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근 의원 '의료법 개정안' 주목...의료계 "시대 흐름 역행" 반대입장 표명

국회에 계류 중인 '전문간호사 활성화' 법안이 PA 제도화 논란과 맞물려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의료계는 전문간호사 제도를 되살리겠다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며, PA 양성화 등 또 다른 논란만 불러올 수 있다며 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 

국회는 입법적 미비로 인해 국가공인 자격을 얻은 전문간호사제도가 표류하고 있는 만큼 이를 바로잡자는 취지라며, PA 논란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전체회의를 열어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향후 법안소위에서 본격 논의키로 했다. 

마취간호사 논란 여파...활동 전문간호사 해마다 줄어

현행 법령은 간호사 면허를 갖춘 자 중에 3년 이상의 실무경력을 쌓고 2년 이상의 교육과정을 거쳐 전문간호사 시험을 합격한 경우, 전문간호사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전문간호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1993년 보건과 마취, 정신 등 3개 분야의 '분야별 간호사'를 도입한 이래 2000년 가정전문을 더해 총 4개 분야의 '전문간호사'로 명칭을 개정한 것이 그 시초로, 현재에는 응급과 산업, 노인, 중환자, 감염관리, 아동, 임상, 종양전문까지 총 13개 분야에 전문간호사가 인정되고 있다.

한때 왕성했던 전문간호사의 활동은 전문의의 증가 등 의료환경의 변화과 맞물려 점차 축소되어 왔다. 특히 2010년 있었던 대법원 판결은 전문간호사의 업무영역 논란을 뜨겁게 불러 일으켰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당시 대법원은 '마취전문간호사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마취행위를 할 수 있다'는 기존 복지부 유권해석과 달리, 의사의 지시에 따라 시행한 마취간호사의 척수마취 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판시했다. 

"전문간호사라 하더라도 마취분야에 전문성을 가지는 간호사의 자격을 인정받은 것 뿐이므로, 비록 의사의 지시가 있었다 하더라도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직접 할 수 없는 것은 다른 간호사와 마찬가지"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이후로 활동 전문간호사의 숫자는 해마다 줄어왔다. 매년 약 400여명의 전문간호사가 추가배출 되고 있지만 활동 전문간호사의 숫자는 2012년 1378명에서 2016년 1278명으로 줄어, 지난해 연말 기준 전체 전문간호사 대비 활동 전문간호사의 비율은 8.8%에 그치고 있다.

▲연도별 전문간호사 면허등록인원 대비 의료기관 활동인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

"사법-행정부 시각차, 혼란 야기...명확한 업무범위 설정으로 제도 활성화"

인재근 의원은 법률 개정을 통해 전문간호사의 자격과 업무범위를 명확히 해 논란을 불식시키고, 전문인력인 전문간호사의 활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고 있는 전문간호사 자격요건을 모법인 의료법으로 끌어올려 그 근거를 확실히 하고, 하위법령인 보건복지부령으로 전문간호사가 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명확히 정하도록 했다.

인 의원은 "현행법에는 전문간호사가 행할 수 있는 업무 범위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어 일반간호사와 동일한 업무만 수행할 수 있는지 전문 업무도 수행할 수 있는 것인지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며 "이에 법률 개정을 통해 전문간호사 자격 제도를 활성화하고 전문의료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입법 배경을 밝혔다.

▲전문간호사 등록 및 활동 현황(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

의료계 "전문간호사-PA, 뗄 수 없는 문제...또 다른 논란 부를 것"

의료계는 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간호사 제도를 되살리겠다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며, PA양성화 등 또 다른 논란만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과거 의사가 부족했던 시절 마취전문간호사 등이 인력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활동 전문간호사의 감소는 이러한 시대적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식적으로 명확한 의료인의 업무범위를 두고도 갑론을박하는 시대에, 전문간호사의 전문영역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재단할 수 있겠느냐"며 "결국 업무영역을 둘러싼 직역간 갈등만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협은 전문간호사제도 활성화 논의가, PA 제도화 논의로 이어지는 상황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전공의특별법 시행으로 인한 진료인력공백의 대안으로 PA제도와 함께 거론됐던 것이 바로 전문간호사제도"라며 "전문간호사 활성화와 PA 제도화는 필연적으로 연관될 수 밖에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재근 의원실은 입법 미비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한 조치로 PA 논란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인 의원실 관계자는 "전문간호사 업무영역에 관한 입법미비로 인해 법과 행정간의 괴리, 사법부와 행정부의 시각차가 벌어졌다"며 "입법적 미비점을 해소해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전문간호사의 활동을 활성화하려는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PA 제도화 논란과 관련해서는 "PA는 법적용어도 아니고, 그에 대한 정의도 명확치 않다"며 "이 상태에서 국회가 PA제도화 여부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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