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백신 이어 재조합 백신도 치매 위험 감소...재조합 백신이 효과 더 커
싱그릭스, 조스터박스 보다 치매 위험 27%↓...GSK, 추가 연구 진행 예정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대상포진 백신이 치매 발병을 늦출 수도 있다는 근거가 점점 추가되고 있다.
대상포진 생백신의 치매 예방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 결과에 이어, 재조합 백신 역시 치매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연달아 제시됐다.
생백신과 재조합 백신의 치매 위험 감소를 비교한 결과, 재조합 백신이 치매 위험을 더 크게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포진 백신으로 치매 예방 가능할까? 높아지는 관심
최근 여러 연구에서 대상포진 예방 접종이 치매 발병을 지연시켰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연구에서는 백신 접종자와 백신 미접종자 코호트를 비교하기 때문에 편향이 발생하기 쉽다는 한계가 있었다. 백신을 맞기로 결정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일반적으로 건강하다는 특성을 뜻하는 것이다.
작년 5월 발표된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Pascal Geldsetzer 교수팀의 연구는 이러한 편향을 피해 대상포진 생백신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증거를 제공했다.
하지만 해당 연구 역시 생백신 사용자에 국한돼, 싱그릭스 등 재조합 백신의 치매 예방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영국, 미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는 대상포진 생백신 접종이 중단되고 재조합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Maxime Taquet 박사팀은 대상포진 생백신과 재조합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의 치매 발생률을 조사,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생백신 아닌 재조합 백신도 치매 위험 줄여
"대상포진 백신과 치매의 연관성 추정"
연구팀은 2017년 10월 미국의 대상포진 예방접종이 생백신에서 재조합 백신으로 전환된 점을 이용해, 해당 시점 전후 기간에 접종받은 사람들의 데이터를 비교했다.
전자건강기록(EHR) 데이터를 사용해 2017년 11월~2020년 10월 사이 대상포진 백신을 처음 접종한 10만3837명과 2014년 10월~2017년 9월 사이 접종한 10만3837명을 분석했다.
첫 번째 기간에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한 사람의 98%는 생백신을 접종했으며, 두 번째 기간에 접종한 95%는 재조합 백신을 접종했다.
조사 결과, 재조합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은 생백신을 접종한 사람들보다 향후 6년 동안 치매에 걸릴 위험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조합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은 치매 진단을 받기까지의 시간이 17% 증가해, 치매 진단 없이 살 수 있는 날이 164일 더 늘어났다.
이러한 연관성은 남성과 여성에서 모두 나타났으나, 여성에게서 효과가 더 컸다. 치매 진단 없이 생존한 기간은 여성과 남성에서 각각 22%, 13% 늘었다.
또한 대상포진 재조합 백신 접종자의 치매 위험은 독감,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백신 접종자에 비해 23~2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대상포진 백신 접종이 치매를 예방하는 메커니즘은 아직 불분명하나, 헤르페스 감염 예방으로 인한 효과일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그 근거로 두 대상포진 백신 접종자에서 모두 치매 위험이 낮았으며, 대상포진 예방 효과가 우수한 재조합 백신이 치매 예방 효과가 높았고, 치매 예방 효과가 추적 기간 후반으로 갈 수록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대상포진 백신의 헤르페스 감염에 대한 예방 효과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약해진다.
Maxime Taquet 박사는 "이번 연구는 관찰 연구로 인과 관계를 입증할 수 없으나, 생백신에서 재조합 백신으로의 전환은 주요 선택 편향 없이 치매와 연관성을 추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며 "이러한 결과는 향후 재조합 백신의 비용 대비 효과를 분석하는 무작위 대조 시험을 실시할 근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싱그릭스, 조스터박스보다 예방 효과 크다?
접종 3년 후 치매 위험 27% 더 적어
지난 7월 미국에서 개최된 알츠하이머협회 국제 컨퍼런스(AAIC 2024)에서도 이와 비슷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7월 31일 AAIC 2024 현장에서 발표된 ZOSTER-122 연구에 따르면 재조합 백신인 싱그릭스를 접종한 사람들은 생백신 조스터박스, 폐렴구균 백신 뉴모박스 접종자에 비해 3년 후 치매 위험이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2007년 10월 1일~2023년 9월 30일까지 미국의 전자건강기록 데이터에 등록된 5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는 싱그릭스 대 뉴모박스, 조스터박스 대 뉴모박스, 싱그릭스 대 조스터박스로 매칭 코호트를 구성해 접종 3년 후와 5년 후 각 코호트의 치매 진단에 대한 상대 위험(RR)을 비교했다.
그 결과, 싱그릭스와 조스터박스 접종자 모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치매 위험 감소가 나타났다. 다만 싱그릭스 접종자의 치매 위험 감소가 조스터박스 보다 더 컸다.
구체적으로 접종 3년 후 뉴모박스 접종자에 비해 싱그릭스 접종자의 치매 위험이 24% 낮았으며(RR 0.76, 95%CI 0.69-0.84), 조스터박스 접종자는 14% 낮았다(RR 0.86, 95% CI 0.86-0.90).
접종 5년 후에는 뉴모박스 접종자에 비해 싱그릭스 접종자의 치매 위험이 20% 낮았고(RR 0.80, 95%CI 0.71-0.90), 조스터박스 접종자는 8% 낮았다(RR 0.92, 95%CI 0.89-0.95).
싱그릭스와 조스터박스를 비교한 결과, 싱그릭스 접종자의 치매 위험은 조스타박스 접종자에 비해 3년 후 27%(RR 0.73, 95%CI 0.60~0.89), 5년 후 23%(RR 0.77, 95%CI 0.64-0.92) 낮았다.
해당 연구와 관련해 GSK의 Tony Wood 최고과학책임자(CSO)는 "ZOSTER-122 연구는 대상포진 백신 접종과 치매 위험 감소 사이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증거를 더한다"며 "이는 설득력 있는 초기 결과로, 우리는 이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해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