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뇌졸중학회 국제학술대회 정책세션 11월 29일 열려
뇌졸중센터 인증 및 지역응급/뇌졸중센터 소속 인증의 분석
의료 취약지역일수록 문제…"다빈도 지역응급센터를 뇌졸중센터화 해야"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대한뇌졸중학회로부터 인증받은 뇌졸중센터이지만 급성 뇌졸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인증의가 없어 급성기 치료가 어려운 곳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대한뇌졸중학회와 대한신경과학회가 공동 도입한 '급성 뇌졸중 인증의 제도'를 분석한 자료에서 확인됐다.
특히 지역에 따라 응급의료센터별 뇌졸중센터 인증 그리고 급성 뇌졸중 인증의 상황이 달라, 뇌졸중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선 지역별 맞춤형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뇌졸중학회는 11월 29일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ICSU 2024)에서 '대한신경과학회 급성기뇌졸중 인증의'를 주제로 정책세션을 열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이경복 교수(신경과)는 '우리나라 뇌졸중 치료시스템과 급성뇌졸중인증의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했다.
강릉아산병원, TSC이지만 급성 뇌졸중 인증의 無
119가 지역응급센터로만 이송하는 지침으로는 치료 골든타임 놓쳐
급성 뇌졸중 인증의는 적절한 급성기 뇌졸중 진료 역량을 갖췄다는 것을 인증하는 제도다. 뇌졸중센터 인증에 인력 요건 기준이 있는 만큼 이를 충족하기 위해 올해 도입됐다.
올해 급성 뇌졸중 인증의 자격을 얻은 의료진은 총 505명이다. 학회는 이를 바탕으로 급성 뇌졸중 인증의가 국내 뇌졸중 치료 시스템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파악하고자 지역별 분포를 조사했다. 급성 뇌졸중 인증의 심사 결과, 지역응급/뇌졸중센터 소속은 총 405명이었다.
이 교수는 지역별 응급의료센터의 뇌졸중센터 인증 여부와 급성 뇌졸중 인증의 자격을 획득한 의료진 수를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일부 응급의료센터는 뇌졸중센터 인증을 받았지만 급성 뇌졸중 인증의가 없었고 혹은 뇌졸중센터 인증을 받지 않았지만 인증의가 근무하고 있었다.
서울시의 경우, 응급의료센터 31곳 중 환자가 많은 다빈도(high volume)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뇌졸중센터가 없는 곳이 3곳, 급성 뇌졸중 인증의가 없는 곳이 1곳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응급/뇌졸중센터 인증의가 138명이고 권역당 뇌졸중 치료를 빠르게 시행할 수 있는 안전망이 구축된 것으로 평가됐다.
경기도에서는 급성 뇌졸중 인증의가 근무하는 모든 응급의료센터가 뇌졸중센터 인증을 받았고, 뇌졸중센터 인증을 받지 않았어도 인증의가 근무하는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있었다.
인천광역시는 매일 24시간 응급 혈관재개통술이 가능한 재관류치료 뇌졸중센터(TSC) 인증을 받은 곳이 4곳이었지만, 지역응급의료센터 7곳이 뇌졸중센터 인증을 받지 않았다. 지역응급의료센터인 나은병원은 TSC가 잘 구축됐지만 급성 뇌졸중 인증의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광역시의 경우 인제대 해운대백병원이 권역응급의료센터이고 다빈도 병원임에도 TSC가 아닌 1단계인 뇌졸중센터(SC) 인증을 받았고 급성 뇌졸중 인증의가 1명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급성 뇌졸중 인증의가 있지만 뇌졸중센터 인증을 받지 않은 곳이 4곳 있었다.
울산광역시/경상남도의 TSC는 창원시에 쏠려 있어, 의료 취약지역이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상국립대병원은 상급종합병원이면서 권역응급의료센터, 그리고 TSC임에도 불구하고 급성 뇌졸중 인증의가 1명에 그쳤다.
대구광역시/경상북도는 응급의료센터 15곳 중 TSC 8곳이 대구광역시에 있었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이지만 TSC가 아닌 곳이 2곳 있었으며 급성 뇌졸중 인증의 수도 적었다. 게다가 고빈도 병원이고 급성 뇌졸중 인증의가 있지만 뇌졸중센터 인증을 받지 않았거나 또는 두 가지 모두 없는 지역응급의료센터도 존재했다.
