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와 기회가 공존한 제약...새해에는 비상( 飛上) 기대

 
▲승승장구 : 싸움에서 이긴 기세를 타고 계속 적을 몰아침 

도입품목·자체신약 두마리 토끼 잡고 '부활포'

종근당은 새해 벽두부터 2000억원에 이르는 오리지널 품목을 품에 안아 주목을 받았다.

한국MSD와 대웅제약이 공동판매하던 DPP-4 억제제 계열 당뇨약 '자누비아 패밀리'와 고지혈증치료제 '바이토린', '아토젯'을 가져왔으며, 이탈코파마의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도 종근당 옷으로 갈아 입혔다.

이들 처방액을 합하면 2000억원에 이르며 기존에 유통된 재고량을 소진하는데 시간이 걸려도 연 1500억원의 매출이 플러스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실제 종근당은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을 제치고 3분기 누적 매출 6123억원으로 3위에 올랐다. 전년대비 40.1% 증가한 수치다.

종근당은 개량신약과 자체 개발신약 등의 포트폴리오가 도입품목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평가다. '텔미누보'가 ARB+CCB 고혈압 복합제 시장에서 선전하며 종근당 간판품목 세대교체를 이끌고 있으며 국산 당뇨병 치료제 '듀비에'도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종근당은 30여 건의 임상시험을 진행하면서 연구개발에도 공을 들였다. 종소리 하나로 제약업계를 평정했지만 의약분업 이후 주연 자리에서 다소 멀어졌던 종근당이 올해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내우외환 : 내부에서 일어나는 근심과 외부로부터 받는 근심, 나라 안팎의 여러 가지 어려운 사태를 이르는 말

오리지널 뺏기고…안팎으로 분쟁 ‘골치’

올해 안팎으로 가장 많은 이슈가 있었던 제약사를 꼽는다면 단연 대웅제약이다.

대웅제약은 연초 MSD 오리지널 품목을 종근당에 넘겨주며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이후 발 빠르게 LG생명과학 ‘제미글로’와 아스트라제네카 ‘크레스토’를 가져와 공백을 최소화했지만 이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도전과 혁신을 목표로 단행한 인사개편은 20여 년 넘게 근무했던 장기근속 임원들의 이탈과 조직의 불안정을 가져왔다.

밖으로는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메디톡스와는 보툴리눔톡신 균주 출처 규명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대관·홍보 등 요직에 있던 임원의 이직까지 겹쳐 관계는 더 악화되는 모양새다. 또 판권이 넘어간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 건으로 식약처를 상대로 대조약 변경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복지부에는 보험급여 연장을 이유로 글리아티린 보험급여 적용제한 무효화 소송을 청구했다.

한국유나이티드와는 소화제 '가스모틴서방정' 관련 특허분쟁이 진행되고 있으며, 지난 2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제미글로’와 관련해서는 사노피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실적 감소와 더불어 송사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대웅제약의 2016년은 더 없이 잔인했다.

▲설상가상 : 눈 위에 또 서리가 내린다는 뜻으로, 어려운 일이 겹침을 이름

기술수출 뼈아픈 실패 ‘선행학습’ 될까

2015년은 기-승-전-한미약품이었다. 작년 한미약품이 기술수출한 금액만 8조원에 이른다. 제약산업이 신동력 산업으로 주목받으며 한미약품은 순식간에 라이징스타가 됐다. 그런데 올해는 또 다른 의미로 한미약품이 숱하게 회자됐다.

한미약품은 지난 9월 29일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과 RAF 표적 항암신약에 대한 1조원 기술수출 호재를 알렸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악재가 찾아왔다. 베링거인겔하임의 폐암치료제 올리타 권리 반환 통보였다. 주식은 요동쳤고 이 과정에서 고의적인 지연공시, 공매도 세력 의심, 미공개 정보 유출에 의한 부당이득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됐다.

결국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이관순 대표는 정무위원회 국감 자리에 증인으로 소환됐으며 재무총괄책임자의 사표 제출 등 이슈가 끊이지 않았다.

식약처에서도 조사가 진행됐다. 올리타 허가과정에서 부작용 보고가 누락됐다는 의심에서다. 한미약품은 '신약 기술수출 계약 파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한 45명을 적발, 4명을 구속했다는 검찰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한숨 돌렸다.

그러나 얀센에 기술수출한 당뇨병 후보물질 임상 지연 소식에 또 한 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기술수출 계약이 많았던 만큼 앞으로 이 같은 일을 몇 번이나 더 겪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선행학습을 톡톡히 치른 만큼 한미약품의 성숙해진 대처가 예상된다.

