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 이재훈 교수(혈액내과)

가천대길병원 이재훈 교수는 다발골수종 최적 치료인 DVTd 요법을 초기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천대길병원 이재훈 교수는 다발골수종 최적 치료인 DVTd 요법을 초기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고령층에서 발병 위험이 높지만 완치가 어렵고 재발이 잦은 다발골수종은 2000년대 프로테아좀 억제제, 단클론항체, CAR-T 치료제, 이중특이항체 등이 개발되면서 유의미한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에 따라 1996년까지 29.9개월에 불과했던 생존기간 중앙값은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44.8개월까지 늘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완치율은 14.3%, 5년 상대생존율은 50.1%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다발골수종은 재발 횟수가 증가할수록 선택할 수 있는 치료옵션이 줄고 생존기간도 감소하기에 초기 단계에서 효과를 최대한 높이고 이를 장기간 유지해 재발까지 시간을 늦추는 게 최선의 전략으로 꼽힌다.

그러나 현실은 비급여로 환자의 치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얀센 다잘렉스(성분명 다라투무맙)는 국내에 허가된지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4차 이상에서 단독요법에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다잘렉스에 보르테조밉, 탈리도마이드, 덱사메타손을 병용하는 DVTd 병용요법은 표준요법보다 유의하게 임상적 개선을 입증해 유럽종양학회(ESMO),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등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 권고 중이지만, 국내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가천대 길병원 이재훈 교수(혈액내과)는 "DVTd를 다발골수종 초기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급여 적용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다발골수종 치료옵션의 전환점은 어떤 약물이었나.

다발골수종 치료에서 큰 전환점을 이룬 약물은 면역조절제, 프로테아좀 억제제, 항CD-38항체, 이중특이항체 등이 있다.

중요한 전환점은 프로테아좀 억제제 보르테조밉이다. 보르테조밉은 치료 성적을 크게 향상시켰고 다른 항암제와의 병용요법은 다발골수종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잡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이후 항체 치료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다잘렉스다. 다잘렉스는 실제 현장에서 사용된 지 5년이 지났는데, 처음 단독요법으로 사용했을 때 M단백질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 놀라웠다.

최근에는 이중특이항체 테클리스타맙이 등장하며 또 다른 전환점을 맞았다. 앞으로는 CAR-T 치료제가 또 다른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 전환점을 이룬 약물들이 많지만, 1차 치료옵션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은 제한적이다.

과거에 비해 많이 늘어났다지만, 여전히 부족한 게 사실이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특히 일본을 포함한 국가들과 가장 큰 차이점은 신약이 실제 현장에서 사용되고 건강보험 적용을 받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최근 그 기간이 많이 짧아졌지만, 여전히 제약은 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와 일본 정도만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문제는 혈액암 치료 전반에 공통되는 문제이지만 특히 다발골수종이 더 문제가 된다. 다른 질환과 달리 환자들이 오래 생존하면서도 완치가 어려운 질병이기 때문이다.

다발골수종 환자들은 사망하기 전까지 1~6차 치료를 하면서 모든 약을 다 사용하게 된다. 이로 인해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환자와 가족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고 있다.

- DVTd 병용요법은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 초기 치료옵션으로 권고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이다.

현재 다발골수종 재발을 막기 위한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완벽하게 재발을 막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미세잔존질환(MRD)을 갖고 있는 환자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재발한다. 결국 치료 효과가 좋은 약을 앞선 차수에 사용할 수 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에서 사용되는 VRd(레날리도마이드+보르테조밉+덱사메타손) 병용요법은 4제 병용요법과 비교할 때 부족함이 많다는 지적이 있었고, 실제로 4제 요법과 비교평가한 대표적인 연구인 CASSIOPEIA 연구에서 DVTd 요법이 생존율을 연장하고 부작용이 적은 게 입증되면서 유럽에서는 광범위하게 DVTd 요법이 사용되고 있다.

VTd는 콩팥 기능이 나쁜 환자들에게 더 적합하지만 VTd에 다잘렉스를 추가하는 게 효과가 더 좋기에 주로 DVTd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아울러 DVRd와 VRd를 비교한 연구에서도 DVRd가 더 좋은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DVTd를 비급여로 사용하고 있지만, 비용 부담이 커 개인 보험을 든 환자에게만 권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들은 DVTd 대신 VRd를 사용, 상대적으로 덜 좋은 치료를 받는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비와 국가 재정은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문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DVTd를 다발골수종 초기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급여 적용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 국내 치료 환경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현재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최소한 일본처럼 의약품이 승인되면 자유롭게 조합해 사용할 수 있도록 보험 적용을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는 아직 그런 제도가 없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국가 자원을 공정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점은 이해한다. 의료나 특정 질환에만 자원을 집중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과 1인당 GDP가 일본을 넘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일본 수준의 제도는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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