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용 대한외과학회 신임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외과)
"외과정책단이 근거 만들고 외과 비전 만들 것"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외과의사들은 수술로 바빠 정부와 중요한 정책을 토론하는 자리에 잘 빠지곤 했다. 또 어쩌다 참여하면 외과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수가 인상만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 이제 이런 읍소전략에서 벗어날 것이다. 외과 정책연구단을 통해 근거를 만들고, 이를 통해 정부와 협상하고 외과의 어려움을 타파할 예정이다"

대한외과학회 이우용 이사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대한외과학회 이우용 이사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최근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에 취임한 삼성서울병원 이우용 교수의 말이다. 이 이사장은 삼성서울병원 기획실장은 물론 대한의사협회 이사 9년, 대학의학회 이사 등 대외활동을 열심히 한 몇 안 되는 외과의사다. 그런 그가 대한외과학회의 수장을 맡아 어떻게 학회를 꾸려갈지 물어봤다. 

- 외과 정책단을 구성했는데, 이들의 역할은 무엇인가? 

외과의사들은 수술이 시작되면 몇 시간씩 수술방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회의에 참석하기 쉽지 않다. 그 결과가 지금의 외과 모습이다. 환자 한 명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도를 바꿔 수십 명의 목숨을 살리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50여 명의 젊은 외과의사로 구성된 외과 정책단을 기획했다. 이들이 낮은 수가, 불합리한 제도, 형편없는 외과의사의 삶의 질 등을 조사하고 연구할 것이다. 이를 통해 외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정책단 단장은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응진 원장이 맡아 지휘를 한다. 내년 가을 학술대회에서 정책단의 활동이 보고될 것이다.

- 비교적 장기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수가 인상 등 단기 목표를 세우지 않은 이유는? 

현재 외과의사들의 삶을 보자. 낮에 진료하고 밤에는 콜을 받는다. 그런데 몇 시간 못 자고 다음 날 또 환자를 본다. 제대로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이런 상황이 오래되면서 전공의들의 외과 지원율은 급락했다.

전공의들이 보기에 낮에 수술하고, 밤에 쉬는 일상, 또 가끔은 외국에서 열리는 학회에도 참석하는 모습을 봐야 지원하고 싶지 않겠나! 

수가 조금 올린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고 판단했다. 10년 앞을 내다보며 개선점을 찾아 정부에 역제안할 것이고,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것들도 찾아 토론할 예정이다. 

-외과 전공의 지원율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가 일할 수 있는 병원이 없어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있는지?

현재 외과의사 20~30%가 요양병원 등에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외과의사가 전공을 살릴 수 있도록 학회 차원에서 몇 가지를 고민하고 있다.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Acute Care Surgery(ACS) 제도가 그것이다. 

내년부터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본사업에 들어간다.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제도도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본다. 외과의사들에게도 새로운 영역이 열린 것이고, 지원도 많아졌으면 한다.

ACS란 응급수술과 외상수술, 중환자치료를 모두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외상외과 의사가 외과응급수술과 외과중환자 진료를 전담하는 것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권역외상센터 등에서 정형외과·신경외과 의사의 역할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어 이들의 부재로 인한 외래환자 진료 공백을 해결할 수 있다. 

대한외과학회 이우용 이사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대한외과학회 이우용 이사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 삼성서울병원에서 ACS를 운영하고 있는데, 현장 반응은 어떤가? 

우리 병원은 3명의 외상외과 돌아가면서 전담하고 있는데, 환자와 의사 만족도 모두 좋다. 응급실에 환자가 왔을 때 외상외가 교수가 빠르게 진료하기 때문에 환자 안전에도 도움이 되고, 진료 퀄리티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등 2~3개 병원에서 ACS제도를 운영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여건이 되는 다른 병원들도 이 제도를 받아들여 환자와 외과의사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외과 수련제도를 3년으로 변경하면서 전임의제도도 손보고 있다고 들었다. 

개원이나 봉직의, 입원전담전문의, 교수 등의 트랙으로 수련제도가 바뀌면서 전임의 교육도 달라져야 하는 건 당연하다. 현재는 2년 수련을 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서울아산병원 홍석경 교수가 연구하고 있다. 외과도 분야가 다양해 의견이 분분하다. 

- 정부가 PA 문제를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다. 이에 관한 생각은? 

미국 등은 PA 자격을 만들고 제도 안에서 잘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PA가 곧 간호사란 인식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금도 분명하게 PA에게 위임할 수 있는 몇 가지 것들이 있다.

병원에서 표준규칙을 만들어 제도적으로 허락된 것은 지시하고, PA들은 이를 이행하면 문제가 될 게 없다. 일각에서 PA 문제를 논의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또 전문간호사제도를 PA로 가는 건 개인적으로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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