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전문의 인력가산 폐지 예정…노인요양병원협회, "당황"

 

정부가 노인요양병원 인력 가산제도를 폐지하고, 질 가산 제도로 전환하기로 했다.  

노인요양병원 인력 가산제도는 환자수 대비 의료인력 및 필요 인력 고용 정도에 따라 수가를 가산하는 제도다. 정부가 요양병원 활성화를 위해 초기에 도입한 제도다.

정부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지점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요양병원 인력가산 효과평가' 보고서를 통해서다. 

2월 1일 심평원이 이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그 결과가 노인요양병원을 하는 원장들을 '뜨악'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보고서 목적은 이랬다. 인력 투입과 질과의 관계 확인을 통해 현행 가산방식의 효과를 측정하고, 제도 도입 시 한시적으로 적용하기로 한 인력 가·감산제도의 개선을 위한 근거자료를 생산한다. 

보고서 결론은 현재의 가산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력 가산제도가 요양병원을 보급하는 데 기여했지만, 질적 향상이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해 가산방식의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마무리했다. 

심평원 측은 "현재 인력가산 등급제는 요양병원 진료부문의 질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까지의 인력 투입에 대한 비용을 중심으로 하는 규제는 인력 전체 규모의 확충과 평균은 끌어올렸지만 기관 간 편차를 좁히는 데 한계가 있다"고 정리했다.  

또 "인력가산제도가 요양병원의 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충분한 관계가 설명되지 못해 가산 방식의 재설정이 시급하다"며 "인력에 대한 필수 개설기준을 현재보다 상향하고, 단순 인력 투입에 따른 가산이 아닌 요양병원 기관단위의 질 측정 영역을 넓히고, 질 평가를 통한 가산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인요양병원협회는 인력가산과 의료 질은 상관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심평원 측은 간호사 인력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요양병원 핵심인력 중 하나인 간호사가 간호조무사로 대체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 인력 가산 도입 이후 보유 인력의 질은 향상됐지만 평균 미만인 기관들이 꾸준히 존재한다는 것을 부족한 점으로 꼽았다. 

뿔난 노인요양병원협회 "정부가 하라는 대로 했더니 이제 와서…"

심평원 보고서에 화들짝 놀란 곳은 요양병원계다. 
한 노인요양병원장은 "노인요양병원이란 제도가 생소할 때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고생해온 원장들에게 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요양병원이 국민 재정을 갉아먹는 존재라고 압박을 해왔다"며 "이제 보고서를 근거로 가산제도를 없애려 하고 있다"며 불쾌해했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도 보도자료를 내고 불편한 심기를 표현했다.
협회 박용우 회장은 "심평원의 연구결과는 현실과 맞지 않는 주장이며, 인력가산 제도 폐지 추진이 어렵자 수가가산 규모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이라며 비판했다. 

협회 보험위원회도 "요양병원은 지속해서 변경되는 인력 가산제도에 맞춰 빠르게 순응해 인력을 확보하고, 국가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인건비 역시 병원이 자체 부담하며 완전고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인력 가산금액이 증가한 부분만 강조하는 것은 정책에 맞춰 노력하는 대부분의 요양병원에 혼란만 가중하는 것"이라며 "요양병원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평균 이하 기관은 늘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왜?"

보험위원회는 심평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몇 가지 허점을 지적했다.  
우선 올바른 데이터를 통한 연구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 3차부터 5차까지의 진료부문 종합점수를 진료의 질 평가 데이터로 인용한 부분을 꼽았다.  

 

협회는 심평원이 요양병원의 질 변화와 관련, 지표의 평균값이 점차 향상돼 요양병원의 질이 증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평균 수준 이하 기관의 비율이 20~40% 정도 발생한다고 발표한 부분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보험위원회 한 관계자는 "종합점수를 산출하는 과정의 변화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등에 대한 고찰이 없었다"며 "지표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평가방식이 바뀌었고, 매년 평가 방식이 달랐다는 점을 고려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평균값보다 못한 기관은 어떤 평가를 하든지 당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구간이 있다 해도 큰 문제가 아니고, 인력가산과 의료의 질 향상의 상관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 

그는 "진료의 질 평균에 못 미치는 기관이 20~40%가 있어 인력가산의 기준 및 방식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라며 "병원들이 개별적으로 노력해 평균값이 상승해도 평균값 이하의 기관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력 가·감산제도 폐지가 몇 년 전부터 예견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요양병원 수가 2003년 68개 기관에서 2015년 1372기관으로 20배 가까이 증가했고, 2008년 대비 2015년 요양병원 입원 수진자도 2.1배(약 40만 명), 진료비 3.8배(약 5조 원)가 증가했기 때문에 복지부가 손을 놓고 있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가능했다는 것.  

각종 토론회 등에서 복지부는 공공연히 건보 진료비 증가율 전체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급속하게 증가하는 요양병원에 메스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요양병원의 입원 적정성, 장기재원, 질적 수준 등을 중요하게 고려해 수가체계를 개편할 것이라고 시그널을 주고 있었다.

복지부 "질 가산으로 전환할 예정" 

22일 노인요양병원협회가 보도자료를 배포한 후 보건복지부 측에 확인한 결과 요양병원 전문의 인력가산도를 질 가산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목표로 요양병원 수가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복지부가 답한 것.   

▲ 요양병원

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개선안의 핵심은 일당정액수가 차등화와 인력가산제도의 질 가산 전환"이라며 "일단 일당정액수가의 경우 질환의 경중별로 수가를 차등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질환의 중증도별로 환자군을 분류, 중증 환자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정액수가를 지급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이와 병행해 가산제 개선도 검토하고 있다. 전문의 가산 폐지 등이 골자다. 현재 요양병원이 △내과 △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등 8개과 전문의를 고용할 경우, 입원료의 20%를 가산해 지급한다.

그러나 제도 도입 초기와 달리 2015년 현재 전문의 인력가산을 받는 요양병원이 전체의 97%에 달하는 데다, 가산-비가산 과목 간의 형평성 논란이 이는 등 갈등이 이어졌다. 특히 산부인과와 흉부외과, 비뇨기과 등은 전문의 가산에 해당 전문과목이 제외된 데 반발, 인력가산 대상 전문의 범위를 확대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정부는 전문의 가산을 질 가산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특정 전문과에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의료기관 인증이나 의료기관 평가와 연계해 질 가산을 적용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8개과 전문의 가산을 놓고 논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나 의료계의 요구대로 전문과목의 숫자를 계속 늘리다 보면, 가산의 당위성이 사라진다"며 "이에 전문의 인력가산을, 질 가산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당정액수가 개선을 우선 검토하되 가산제 개선도 함께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르면 연내 제도 개선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가 변경을 추진하는 8개과 전문의 가산에 대해 협회 김선태 보험위원장은 복지부 정책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김 위원장은 "내과나 신경외과 등의 8개 전문의 가산제도는 노인에게 빈발하는 질병을 다루는 질환이고, 또 타 진료과보다 채용하기 어려운 의사라는 점이 고려된 것"이라며 "논란이 된다고 인력가산을 없애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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