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의 하루

[메디칼업저버 이주민 기자] 권역외상센터는 365일 24시간 교통사고와 추락, 다발성 골절 등 신체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국 권역별로 총 17개의 권역외상센터가 있다. 중증외상환자가 전국 어디서나 1시간 이내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권역외상센터에는 중증외상환자를 처치하는 전문 외상팀이 24시간 상주한다.

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은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환자를 살리겠다는 목표와 자긍심 하나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이에 본지는 보건복지부 주관 권역외상센터 평가에서 8년 연속 최고 등급을 획득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의 하루를 들여다봤다.

<1> 그들의 열정이 환자를 지킨다

<2> “경기 남부 권역 중증외상 수용률 90% 목표”

6월 19일 오전 7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이라 조용했다. 아주대병원 정문에서 약 50미터 들어오니 권역외상센터가 눈에 보였다. 본격적인 취재에 앞서 센터 안에 잠시 들어갔다. 통제 구역이라는 팻말이 이곳저곳 붙어있었다.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는 곳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잠시 뒤, 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을 만났다. 곧 회의가 진행된다고 했다. 시간은 오전 7시 40분. 당일 출근하는 의료진은 이미 도착한 듯 보였다. 본격적인 회의는 10분 정도 뒤인 7시 50분부터 진행됐다. 전일 내원 및 퇴원 환자, 그리고 현재 재원환자 수를 공유하고, 내원 환자의 특이사항과 수술 일정 등을 논의하고 조율했다. 전일 내원 환자는 8명, 퇴원한 환자는 12명, 재원환자는 112명이었다. 아주대 외상센터가 보유한 병상은 외상집중치료실 40병상과 외상병동 60병상 등 총 100병상이다. 12병상이 초과돼 본관 병상도 이용하고 있었다.

회진을 도는 중 닥터헬기가 떠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회진을 도는 중 닥터헬기가 떠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회진을 도는 중 닥터헬기가 떠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회의가 끝난 후, 외상집중치료실 회진이 시작됐다. 40개 병상은 모두 꽉 찬 상태였다. 외상집중치료실은 중환자실로 이해하면 된다. 그만큼 위중한 환자가 많다. 외상센터는 총 6개층이다. 

아직 회진을 다 돌지 못했는데, 닥터헬기가 떠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오늘 닥터헬기에 탑승할 의료진은 정경원 센터장(외상외과)이다. 오전 8시 41분경 환자 이송 연락이 왔고, 정경원 센터장은 즉각 권역외상센터에서 헬기장이 있는 본관 16층으로 이동했다. 잠시 후 31℃가 넘는 더위 가운데 거센 바람을 내뿜으며 닥터헬기가 도착했다. 정경원 센터장은 바로 닥터헬기에 탑승했다.

중증외상환자, 헬기 이륙부터 처치까지 걸린 시간은 ‘60분’

중증외상환자, 헬기 이륙부터 처치까지 걸린 시간은 ‘60분’
중증외상환자, 헬기 이륙부터 처치까지 걸린 시간은 ‘60분’

닥터헬기가 사고현장(화성 제부도) 도착까지 걸린 시간은 20분 남짓이었다. 허요 교수(응급의학과)는 기자에게 닥터헬기가 사고현장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려줬다. 그리고 사고현장에서 권역외상센터로 닥터헬기가 돌아온 시간은 15분 뒤인 오전 9시 25분경이었다. 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은 분주히 환자 받을 준비를 한다.

이날 첫 번째 환자는 약 7~10미터 아래로 떨어진 추락 환자였다. 최초 이송 연락이 왔을 때는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였지만, 권역외상센터에 도착했을 때는 다행히 의식을 회복했다. 의료진은 분주히 환자 처치에 들어갔다. 외상소생실에는 병상 위에 X-Ray가 마련돼 있다. 또 그 뒤에는 국내 최초로 RH+ O형 혈액도 구비해 놨다.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즉각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 많아서다. X-Ray와 초음파 등 검사를 바로 진행하던 소생실 안에서 ‘괜찮습니다’라는 소리가 들렸다. 안도의 한숨도 들려왔다.

