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 OECD 국가 중 가장 높아
고려의대 신영석 교수, 실손보험 전면 재검토 필요 주장
복지부, 본인부담 차등제 및 건강바우처 제도 구상 중

OECD 대비 높은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OECD 국가 중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가 가장 높은 우리나라의 의료 이용량을 줄이기 위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공의 집단 사직이 8주차를 접어들면서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의 중심 진료, 지역 및 필수의료 등 수면 아래 있던 문제점이 하나둘 수면 밖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중 OECD 대비 월등하게 높은 의료 이용량도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 OECD 평균 5.9회 vs 한국 15.7회

2023 OECD 보건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의사에게 외래 진료를 받은 횟수는 연간 15.7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았다. OECD 회원국 평균 5.9회에 비해 약 2.6배 높은 수치다.

평균 재원일수도 18.5일로 OECD 국가 중 일본(27.5일) 다음으로 길다. 특히 급성기 치료를 위한 입원 환자 1인당 평균 재원일수는 7.6일로 OECD 평균 6.6일보다 길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의료 이용량이 갈수록 증가하는 이유로 보장성 강화와 실손보험 등으로 인한 본인부담이 낮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서울의대 A 교수는 "OECD 통계 지표를 보면 우리나라 1인당 외래진료 횟수는 세계 1위이고, 입원환자 재원 일수는 세계 2위일 정도로 소비자들이 과잉으로 의료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며 "이는 저수가 정책과 제한 없는 환자의 의료 선택권이 결합한 결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5일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의료개혁 정책토론회에서 고려의대 신영석 교수도 같은 의견을 보였다. 

신 교수는 사회보험체계에서 소비자가 직면하는 가격은 시장 균형 가격 이하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필요 이상의 소비에 대한 규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는 환자의 의료 접근성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고, 그 결과로 좋은 접근성을 유지하고 있다. 또 소득도 좋아졌다"며 "그로 인해 의료  쏠림 현상은 물론 고급 의료에 대한 국민적인 선호 현상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본인부담을 제외하고, 과잉 의료를 억제할 제도적 기재가 현실적으로 없다"며 "이 문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따라서 의료 이용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 개입 즉 소비자의 이용량 통제를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고 발표했다. 

신 교수는 의료 이용자와 공급자 모두 필요한 의료 이용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코로나(COVID-19) 당시 국민들의 소아청소년과 이용량이 약 40% 감소했고, 이비인후과 등도 마찬가지였다는 것. 또 최근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해 대형병원의 건당 진료비가 줄었는데, 그 이유가 일손이 부족해 반드시 필요한 진료만 하고 있기 때문이란 게 신 교수의 분석이다. 

신 교수는 "코로나 때 의료 이용을 줄여 그 이후 건강 수준에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당시 상황이 정상적 치료 상황이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할 때"라며 "또 대형병원들이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던 형태에서 전공의 파업으로 과거보다 공급량이 줄었는데, 이것 또한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사회보험 체계 하에서 필요 이상의 과잉 소비가 이뤄지지 않도록 이용체계에 대한 소비지 규제 등이 필요하다"며 "현재의 자유방임형 현행 이용체계는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진료권 제도 부할 필요하다?

국민의 의료 이용을 줄이려면 1998년 이전까지 존재했던 '진료권 제도'가 다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진료권 제도란 분만, 응급, 기타 부득이한 사유(출장, 여행 등)를 제외하고는 의료보험증에 표시된 중진료권 내에 있는 병의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는 제도다. 당시 138개 중진료권과 8개 대진료권으로 편성돼 있었는데, 정부가 98년 이 제도를 폐지했다. 

서울의대 A 교수는 의료 이용을 줄이기 위해 영국도 권역별 의료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은 사우샘스턴 지역에서 폐암에 진단되면 주치의가 권역 내 병원 중 폐암 수술이 가능한 병원 3곳을 소개하고, 환자가 병원을 선택하게 한다"며 "그런데 환자가 런던에 있는 특정 대학병원에서 수술받길 원한다면 의뢰서를 작성해 주지만, 보험에서 비용을 지원하지 않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정부가 권역 내 어떤 병원에서 수술받더라도 수술 결과는 동일할 수 있도록 의료의 질을 관리하는 투자를 계속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5일 열린 토론회에서 신영석 교수는 복지부가 실손보험 관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일 열린 토론회에서 신영석 교수는 복지부가 실손보험 관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도 의료 이용을 주치의를 통해서만 이용하는 등 의료이용 시스템을 변경하거나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의료 이용을 부추기는 실손보험의 관리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국민들이 실손 보험을 필요 이상으로 이용해 건강보험 재정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복지부가 실손보험 시장에 직접 개입해 부가형으로 운영하되, 고비용 중심 바이탈 영역으로 실손보험을 제한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복지부가 실손 체계에 대해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고, 고비용 질환 단위 실손으로 급여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복지부, 본인 부담 차등제 및 건강바우처 시범사업 준비 중

정부도 의료 이용량을 낮추기 위해 애쓰는 모양새다. 

5일 열린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 이중규 건강보험정책국장은 국민의 과도한 의료 이용에는 본인 부담률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국장은 "연 365회 초과해 외래진료를 이용하면 본인부담률 90% 상향하는 본인부담 차등제를 시행하고, 의료 이용량 등에 대한 전 국민 알림 서비스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직장가입자, 지역가입자 세대주 등 연간 의료 이용이 현저히 적은 사람에게 전년 납부한 보험료 10%를 의료기관 또는 약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건강 바우처를 지원할 것"이라며 "국민의 합리적 의료이용을 유도해 꼭 필요한 곳에 재정이 지출될 수 있도록 지출 관리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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