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체질 개선이 더 문제…의료과다 이용·검진 항목 효율화 제도 변화 필요
암기 내 특사경 도입 꼭 이룰 것 강조

국민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은 28일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은 28일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초유의 건강보험료 2년 연속 동결에도 안정적 재정 운용에 따라 건보 선지급금 환수 유예로 가닥을 잡고 있다. 

다만, 고령화로 노령인구의 급여이용액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의료 과다 이용 개선, 국민건강검진 효율화 등 장기적 재정 건전화를 위한 제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건보공단 정기석 이사장은 28일 전문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지고 이 같이 밝혔다. 

정 이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건보공단이 생긴 이래 보험료가 2년 연속 동결된 것은 처음으로, 환산지수는 계속 올라가는 상황에서 걱정”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현재까지는 재정 운용은 매우 안정적으로 되고 있다”고 밝혔다. 

종이 고지서 사용을 줄이는 등의 절감대책을 진행하는 한편, 자산 운용 이익도 5% 가량으로 준수해 흑자로 올해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 

재정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 만큼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의료기관에 선지급됐던 급여의 환수도 조금 더 유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선지급금 환수 유예는 지출이 아니라 기회비용 손해에 속하는데, 이를 조금 더 유지한다고 해서 재정적으로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며 “최종 결정은 안 났으나 조금 더 유지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고 건보 재정 상황이 마냥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고령화로 인한 노인들의 급여비용이 매년 빠르게 증가 중이기 때문이다.
정 이사장은 “65세 이상 노인층의 급여비용이 올해 또 1% 올라서 44%가 됐는데, 베이비붐 세대와 그 이후까지 노인이 될 것을 생각하면 자칫 노인 급여비용 비중이 50%를 넘길 수도 있다”며 “그럼 나머지 분들은 계속 보험료만 내고, 결국 많은 부담을 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노인 인구를 줄일 수 없다면, 결국 지출을 줄여 재정건전화를 꾀해야 한다. 공단은 비급여 관리와 증도용 등의 문제를 개선해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지난해 9월부터 도입된 비급여보고제도에는 거의 전 의료기관이 참여해 168개 비급여항목의 수가를 파악 중으로 내년 초쯤 비급여 수가에 대한 실태가 어느정도 드러날 것”이며 “재정 누수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던 재외동포나 외국인노동자 등의 (의료보험)증 도용 문제도 거의 해결을 이뤘다”고 밝혔다. 

많은 병실 수, 과잉 진료와 검사 원인 

잦은 검사와 입원, 치명적 다재내성균 불러

연 365회 외래진료, 본인 부담 더 늘려야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료 과다이용 개선, 건강검진 효율화 등 체질적인 개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병실 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 공단의 입장이다. 정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1인당 병실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라며 “중소병원들의 평균 병상 점유율은 60% 안팎인데, 병원입장에서는 병실을 채우기 위해 환자를 늘리려 애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실이 많으니 병원에서는 운영 수익을 위해 필요없는 검사를 자주하게 된다”며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 CT를 10번 이상 촬영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과다 진료와 검사는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다. 일반병원 입원 환자 100명 중 1명, 요양병원 입원 환자는 5명이 원내감염으로 인한 폐렴 등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원내감염 폐렴의 사망률은 30%에 이를 만큼 치명적이며,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중환자실에서의 원내감염 폐렴은 치명률이 50%를 넘길만큼 위험하다. 

정 이사장은 “미안하지만 국내 다제내성균의 상당수는 요양병원발”이라며 “‘반코마이신’ 등 고가 항생제에도 내성을 가진 스타필로코쿠스 아우레우스 포도상 구균이 국내에서도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런만큼 과잉진료와 검사를 줄이고, 나아가 병원들의 병상수 축소를 잘 유도하는 것이 공단의 주요 숙제라는 것이다. 

병원뿐만 아니라, 의료이용자들의 무분별한 의료 이용도 제재가 필요하다. 정 이사장은 “1년에 365회 이상 진료를 받으면 자기부담금을 90%까지 올리는 ‘외래진료 본인부담금 차등화 제도’가 지난 7월부터 시작됐는데, 이를 보다 강화시켜 나가는 것이 좋겠다”며 “이들의 평균 급여비는 일반 외래 이용자의 15배 정도로, 모두의 물탱크 물을 혼자 독식하는 행태라 제지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국간건강검진에 대해서도 보다 효율적으로 검사 항목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결핵을 찾기 위한 폐 체스트 엑스레이의 경우 현대에서는 효과성이 떨어진다는 것. 공단은 현재 복지부⋅질병청과 함께 협의체를 만들어 합리적인 검진 항목 조정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비만 기준 BMI 27로 상향 관리

특사경은 임기 내 반드시 이룰 것

논란이 된 비만에 대한 BMI 기준 상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건보는 최근 일반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847만명을 2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BMI 25’ 구간에서 오히려 사망 위험이 가장 낮았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비만 기준 상향 논의의 물꼬를 텄다. 

의료계 일부에서는 BMI 기준을 높이는 것이 비만에 대한 경각심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정 이사장은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갈 것”이라며 “확실한 연구결과가 나온 이상 국가 차원에서 비만 관리는 BMI 27을 기준으로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공단의 숙원인 특사경(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해서는 임기 내에는 반드시 이뤄놓겠다고 다짐했다.
정 이사장은 “현재 사무장병원 등에 대한 조사가 평균 11개월 걸리는데, 불법개설자들은 그 사이 재산을 빼돌려 환수가 어렵다”며 “우리가 특사경을 운영하면 혐의가 발견되는 즉시 계좌추적을 할 수 있어 수사기간이 훨씬 단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사경은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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