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 "병협에 배신감 느끼고 교수들에겐 중간 착취자"
일부 교수들 "전공의들이 정치질하고 있어" 지적
병협 "박 민수 차관 축사는 정기총회 때 통상적인 일"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한 부작용이 의사들 간 신뢰가 깨지는 모양새로 나타나고 있다.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으로 병원을 떠날 때부터 갈등은 시작됐다.
그러다 전공의들과 상급종합병원 교수 간 갈등이 표면화된 것은 최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개인 SNS에 공유한 글 때문이었다.
예방의학전문의인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이 한겨례신문에 쓴 칼럼을 박 위원장이 공유했는데, 제목은 "1만2천명에 휘둘리는 나라, 전공의를 '괴물'로 키워다"였다.
럼 중간에 "전공의들에게 전대미문의 힘을 부여한 것은 다름 아닌 정부와 병원이다. 수련병원 교수들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불이익이 생기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들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착취의 사슬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해왔다"라는 내용이 문제였다.
박 비대위원장의 글 공유에 일부 교수가 매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전공의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교수들을 중간 착취자라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전공의들이 정치질을 하고 있다"며 불쾌해 했다.
연세의대 모 교수도 "전공의들을 가르치고 좋은 수련 환경으로 변화시켜 가는 데 의식과 실천이 부족한 측면은 있지만 이토록 대치점에 두고 가르려는 느낌을 주는 것은 마음이 별로 좋지 않다"고 댓글을 달았다.
전공의들, 병협 정기총회에 참석한 박민수 차관과 병협도 지적
대학병원 교수들이 중간 착취자라는 논쟁이 가라앉기도 전에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이 병협 정기총회에 참석하는 일이 생겼다.
이에 감정적으로 격분한 전공의들이 박 차관은 물론 병협을 원색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급기야 공식적인 기자회견 자리에서 대학병원 교수들과 병협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15일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1360명의 전공의가 박 차관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전 집단 고소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대표로 나선 분당차병원 정근영 전 전공의 대표가 병협 정기총회에서 박민수 차관이 축사를 한 것을 두고 맹비난했다.
박 차관은 12일 열린 병협 정기총회에 축사를 하기 위해 참석했다.
박 차관은 "전공의 빈자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병협 회원들께서 비상진료 체계를 유지하며 환자 진료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지난 2년 동안 회원 병원들의 권익을 위해 항상 노력하고 얘써주신 윤동석 회장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새로 선출될 회장님과도 신뢰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조건의 정책 동반자가 되길 기대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축사에 대해 정 전 대표는 "병협이 정기총회에 박 차관을 불러 축사를 하도록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배신감을 느꼈다"며 "병협이 박 차관과 찍은 사진을 보면서 병협은 믿을만한 존재가 아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박단 비대위원장이 교수들을 중간 착취자라고 했던 것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동의한다는 말을 꺼냈다.
정 전 대표는 "전공의들은 싸우고 있는데, 교수들은 너희들 마음은 이해한다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며 "중간 착취자라는 생각 밖에 안 든다. 믿을 건 의협 밖에 없구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병협 측은 전공의들이 과하다는 반응이다.
병협 측 고위 관계자는 "병협 정총에 복지부 인사가 축사를 하러 오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라며 "전공의들의 반응이 너무 예민하게 받아 들이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의대정원 증원에 대해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전공의와 교수 간, 전공의와 병원 경영진 간 등 대부분 의사 간 신뢰가 깨지고 있다.
'앞으로 이런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이번 의대정원 증원의 또 다른 피해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