대전광역시/충청도는 응급의료센터가 22곳이었지만 TSC는 4곳에 불과했다. 게다가 순천향대 부속 천안병원은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임에도 불구하고 뇌졸중센터 인증을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광역시/전라도는 TSC가 광주광역시에 몰려 있었다. 순천시 성가롤로병원은 TSC 인증을 받지 않았지만 급성 뇌졸중 인증의가 5명 있어, 향후 뇌졸중센터 인증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강원도의 경우 강릉아산병원이 상급종합병원이면서 권역응급의료센터 역할을 하고 TSC 인증을 받았지만 급성 뇌졸중 인증의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령화된 뇌졸중 취약지역에 있어 많은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지만, 급성기 치료는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제주도는 유일한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제주한라병원이 급성 뇌졸중 인증의는 있지만 뇌졸중센터 인증은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TSC는 제주대병원으로 급성 뇌졸중 인증의가 4명 있었다.
이 교수는 "이번 분석을 진행한 이유는 뇌졸중 안전망을 구축하려면 지역별 맞춤형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을 제시하기 위해서다"라며 "의료 인력을 늘리더라도 이들이 뇌졸중 전문의를 하고 의료 취약지역에서 근무해야 의미가 있다. 의료 필수과 수련받으면 월 100만원을 더 줄지라도 수련받지 않기에, 수련지원 외에 많은 유도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119 지침 변경 추진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분석 결과에 비춰보면 지역응급의료센터로만 이송하는 현재 지침으로는 급성 뇌졸중 환자가 다른 응급의료센터로 재이송되는 상황이 발생하며, 병원 간 이송은 119가 관여하지 않아 결국 치료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이 교수는 "특히 다빈도 지역응급의료센터를 뇌졸중센터화해야 한다. 의료 취약지역을 아우를 수 있는 병원을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며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기반 응급심뇌혈관질환 네트워크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데, 이 외에 지역별 특화 모델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발전 가능성 있는 병원에 지원하고 권역센터 확충해야
뇌졸중 안전망 구축을 위해 정부가 급성 뇌졸중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병원에 더 지원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더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한뇌졸중학회 김경문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의료 취약지역에 병원을 세워 의사를 강제로 일하게 하거나 의대생을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지역별로 취약하지만 발전 가능성이 있는 병원에 적극 지원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더 확충해야 한다. 취약지역 급성 뇌졸중 환자를 바로 이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 취약지역을 포함한 지방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상황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
경희대병원 허성혁 교수(신경과)는 "올해 필수의료 교수들의 조용한 사직이 많았다. 이들이 봉직의를 하거나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올라온다고 해 걱정"이라며 "의정갈등이 어느 정도 해결되고 전공의가 병원에 돌아와야 급성 뇌졸중 인증의나 뇌졸중센터 인증 등 시스템 기반을 유지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고 내년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양대병원 김영서 교수(신경과)는 "서울시는 환자 수가 많은 데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환자도 있어, (서울시 등 수도권) 병원들은 의료진을 계속 채용할 것이다. 또 지방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은 더 나은 삶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으로 수도권으로 이동하려 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지방에는 아직 사명감을 갖고 병원을 떠날 수 없어 지키고 있는 의료진들이 있다. 이들을 더 우대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이라고 제언했다.
"지역응급센터에 인증의 없는 것은 문제"…인증 기준 개선해야
뇌졸중센터 인증과 급성 뇌졸중 인증의 자격 기준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허 교수는 "뇌졸중센터는 하드웨어를, 급성 뇌졸중 인증의는 소프트웨어 역할을 한다. 응급의료센터별로 급성 뇌졸중 인증의가 어느 정도 채워져야 한다"며 "다음 뇌졸중센터 인증 때 센터별로 TSC에 뇌졸중 인증의가 몇 명 이상 근무해야 한다는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뇌졸중학회 차재관 질향상위원회 및 부이사장(동아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두 번째 급성 뇌졸중 인증의 때 어느 정도 규모로 신청할지 걱정이다. 인증의 효용성을 높이고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며 "지역응급의료센터인데 급성 뇌졸중 인증의가 없는 것은 문제다. 이에 대해 본 학회가 대정부 압박을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학회는 급성 뇌졸중 인증의를 어떻게 정책적으로 활용할지 고민하고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