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관찰 결과, CAC 점수와 상관관계 입증…치료 시 심혈관질환 위험 낮아져

'침묵의 질환'으로 불리는 간질환 중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 NAFLD)이 심혈관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조명받고 있다.

NAFLD는 대사증후군의 간 내 표현형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국내·외 연구를 통해 심혈관질환과의 상관관계가 밝혀지면서, NAFLD를 단순히 간에 국한된 질환이 아닌 여러 증상을 일으키는 '전신질환(systemic disease)'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임상에서 일반인들이 느끼는 NAFLD의 위험은 고혈압,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과 비교하면 그 정도가 높지 않다. 

성균관의대 신동현 교수(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는 "NAFLD 진단을 받아도 당장 나타나는 증상이 없고 불편함도 없어 매년 질환 진단을 받아도 본인 몸이 정말 나빠지는지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다"면서 "대부분 환자가 체중이 많이 나가고 당뇨병이 동반돼 NAFLD의 임상적 의미와 위험, 특히 심혈관질환 위험에 대해서는 잘 느끼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NAFLD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을 살펴보면,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한 환자가 가장 많으며 간 외의 악성종양, 간경변증 관련 사망이 뒤를 잇는다(J Hepatol 2008;49(4):608-612). 즉 NAFLD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학계에서는 NAFLD와 심혈관질환의 연결고리를 풀기 위한 연구가 줄 잇고 있다. 지난 10년간 영국 내 NAFLD의 질병 부담을 분석한 결과, 간과 관련된 유병률 및 사망률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제2형 당뇨병 등의 위험 역시 증가했다(J Hepatol 2015;62(1 Suppl):S47-64).

영남의대 정승필 교수(가정의학교실)가 심혈관질환 및 간질환 병력이 없는 국내 NAFLD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NAFLD 환자군에서 10년 내 관상동맥 심장질환 위험도를 평가하는 프래밍햄 위험점수가 유의미하게 높았다(Korean J Health Promot 2012;12(4):163-169).

이와 함께 NAFLD가 여러 위험인자와 독립적으로 무증상 죽상동맥경화증 발병과 관련 있다는 메타분석 결과가 발표되면서(Atherosclerosis 2013;230(2):258-267), NAFLD와 심혈관질환의 상관관계는 더 공고해져 갔다.

그러나 이를 입증한 대다수 연구가 관찰연구에 그친다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었다. 게다가 NAFLD 환자 대다수가 만성질환을 동반했기 때문에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증가한 게 아니냐는 엇갈리는 시각이 제기됐다. 

2015년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당화혈색소(HbA1c) 수치가 7% 이상인 당뇨병 환자에게서만 NAFLD가 관상동맥석회화(coronary artery calcium score, CAC) 점수와 독립적인 연관성이 있었다(Diabetol Metab Syndr 2015;7:28). 또 폐경 후 여성에서는 인슐린 저항성을 보정하면 NAFLD와 CAC 점수간 통계적인 유의성이 사라졌다(Menopause 2015;22(12):1323-1327).

그러나 이 역시 관찰연구에 지나지 않아, 학계에서는 NAFLD와 심혈관질환의 상관관계를 평가한 강력한 근거가 필요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신 교수는 최근 NAFLD와 CAC 진행의 연관성을 세계 최초로 추적관찰한 연구 결과를 공개해 학계의 이목을 끌었다(Gut 2017;66(2):323-329).

추적관찰 결과 "NAFLD, 관상동맥 죽상경화증 독립적인 위험인자"

연구팀은 NAFLD와 관상동맥 죽상경화증 진행의 연관성을 분석하기 위한 회고적 코호트 연구를 디자인했다. 연구에는 심혈관질환 과거력이 없는 성인 4731명이 포함됐다. 복부 초음파로 지방간을 검사했으며, 직접 관상동맥을 확인할 수 있는 관상동맥 전산화단층촬영(CT)을 통해 CAC를 점수화했다.

평균 3.9년 추적관찰 결과, CAC 점수의 연간 증가율은 NAFLD 환자군에서 22%, 비환자군에서 17%였다. 이를 다변량 분석했을 때 CAC 점수의 연간 증가율은 NAFLD 환자군이 비환자군보다 1.04배 높았다(95% CI 1.02~1.05; P<0.001).

이는 1년에 4%씩 관상동맥 죽상경화증 위험이 증가한다는 의미로, 질환을 앓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위험이 더 높아질 공산이 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NAFLD 환자군과 비환자군의 CAC 점수 격차는 해가 지날수록 점차 벌어졌다.

이어 연구팀은 연령, 성별, 흡연력, 알코올 섭취, 허리둘레 등에 따른 하위분석을 진행했고, 앞선 결과와 유사하게 대부분 하위군에서도 NAFLD와 CAC 점수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단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130/85mmHg 이상인 환자군에서만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고혈압이 심혈관질환을 악화시키는 강력한 위험인자로 꼽히기 때문에 이들에서 NAFLD의 위험을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NAFLD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단면연구는 많이 진행됐지만, 이번 연구는 그 연관성을 추적관찰을 통해 처음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며 "NAFLD가 관상동맥 죽상경화증의 독립적인 위험인자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NAFLD 치료 시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NAFLD가 심혈관질환의 독립적인 위험인자로서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NAFLD 치료 후에 심혈관질환 위험이 낮아져야 한다. 이에 지난해 Gastroenterology 9월호에는 NAFLD 치료에 따른 심혈관질환 위험을 평가한 연구가 실리면서, NAFLD를 위험인자로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Gastroenterology 2016;151(3):481-488).

연구는 경동맥 죽상경화증이 없는 8020명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들을 연구 기간 동안 NAFLD가 △발병하지 않은 군 △중간에 발병한 군 △중간에 치료된 군 △계속 진행된 군으로 분류해, 경동맥 죽상경화증 발병 위험을 비교했다.

그 결과 NAFLD가 계속 진행된 군은 발병하지 않은 군 대비 경동맥 죽상경화증 발병 위험이 1.23배 증가했다. 이는 흡연력, 알코올 섭취, BMI, 체중 변화 등을 보정한 후에도 통계적으로 의미 있었다(HR 1.13; P=0.014).

흥미로운 점은 NAFLD를 관리해 중간에 치료된 경우 계속 NAFLD가 진행된 군보다 경동맥 죽상경화증 발병 위험이 18% 감소한 것이다(HR 0.82; P=0.013). 즉 NAFLD 환자는 지방간이 개선되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낮아진다는 점을 입증했다. 

"NAFLD, 심혈관질환 '조기신호'로 봐야"

NAFLD가 심혈관질환의 위험요인으로 꼽히는 점에 대해 신 교수는 "NAFLD가 심혈관질환의 독립적인 위험인자인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정립이 돼가고 있다"며 "두 질환의 병리학적 기전에 대해서는 산화 스트레스, 대식세포 활성화, 내피기능이상 등 여러 가설이 있다. 향후 동물실험을 통해 기전이 밝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NAFLD를 포함한 지방간을 심혈관질환 등 신체가 변화는 '조기신호'로 판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NAFLD는 당장 증상이 없을지라도 치료하지 않고 계속 진행됐을 때 문제가 된다"면서 "NAFLD 환자는 일찍부터 체중 유지 또는 운동 등으로 질환을 관리하면 적은 노력만으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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