 향상을 위한 정책 제안 및 근거 제시 △NGS 검사 자료의 레지스트리 구축을 위해 기관별로 상이한 NGS 검사 패널 결과 표준화 등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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