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홍성후 교수(비뇨의학과)
아시아 태평양 최초 비뇨의학과 단일공 로봇수술 개인 500례 달성
"단일공 로봇수술에 새로운 아이디어 적용하면 효과적 수술로 자리 잡을 것"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단일공 로봇수술 건수 500례에 이어 1000례 달성은 저보다 더 많은 환자를 보는 의료진들이 더 빨리 달성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 목표는 로봇수술 건수 달성보단, 새로운 접근방식을 적용한 발전된 로봇수술로 환자에게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술을 시행해 예후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최근 아시아 태평양 최초로 단일공(SP) 비뇨기 로봇수술 개인 500례를 달성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홍성후 교수(비뇨의학과)는 지난달 25일 가톨릭중앙의료원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목표를 밝혔다.
홍 교수는 단일공 로봇수술이 2018년 국내 도입된 이후 짧은 기간에 이 같은 성과를 거두며 세계적 수준의 비뇨의학 전문의라는 평가를 받는다. 전 세계적으로 단일공 비뇨기 로봇수술 개인 500례를 달성한 의료진이 손에 꼽히고 1000례 달성은 없는 만큼, 우리나라가 단일공 로봇수술 분야를 선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일공 로봇수술, 흉터 작고 통증 적어 회복 빨라
단일공 로봇수술은 로봇 시스템 중 가장 최근에 도입됐으며, 5~6개 절개창을 내는 기존 멀티포트 로봇수술 방식을 발전시켜 단일 절개창을 통해 여러 개의 로봇 팔을 삽입해 수술하는 기술이다. 기존 로봇수술과 비교해 흉터가 작고 통증이 적어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더해 홍 교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적용한다면 단일공 로봇수술이 멀티포트 로봇수술보다 더 효과적인 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단일공 로봇수술은 절개창 하나에 카메라와 로봇 팔을 삽입하기에, 수술하고자 하는 타깃을 이동시키지 않아도 카메라와 로봇 팔을 회전시켜 쉽게 원하는 위치에 맞출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 독창적인 방법으로 카메라를 180도 회전시켜 천장에 있는 종양을 바닥에 있는 것처럼 조작해 수술한 경험이 있다. 카메라를 회전시켜도 좌우가 바뀌지 않아 혼동 없이 수술 가능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수술 경험을 미국 의료진에게 소개하니, 경험이 많은 이들조차도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 보지 못했다며 놀라워했다"면서 "단일공 로봇수술이 아직 불편한 점은 있을지라도, 기존 로봇수술로 구현할 수 없는 독특한 기능이 있다. 아이디어를 갖고 단일공 로봇수술을 활용한다면, 단일공 로봇수술은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술 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단일공 로봇수술이 개선할 점도 남아있다. 홍 교수에 따르면, 단일공 로봇수술은 단일 절개창에 여러 개 기구가 들어가 내부에서 펼쳐지기에 기구 간 충돌이 생길 수 있다. 의료진 입장에서 단일공 로봇수술은 멀티포트 로봇수술과 비교해 작업 공간이 좁다고 느낄 수 있다. 또 멀티포트 로봇수술은 손목이 움직이는 느낌이라면, 단일공 로봇수술은 어깨와 팔꿈치를 움직이는 느낌이라 의료진 입장에서는 움직임이 어색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는 "이 같은 단일공 로봇수술의 한계점을 개선하려면 뱀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로봇 팔이 등장해야 한다"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이 같은 로봇 팔을 개발하고 있다. 임상적으로 구현된다면 의료진 입장에서는 수술이 더 편해지고 환자에게 안전한 수술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일공 로봇수술이 비뇨의학과 수준 더 발전시킬 것"
홍 교수는 로봇수술의 등장으로 비뇨의학과 위상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로봇수술 등장 전 비뇨의학과는 외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보다 작은 수술을 주로 진행했다면, 로봇수술이 도입되면서 수술 규모, 환자 수, 병원 수익 등 모든 측면에서 중요한 진료과에 위치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단일공 로봇수술은 비뇨의학과 수술 수준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로봇수술이 등장하기 전 비뇨의학과가 병원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미미했다. 하지만 로봇수술이 도입된 이후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며 "비뇨기 장기는 좁은 공간에 위치했으며 좁은 공간을 수술하는 데 가장 특화된 수술장비가 단일공 로봇수술이다. 단일공 로봇수술은 비뇨의학과 수술을 한 단계 발전시켜, 비뇨의학과가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비뇨기 로봇수술에서 단일공만 옹호하진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환자에 따라 적절한 로봇수술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래 로봇수술 플랫폼이 무엇인지 물으면, 의료진마다 멀티포트 또는 단일공 중 옹호하는 로봇수술이 다르다. 개인적으로 단일공 로봇수술이 주요 플랫폼이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두 가지 중 하나만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단일공 로봇수술에 혜택이 있다면 이를 시행하고, 안전성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멀티포트 로봇수술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로봇수술 발전하려면 의료진·회사·정부 협업 필요
국내 로봇수술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이 분야에 앞서있는 미국을 쫓아가려면 산학협력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내 비뇨기 로봇수술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 술기 성적은 미국과 비견할 수준이고 일본이 놀랄 정도다"며 "하지만 기술 개발 등 공학적 측면에서는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일본을 따라가는 실정이다. 더 빨리 쫓아가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아이디어와 회사의 기술적 지원 그리고 정부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로봇수술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적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어려운 수술 과정을 시뮬레이션해 연습하면서 숙련도를 높이고 수술을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과거에는 CT 영상을 조합해 머릿속에서 수술 과정을 상상하고 계획해 시행했다. 지금은 CT 영상을 기반으로 AI를 활용해 입체 이미지를 만들어 수술 리허설을 할 수 있다"면서 "수술 시뮬레이션과 리허설, 내비게이션 등 기술은 어느 정도 완성 단계에 도달했다고 본다. 앞으로 시간이 걸릴지라도 진정한 의미의 자동화된 로봇수술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며, 인체에 적용하는 만큼 철저한 검증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