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환자 대상 임상3상 장기 연장 연구 결과 공개
초기 증상 환자 3년 치료 시 절반 이상이 인지 저하 개선
유럽의약품청은 허가 거절...효과·부작용 논란 지속 전망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를 장기 투여해도 추가적인 안전 문제 없이 효과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년 동안 레켐비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인지 저하 속도가 지속 감소했다.
레켐비의 임상3상 장기 연장 연구 결과가 지난달 31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개최된 알츠하이머협회 국제컨퍼런스(AAIC 2024)에서 공개됐다.
레켐비 허가의 기반이 된 임상3상 Clarity AD 연구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795명을 대상으로 18개월 동안 진행됐다. 이번에 공개된 내용은 18개월의 연구를 완료한 환자 중 95%를 대상으로 진행한 오픈 라벨 연장 연구(OLE) 결과다.
앞선 연구에서 치료 18개월차 레켐비 치료군과 위약군의 기준선 대비 임상치매평가척도(CDR-SB) 점수의 평균 변화 차이는 -0.45(P=0.00005)점이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3년까지 치료를 이어간 결과,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 신경영상 이니셔티브(ADNI)군을 기준으로 예상한 인지 저하 수준과 비교해 -0.95점을 감소시켰다.
CDR 점수 0.5점에서 1점으로의 변화는 기억, 사회 문제, 가정/취미 영역의 경미한 손상과 독립성 상실 면에서 차이가 있다.
이는 사람들이 혼자 있을 수 있고, 최근 사건을 기억하고, 일상 활동에 참여하고, 집안일을 해내고, 독립적으로 기능하고, 취미와 지적 관심사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 등을 포함한다.
초기 단계 환자 50% 이상, 치료 3년까지 CDR-SB 점수 개선
레켐비의 인지 저하 감소 효과는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에 치료를 시작한 환자에게서 더 확실하게 나타났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뇌에 타우가 축적되면서 인지와 기능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이에 뇌에 타우가 없거나 적은 환자는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
Clarity AD 연구에는 뇌에 타우가 축적되지 않았거나 적게 축적된 환자들을 식별하는 타우 PET 하위 연구가 포함됐다.
이러한 환자 중 3년간 레켐비 치료를 받은 59%는 CDR-SB 점수의 개선 또는 감소가 나타나지 않아 질병이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51%는 CDR-SB 점수가 기준선 대비 개선됐다.
인지평가척도(ADAS-Cog14)에서 63%는 개선 또는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고 61%는 개선을 보였다. 일상생활수행능력척도(ADCS MCI-ADL)에서 63%는 개선 또는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고 59%는 개선을 보였다.
회사 측은 "이는 레카네맙으로 치료를 조기에 시작하면 질병 진행에 상당히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지속적인 이점을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플라크가 제거됐다고 해서 치료를 중단하면 알츠하이머병이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5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2b상 201 연구의 장기연장연구 결과, 치료 중단 기간에도 레켐비의 임상적 효과는 유지됐다. 그러나 치료를 중단한 환자의 인지 저하 감소율은 위약군 환자의 감소율과 같은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는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가 제거된 후에도 알츠하이머병은 계속 진행되며,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 인지저하 감소율이 위약군과 같은 수준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선 허가 불발...CHMP "부작용 대비 효과 미미해"
레켐비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장기 효과 및 안전성을 입증했지만, 레켐비의 이점이 부작용을 뛰어넘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레켐비의 장기 연장 연구 발표 몇일 전인 지난달 25일, 유럽의약품청(EMA)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허가 거절 의견을 밝혔기 때문이다.
CHMP는 레켐비의 이점이 부작용 위험을 능가할 만큼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레켐비로 18개월 동안 치료한 환자의 CDR-SB 점수가 위약을 투여한 환자에 비해 낮았지만, 두 군 간 차이가 미미했다는 평가다.
CHMP는 "레켐비가 인지 저하를 지연시키는 데 관찰된 효과가 약물과 관련된 심각한 부작용 위험을 상쇄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며 "레켐비의 가장 중요한 안전 문제는 뇌의 붓기와 잠재적 출혈을 수반하는 ARIA다. 대부분 사례는 ARIA가 심각하지 않았고 증상이 없었으나, 일부 환자는 입원이 필요한 큰 출혈을 포함해 심각한 사건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또 "ApoE4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ARIA 위험이 두드러진다는 사실을 우려했다"며 "이러한 위험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ApoE4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가장 높고, 이들이 레켐비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에 에자이 측은 "CHMP의 부정적 의견에 매우 실망했다"며 "CHMP의 의견을 재검토하고 관련 당국과 협려갷 가능한 빨리 유럽 내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치료법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레켐비는 미국, 일본, 중국, 한국, 홍콩, 이스라엘에서 승인받았으며 미국, 일본, 중국에서 판매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