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폐암환우회 조정일 회장

지난 6~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아시아 연례학술대회(ESMO Asia 2024) 현장에서 만난 한국폐암환우회 조정일 회장은국내 폐암 생존율 개선을 위해서는 조기 진단은 물론, 올바른 정보 전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폐암은 국내 암 사망 원인 1위로 꼽힌다. 이 같은 폐암은 최근 여성 환자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18~2022년 여성 폐암 환자는 40%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여성 폐암 환자 10명 중 9명(87.5%)은 비흡연자라는 사실이다. 흡연자가 주로 폐암에 걸린다고 인식했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환자들은 그렇게 병원을 찾지만 폐암이라는 병은 언제나 낯선 게 사실이다. 투병 과정과 치료제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와 환자에 대한 지지는 언제가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이런 가운데 한국폐암환우회가 몰랐던 질환들을 이해하고 질환을 극복하기 위한 용기를 환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본지는 올해 환우회 회장을 맡게 되면서 다른 국가에서는 환우회 활동을 어떻게 전개하는지 직접 배우고자 ESMO Asia 2024를 찾았다는 조정일 회장을 현장에서 만났다. 

조 회장은 폐암 생존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조기 검진과 함께 올바른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학회에서 어떤 내용을 발표했나.

그동안 폐암 조기 발견을 위한 저선량 CT 도입을 거듭 요청해왔지만 방사선 피해 때문에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측에서 내년부터 건강검진 결과 통지서에 '흉부 엑스레 검사는 폐결핵 진단 검사이며, 폐암 선별 검사는 아닙니다'라는 문구를 기재하기로 했다.

이로써 폐암은 엑스레이만으로 검진이 되지 않는 것을 인지하고, 저선량 CT를 추가로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된 것이다. 이 같은 제도를 다른 나라에 알리고 싶었다. 

아울러 폐암은 예방을 위한 조직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폐암 치료에 있어 정부, 제약사, 의료계 모두 노력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예방에 대한 노력은 부족하다. 치료보다 쉽고 효과가 크지만, 관심이 부족한 상태다. 

비흡연자라도 폐암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이는 흉부 엑스레이가 아닌 저선량 CT로 선별 가능하다는 점, 즉 흉부 엑스레이로는 조기에 폐암을 선별하기 어렵다는 점을 사람들이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안내했다. 

- 지난해 세계폐암학회에서 대만의 폐암 조기 선별검사 사례가 주목을 받았다.

같은 아시아 국가임에도 우리나라의 폐암 조기 진단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 중 하나는 건강검진 시스템의 한계 때문이다. 현재 폐암에 대한 국가건강검진에서는 단순 흉부 엑스레이만 찍고 정상 판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 추가적으로 정밀 검사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면 대만은 1촌 이내에 폐암 가족력이 있는 비흡연자를 대상으로 저선량 흉부 CT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조기 진단율을 높이는 중요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대만을 비롯해 일본에서는 국가가 공익광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폐암 조기 진단율에 큰 차이를 만들었다고 본다. 이들의 치료 환경과 제도를 보다 자세히 조사해 우리나라에서도 선진화된 치료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하려 한다. 

- 환우들 사이에서는 정보의 접근성에 아쉬움을 많이 느낀다. 보통 어떤 고민으로 환우회를 찾는가.

폐암 치료 정보, 임상시험 정보,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여부 등에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이런 고민들을 해결하기 위한 차원에서 환우회는 폐암 환자 지원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올해에도 교수를 초청해 폐암 질환 강의를 진행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환자들이 궁금한 점을 해소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활동은 앞으도로 지속된다.

아울러 환우회와 연결된 제약업계 관계자들로부터 도움이 되는 정보를 받기도 한다.

한국폐암환우회 조정일 회장. 
한국폐암환우회 조정일 회장. 

- 환자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주는가.

환자들에게는 희망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환우회에서 배포하는 리플랫에 암 환자를 위한 10가지 수칙이 있는데, 첫 번째 수칙이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라'이다. 이는 치료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다. 

- 환자들이 스스로 질환 정보를 적극 검색하면서 간혹 잘못된 정보를 접할 때도 있을 것 같다. 

폐암 치료제들 사이에 효능 우위를 두고 어떤 치료제가 더 낫다는 식의 언론 보도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적 있다. 특정 치료제가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것은 환자와 의사의 관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치료법은 환자와 의료진이 충분히 상담한 후에 가장 적합한 치료제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간혹 잘못된 정보로 환자가 불안해할 수 있으니, 언론은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최근 아스트라제네카의 '페암 제로 캠페인' 등 기업 차원 활동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병원이나 보건소를 가면 대개 의료기기나 특정 치료 기술의 광고가 대부분이고 정작 환자나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예방 관련 정보는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폐암의 조기 진단과 예방은 중요한 문제이기에 기업들이 더 많은 홍보와 정보 제공을 위해 노력해준다면 좋을 것 같다. 폐암 조기 진단을 가능하게 하려면 무엇보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폐암 예방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업들이 더 많은 투자를 해줬으면 한다.

- ESMO Asia에서 아시아 환자단체의 공식 초청은 처음이었다. 환자단체 중심의 활동에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ESMO Asia와 같은 학술대회를 한국에서 주최하는 건 어떨까 하는 소망이 생겼다.

싱가포르는 정부 차원에서 국제학술대회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접근성 좋은 입지와 잘 갖춰진 사회시설을 기반으로 성공적으로 행사를 유치하고 있다. 이는 싱가포르가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한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국제학술대회를 유치하면 좋겠지만, 당장 어렵다면 국내 학회에서라도 주제별로 환자가 참여할 수 있는 큰 규모의 세션을 마련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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