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세의대 김혜련 교수(종양내과)

연세암병원 김혜련 교수(종양내과)는 면역항암제 병용 조합이 특정 환자군의 표준요법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세암병원 김혜련 교수(종양내과)는 면역항암제 병용 조합이 특정 환자군의 표준요법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암 환자 수가 증가하면서 기대수명까지 생존할 경우 암을 겪게 될 확률도 남녀 모두에서 30%를 상회하고 있다.

암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넓혀가면서 면역항암제도 여러 연구를 통해 암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 개선, 장기 생존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근거를 쌓아가고 있다.

특히 면역항암제와 화학항암제 병용이 표준치료로 자리잡은 비소세포폐암 분야가 눈에 띈다.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와 여보이(이필리무맙) 병용요법이 EGFR 또는 ALK 변이 없는 전이성·재발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허가를 획득하면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확대시켰기 때문이다.

면역항암제와 화학항암제 병용은 효과 측면에서 우월성은 분명하다.

하지만 치료 성과가 떨어지거나 일부 고령 환자에서는 1차 치료로 사용하기 어려운 단점도 존재한다.

연세의대 김혜련 교수(종양내과)를 만나 향후 항암치료 발전 방향을 들어봤다.

- 면역항암제 반응률 한계 극복을 위해 다양한 병용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폐암에서 인상깊은 병용 조합이 있다면. 

최근 CheckMate-227 연구를 통해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전이성·재발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로 PD-L1 발현률 1% 이상일 때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이 표준치료보다 우수한 성적을 보이며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고, 국내에서도 지난해 12월 승인, 일부 환자에게 사용되고 있다.

또 다른 연구인 CheckMate-9LA는 옵디보+여보이+화학요법을 평가했다.

이 임상연구를 통해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전이성·재발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로 PD-L1 발현율과 상관 없이 옵디보+여보이+화학요법이 FDA와 국내 승인을 얻었다.

지금까지 면역항암제+화학요법은 화학요법을 4사이클 혹은 계속 유지하는 요법을 썼지만 CheckMate-9LA 연구에서는 화학요법을 초기에 2회만 사용했다는 게 차별점이다. 

- 옵디보+여보이 허가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나.

CheckMate-9LA 결과에 따르면 면역항암제+화학요법은 암의 조기 진행을 막을 뿐만 아니라 화학요법을 초기에 2회만 사용하기에 부작용이 누적되는 현상을 막아줄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초반에 화학요법을 2회 사용하고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유지한다면 환자에게 장기생존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화학항암제의 부작용을 줄이는 혜택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한다.

- 특별히 옵디보+여보이 조합이 선택된 이유가 있나.

핵심은 PD-1과 기능이 겹치지 않는 체크포인트를 함께 억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있다.

옵디보와 여보이는 각각 종양 내부에서 PD-1, 림프절에서 CTLA-4를 겹치지 않게 억제해 T세포의 기능을 올려주는 역할을 한다. 기전이 겹치지 않는 두 약물을 함께 썼을 때 최고의 시너지가 발생한다는 건 생물학적으로, 환자 반응을 통해서도 입증됐다.

- 실제 처방 경험이 있나. 환자 피드백은 어땠나.

초기에는 부작용 관리 부담이 있었으나 지금은 여보이의 특성상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들을 잘 알고 있다. 치료 전 환자들에게 충분히 고지하고 있고 부작용이 발생 시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이 때 스테로이드를 선제적으로 처방하면 대부분 환자분들이 회복된다. 개인적으로 옵디보+여보이 조합을 처방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암은 자체적으로 유발하는 여러 증상이 있다. 암세포가 커지면 입맛이 없고 몸이 계속 처지고 통증이 느껴진다. 반대로 크기가 줄어들면 환자는 몸이 좋아하지는 걸 느끼는데, 일명 웰빙센스(Well-being Sense)를 느낀다고 한다.

옵디보+여보이 치료를 받은 환자 중에 약물 반응이 있는 환자들은 이를 느끼고, 이에 일상 복귀나 사회생활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 앞으로 암 치료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 것 같나.

면역항암제+화학항암제는 치료 성과가 좋은 환자에선 종양 감소 효과가 빠르고 어느 정도 조기 진행도 막아준다. 하지만 치료 성과가 떨어지거나 일부 고령 환자에서는 1차 치료로 사용하기에 제한적이다.

환자마다 조건이 다른 상황에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과거에는 면역항암제를 무조건 화학항암제와 병용해 사용했지만, 지금은 PD-L1 발현율에 따라 세분화해서 쓸 수 있는 정밀의료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면역항암제+화학항암제가 표준치료로 자리잡고 있지만, 점차 면역항암제간 병용요법이 특정 환자군에서 표준치료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화학항암제를 사용하지 않는 만큼 치료 효과를 유지하면서 장기 생존을 노리는 전략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은.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고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다.

최근 들어 좋은 약물이 많이 출시됐고 앞으로도 신약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런 시대에 환자들이 절망적으로 생각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1, 2차 치료까지 받길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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