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조석구 교수팀, 골수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 활용한 임상1/2상 진행
60%에서 치료 반응 확인…20%에서 '완전 반응' 나타나고 심각한 부작용 없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혈액암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합병증인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cGVHD)을 골수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MSCs)를 반복 투여하는 방법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조석구 교수(교신저자·가톨릭대 의생명산업연구원장) 연구팀(공동저자 혈액내과 민기준 교수·이종욱 교수, 소아청소년과 정낙균 교수, 진단검사의학과 오은지 교수, 제1저자 가톨릭의대 중개의학분자영상연구소 김나연 박사) 연구팀은 골수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를 활용한 '스테로이드 불응성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임상1/2상을 수행했다.

이번 연구는 오랜 기간 난제로 여겨져 온 조혈모세포 이식 후 생체 면역 조절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은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후 환자의 정상세포를 공여자의 면역세포(T세포)가 공격해 발생하는 심각한 자가면역질환이다. 이 질환은 이식 후 30~70% 환자에서 발생하며, 여러 장기에 걸쳐 다양한 합병증을 발생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이식된 면역체계가 신체를 공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면역조절제인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것이 1차 표준치료다. 그러나 절반가량은 효과가 충분하지 않거나 약제 내성으로 인해 지속적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다.

최근 2차 치료요법으로 룩소리티닙, 이브루티닙 등 면역을 조절하는 일부 표적치료제들이 등장했지만, 2차 치료요법에도 효과를 보이지 않는 환자에게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 학계에서는 새로운 치료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연구팀은 이런 난제를 해결하고자 면역을 조절하는 특성으로 잘 알려진 골수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를 활용하는 전향적 1/2상 임상연구를 설계했다. 

심각한 스테로이드 불응성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을 경험하고 있는 환자 10명을 연구 대상자로 선정해 정맥 주사를 통해 줄기세포를 2주 간격으로 4회 반복 투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제한된 효능을 가지는 줄기세포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독창적이고 새로운 전략으로 알려졌다.

분석 결과, 연구에 참여한 모든 환자에게서 심각한 부작용이나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 또 치료 후 8주가 지난 시점에서 모든 환자는 증상이 개선되고 삶의 질이 향상되는 반응을 보였다.

▲그림1. 골수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 치료 전후 동일 환자 피부 외양 변화. A : 줄기세포 치료 전, B : 줄기세포 치료 후(8주간 4회 반복 투여 후)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으로 인한 염증성 피부 병변이 감소했다.
▲그림1. 골수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 치료 전후 동일 환자 피부 외양 변화. A : 줄기세포 치료 전, B : 줄기세포 치료 후(8주간 4회 반복 투여 후)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으로 인한 염증성 피부 병변이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절반이 넘는 6명(60%) 환자가 치료 후 1년간 진행된 추적관찰 기간까지 지속적 반응을 보였다. 그 중 2명(20%)은 증상이 완전히 개선돼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모든 면역억제제를 중단하는 결과를 보였다. 치료에 반응하는 환자에게서는 염증 지표가 감소하는 반응이 확인됐다.

▲그림2. 줄기세포 치료 이후의 각종 염증 지표 변화 양상. 줄기세포 주입 시점으로부터 최대 54주까지 관찰했다. 총 9가지의 염증 마커 가운데 C-X-C 모티프 케모카인 리간드 9, 10(CXCL), 종양 억제 인자 2(ST2), 분비 인산화 단백질 1(SPP1), 인터루킨-1 수용체 길항제(IL-1Ra)가 치료 후 감소 경향을 보였다.
▲그림2. 줄기세포 치료 이후의 각종 염증 지표 변화 양상. 줄기세포 주입 시점으로부터 최대 54주까지 관찰했다. 총 9가지의 염증 마커 가운데 C-X-C 모티프 케모카인 리간드 9, 10(CXCL), 종양 억제 인자 2(ST2), 분비 인산화 단백질 1(SPP1), 인터루킨-1 수용체 길항제(IL-1Ra)가 치료 후 감소 경향을 보였다.

이번 연구는 스테로이드 치료에 효과를 보이지 않는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반복적인 줄기세포 투여가 치료 효과를 유지하고 결과를 개선하는 데 중요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또 기존 연구들이 단순히 투여 후 효능 평가 위주였던 반면, 이번 연구는 병태 기전에 입각한 면역분자생물학적 연구까지 포괄함으로써 향후 중간엽 줄기세포를 활용한 다양한 치료의 이론적 근거도 마련했다.

해당 임상연구에 참여한 대상자에게는 '가톨릭마스터세포'라는 명칭의 중간엽 성체 줄기세포치료제를 활용했다. 가톨릭대 의생명산업연구원 세포치료사업단에서 연구개발해 우수제조관리기준(GMP)을 인증받은 원내 시설에서 자체 제조하며, 생명 윤리 관점에서 성체 줄기세포 분야에만 꾸준히 투자해 온 가톨릭의대의 결실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연구를 주도한 조석구 교수는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과 가톨릭세포치료사업단이 협력해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를 위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며 "앞으로도 가톨릭 생명 윤리를 기반으로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학술용 연구자 주도 임상연구로 승인받았고, 같은 해 보건복지부 첨단 의료기술 개발사업에 선정돼 연구비를 지원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 분자과학 저널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 6월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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