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설판+멜팔란 병용 멜팔란 단독대비 무진행생존기간 우수

 

다발골수종(multiple myeloma)은 주로 고령에서 발생하는 혈액암으로, 항체를 만드는 형질세포가 암이 되면서 골수에서 증식하는 질환이다. 국내에서는 다발골수종 환자가 1년에 약 2000명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며, 인구 고령화에 따라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다발골수종은 재발률이 높아 완치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어 환자의 생존기간을 늘리는 것이 치료목표라고 볼 수 있다.

한편 다발골수종은 △관해유도항암요법 △조혈모세포이식 △유지요법을 일련의 치료과정으로 하고 있다. 특히 조혈모세포이식 전에는 전처치요법으로 고용량 항암제를 투여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은 추후 자가조혈모세포이식 결과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전처치요법 약제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처치요법에서는 멜팔란(melphalan)이 표준으로 사용됐지만, 최근 멜팔란+부설판(busulfan) 병용요법이 무진행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 PFS)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이며 부설판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부설판은 과거 경구용 항암제로 개발돼 효과는 좋았지만 간독성 문제로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부설판이 주사제로 나오면서 간독성은 줄이고 멜팔란과 병용으로 새로운 역할을 모색한 것이다. 연세의대 김진석 교수(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를 만나 최근까지도 다발골수종을 정복하기 위한 표적치료제 등 신약개발이 치열하게 이뤄지는 시점에서 부설판의 임상역할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Q. 다발골수종의 병태생리와 국내 현황은?

우리 몸은 외부에서 균이 들어오면 항체를 만들어내야 되는데 항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형질세포가 필요하다. 이 형질세포가 암이 되는 것을 다발골수종이라고 한다.

다발골수종은 고령에서 발병하는 질환으로 인구 고령화에 따라 발생 건수가 계속 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명도 길고 의료 접근성도 좋기 때문에 진단이 많이 되면서 최근 10년 사이에 발생빈도가 굉장히 많이 늘었다.

사실 환자 수가 아주 많은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갑상선암 환자가 1년에 3만 5000여명 정도 생기는 것에 비하면 다발골수종은 희귀질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혈액암 중에는 림프종 다음으로 많아서 혈액암을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암 중 하나다.

Q. 다발골수종의 치료목표는?

최근에는 오래 생존하는 환자들이 간혹 있지만 이론적으로 완치는 불가능하다. 초기치료를 잘 해도 재발률이 높기 때문에 가능한 좋은 컨디션으로 오래 생존하실 수 있도록 만들어 드리는 게 가장 궁극적인 목적이다.

10년 전만 해도 다발골수종의 평균 생존율이 3년 정도밖에 안 됐다. 그런데 최근 자료를 보면 5년 정도로 좋아졌다. 임상의 입장에서는 환자분들이 10년은 생존하셨으면 좋겠다는 게 기본적인 목표다.

Q. 다발골수종 치료방법과 과정은?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라는 방법을 써야만 한다. 우리나라는 70세 미만만 급여가 되고, 70세부터는 안 된다. 그렇지만 국가에서 50% 정도는 보조를 해줘서 70세 이상에서도 환자의 컨디션만 허락하면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한다.

다발골수종에서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의 가능 여부에 따라서 생존율 차이가 크다. 초반에 환자가 진단을 받았을 때는 암세포가 매우 많은 상태다.

이때는 환자의 몸 안에 있는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뽑아낼 수가 없다. 그래서 진단이 되면 관해유도항암치료를 4~6개월 정도 해서 암세포를 많이 줄여 놓는다.

암세포가 어느정도 충분히 조절된 상태라고 판단이 되면 환자의 골수 안에 있는 조혈모세포를 말초로 이동시킨 후 이 말초 조혈모세포를 채취해 질소탱크에 냉동보관한다.

그 다음 환자가 무균실에서 전처치요법으로 고용량의 항암치료를 맞는다. 이 항암치료 후 미리 채취해 보관된 말초 조혈모세포를 해동해 환자에게 수혈과 같은 방법으로 정맥으로 주입한다.

자신의 조혈모세포이므로 골수로 쉽게 가서 다시 정상적인 혈액을 만들어내면서 회복을 하는 것이다. 이것을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라고 한다.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 끝나면 유지요법으로 레날리도마이드와 같은 경구용 항암제를 몇 년 동안 복용한다.

정리하자면 관해유도항암요법, 조혈모세포이식, 유지요법이 다발골수종의 1차치료다.

Q. 전처치요법으로 부설판+멜팔란 병용요법의 이점 및 관련된 임상근거는?

최근 멜팔란 단독요법과 부설판+멜팔란 병용요법을 비교한 연구를 보면 확실히 병용요법에서 PFS가 더 길다.

2019년 Lancet Hematology에 발표된 3상임상에서 부설판+멜팔란 병용과 멜팔란 단독요법의 PFS를 비교한 결과, 부설판+멜팔란 병용에서 64.7개월, 멜팔란 단독요법에서 43.5개월로 확인됐다(HR 0.53, P=0.022).

즉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하고 나서 재발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보면 단독과 병용요법에서 차이가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부설판+멜팔란 병용요법을 더 많이 선호한다.

이 같은 근거들을 토대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다발골수종 환자에서 자가조혈모세포이식 시 전처치요법으로 △멜팔란(200mg/㎡) △멜팔란(70~140mg/㎡, 일부 환자) △부설판+멜팔란(고위험군)을 권고하고 있다.

Q. 부설판 관련 부작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부설판의 부작용으로는 간정맥폐쇄증(veno-occlusive disease, VOD) 등 간독성이 있다. 과거에는 경구용 부설판의 PFS 연장효과는 확인됐지만 간독성이 심해서 임상성적이 굉장히 나빴다. 그런데 부설판이 주사제로 나오면서 간독성이 많이 줄었다.

부설판+멜팔란 병용요법의 경우 아무래도 두 가지 약을 쓰니까 단독요법에 비해 부작용이 더 있는 편이다.

그래서 고령이거나 신장기능이 좋지 않은 환자들에서는 병용요법을 쓰기 어렵고, 비교적 젊고 건강한 환자에서는 독성만 잘 견디면 PFS가 길어지니까 그런 면에서 단독보다 병용요법을 선호한다.

Q. 향후 다발골수종 치료에서 부설판의 임상역할에 대한 전망은?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은 1980년대부터 쓰던 방법이고 임상의 입장에서는 하고 싶지 않은 치료다. 사람이 견딜 수 있는 최대 용량의 항암제를 투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에게 부담이 크다.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하지 않고 표적치료제 등의 신약만 사용하여 좋은 임상결과가 나온다면 가장 좋겠으나,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표적치료제가 사용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 여전히 gold standard 치료법으로 남아있는 것이고, 이런 측면에서 전처치요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부설판은 여전히 다발골수종 치료에 중요한 약제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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