다시 시작된 회진, 시간이 없다 “빨리 빨리”

다시 시작된 회진, 시간이 없다 “빨리 빨리”
다시 시작된 회진, 시간이 없다 “빨리 빨리”

환자 처치가 끝난 후 회진은 다시 시작됐다. 권역외상센터에는 총 100개의 병상이 있지만 이미 환자가 가득 차 본관까지 이동해야 한다.

이날 허요 교수와 권역외상센터 막내 김지원 전문의와 함께 회진을 돌았다. 최대한 환자와 의료진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뒤에서 따라갔지만, 그들의 발걸음은 너무 빨랐다. 

10시 10분부터 시작되는 면회 전에 빠르게 회진을 끝내기 위함이다. 이날 허요 교수 담당 환자 2명이 퇴원했다. 환자와 보호자는 연신 허 교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회의 끝나자 마자 출동한 닥터헬기

회의 끝나자 마자 출동한 닥터헬기 그리고 동시에 내원한 생후 10개월 된 환자
회의 끝나자 마자 출동한 닥터헬기 그리고 동시에 내원한 생후 10개월 된 환자

회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는데, 정경원 센터장이 다시 헬기장으로 이동한다. 차량이 1.5미터 아래로 추락해 외상환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최초 보고에 따르면, 환자는 왼쪽 안구에 관통상을 입었고, 양쪽 무릎이 골절되는 등 심각한 외상이 발생했다. 정 센터장이 헬기장으로 이동하는 도중 생후 10개월 된 어린 환자도 이송됐다.

20분 뒤 도착한 닥터헬기, 다행히 안구 관통상은 아니었다

20분 뒤 도착한 닥터헬기, 다행히 안구 관통상은 아니었다
20분 뒤 도착한 닥터헬기, 다행히 안구 관통상은 아니었다

12시 40분경 출동한 닥터헬기가 20분 뒤인 13시경 헬기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4분 뒤, 환자가 외상소생실로 들어갔다. 왼쪽 안구 관통상이라는 보고가 있었지만, 다행히 안구는 괜찮다고 정경원 센터장이 말했다.

“환자가 하체를 많이 다쳤지만, 생명과 더욱 직결되는 곳은 상체라 의료진이 상체를 주로 검사하고 있어요. 안구 관통을 비껴가 다행입니다.”

다행이라고 말하면서도, 정경원 센터장은 외상소생실을 잠시도 떠나질 않았다. 이날 12시 50분까지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에 내원한 환자는 4명이다.

환자 이동을 고려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환자 이동을 고려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환자 이동을 고려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아주대 권역외상센터는 환자 이동 동선을 고려해 설계됐다. 외상소생실부터 CT촬영까지 1층에서 한번에 가능하다. 외상집중치료실은 1층과 2층에 있다. 

3층에는 외상전용 수술실이 있는데, 이는 수술 후 중환자실이나 외상집중치료실로 즉각 이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허요 교수는 환자 이동 동선을 최적화하기 위한 설계라고 설명했다.

9시간가량 아주대 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을 따라다녀보니

기자는 9시간가량 아주대 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을 따라다녔다. 최근 각종 미디어와 매체를 통해 의사는 ‘집단이기주의’ 대명사로 비춰지고 있다. 기자도 때로는 ‘너무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알지 못하는 곳, 보지 못했던 곳에서 생명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365일 24시간 환자 곁을 지키는 의료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동안 환자를 얼마나 생각하고, 환자의 생명을 위해 얼마나 호흡을 맞췄는지도 알 수 있었다.

이날 아주대 외상센터의 막내 김지원 펠로우(외과)는 “원래 손으로 만지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고 외과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외과는 힘들고 전문의를 따도 상황이 좋지 않은 과라는 것을 알아서 끝까지 외면하고 있었다. 하지만 후회할 것 같아 외과를 선택하게 됐다. 하는 김에 크게 놀아보자는 마음으로 외과에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과 같은 시국에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다들 의문을 갖고 있다. 또 외과에 투자하지 않는 이런 세태가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외과를 선택하는 전공의들도 외과 전문의로 활동하는 것 보다 미용시장으로 가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은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러 문제가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정책을 내놓은 것 같은데 젊은 의사들이 다시 돌아와 수급이 돼도, 결국 이탈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니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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