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소아종양학회 "소아암 치료할 의사 절대적 부족"
소아혈액종양 전문의 67명뿐, 이마저도 50% 10년 내 은퇴
제4차 암관리종합계획에도 소아암 관리는 빠져 있어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소아암 치료에 빨간불이 켜졌다. 소아암을 치료할 소아혈액종양 전문의가 점차 줄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에 따르면 현재 진료 중인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들은 67명으로, 이들의 평균 연령은 50.2세다. 특히 이들 중 50%가량이 10년 내 은퇴할 예정이라 문제는 더 심각하다.
지방 병원 문제는 더 열악하다.
2022년 현재 강원, 경북, 울산 지역은 소아혈액종양 전문의가 없거나, 교수들이 은퇴 후 후임이 없어 입원 진료가 불가능하다. 울산 지역은 은퇴한 교수 1명이 외래 진료만 시행 중이다.
또 4~5명이 있는 지역도 병원 별로는 1~2명에 불과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의도 부족한데, 전공의 지원은 더 줄고
더 큰 문제는 최근 5년간 신규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는 평균 2.4명이어서 10년 후에는 소아혈액종양 진료의 공백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소아혈액종양 전문의가 부족하다 보니 소아암 환자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치료받기 더 어려워졌다.
대부분 병원이 소아혈액종양 전문의가 없어 진료과를 폐쇄하고 있고, 게다가 소아응급실도 문을 닫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김혜리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암 치료를 시작하면 적어도 2~3년 걸린다. 그동안 치료비와 가족들의 주거비 등 엄청난 경제적 부담에 시달리고, 가족이 붕괴되는 경우도 많이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소아응급실이 폐쇄되면서 소아암 환자가 열이 나면 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전전한다. 결국 치료가 지연되고 중증 패혈증 등으로 암이 악화돼 중환자실로 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심각성을 알지 못하는 분위기다.
제4차 암관리종합계획을 발표했지만, 소아암 환자의 현실을 반영한 정책은 어디에도 없다.
이 교수는 "암관리종합계획에 소아암은 암정책, 소아청소년과질환, 희귀질환 등 어디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깍두기 신세"라며 "소아암을 진료하는 의료진은 출산장려 정책만 나오면 한숨이 나온다. 아픈 아이에 관심도 없으면서 아이만 나으라고 하면 뭐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저출산 시기에 출산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태어난 소중한 아이들을 한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도록 소아암 치료에 국가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