▲자중지란 : 같은 패 안에서 일어나는 싸움

'신의 직장’ 옛말?...다국적사 노사갈등 심화

노사갈등을 빚는 다국적사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7월 희망퇴직프로그램(ERP)을 진행하면서 해고논란에 휩싸였다. 희망퇴직이 아닌 목표달성을 채찍질하면서 저성과자 해고에 가깝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었다. 이에 노조원들은 '희망을 가장한 부당해고, 투쟁으로 저지한다' 등의 피켓을 들고 서울시 송파구 본사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회사를 향한 시위는 8월 사노피가 이어받았다. CP규정 위반을 이유로 10년 장기근속자를 징계해고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징계양정 근거해서도 과한 조치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노동자 복귀 판정결과가 나왔음에도 회사에서 모르쇠로 일관해 노사갈등은 심화됐다. 여전히 사측은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며, 오영상 노조위원장은 프랑스대사관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노동고용부 조사 촉구 등을 계획하고 있어 갈등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추위를 앞둔 11월, 회사 앞에 모여든 노조원들은 쥴릭파마코리아 소속이었다. 이들은 비정규직 조합원에 대한 차별과 낮은 임금인상률 문제로 사측과 갈등을 빚었다. 노조 측은 △비정규직 조합원의 정규직 전환 △2016년 임단협 요구안 수용 △불법적으로 회사경영에 참여한 임원 징계 △크리스토프 피가니올 사장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회사는 지속적인 대화로 합의점을 찾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이미 노사 간 벌어진 간극을 메우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사회생 : 죽을 뻔하다가 살아남

안전성 논란에 술렁…재도약 노린다 '올메텍 패밀리'

지난 4월 프랑스에서 터진 올메사르탄 안전성 이슈가 항고혈압제 '올메텍 패밀리' 상승세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프랑스 국립의약품청(ANSM)이 효과 미흡 및 장질환 발생 위험성 등을 이유로 의약품 명단에서 삭제할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

이 소식을 접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국내 의약전문가 및 소비자 단체 등에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고, 올메사르탄 제제가 속한 항고혈압제 시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ARB 단일제 시장 3000억원에 복합제 시장 2000억원까지 더하면 5000억원 규모다.

이들 중 올메텍과 올메텍플러스, 세비카, 세비카HCT 등으로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웅제약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였다. 실제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가 올메사르탄 제제 처방제한 또는 급여제한 등 긴급조치를 촉구하고 나섰으며 동시에 일각에서는 급여중단이 허가취소로 와전되기도 했다. 기회를 노린 경쟁사들의 틈새 영업도 눈에 띄었다.

대웅제약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했다. 대한고혈압학회가 밝힌 '올메사르탄 제제 부작용으로 언급되는 장질환 발생위험이 한국인에서는 실체가 명확치 않은 부작용이며 국내에서 올메사르탄 제제의 안전성이 문제가 될 가능성은 낮다'는 견해가 진화에 도움이 됐다.

결국 식약처가 올메사르탄 제제의 국내 허가사항에 '장질환자 복용금기' 조항을 신설하는 것으로 2달여간 의 안전성 논란은 일단락됐다. 사실상 퇴출과 다름없는 급여중단 위기에서 벗어난 올메텍이 다시 얼마나 비상할 수 있을지 2017년이 주목된다. 

▲암중모색 : 뜻어둠 속에서 물건을 더듬어 찾는다는 뜻으로, 확실한 방법을 모르는 채 일의 실마리를 찾아내려 함

국내 위기 벗어났지만…글로벌 진출 ‘안갯속’

올해는 유독 위기를 겪은 의약품이 많았다. 그중 한미약품의 '올리타'는 화려한 조명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시련을 겪는 롤러코스터 같은 행보를 보였다.

올리타는 27번째 국산 신약이자 폐암 표적항암제로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지난 5월 소개됐다. 올리타는 한미약품 창사 이후 첫 번째 허가신약이며 글로벌 신약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던 제품이다.

실제 유럽과 중국에서 임상을 진행하며 글로벌 진출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허가받은 지 4개월여 만에 연이은 비보가 날아들었다.

먼저, 올리타의 유럽 임상을 진행 중인 베링거인겔하임이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올리타의 임상데이터 재평가, 폐암 표적항암제의 최근 동향과 미래 비전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베링거 측은 밝혔다.

같은 날 임상과정에서 환자 2명이 심각한 피부 이상 반응으로 사망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향후 식약처 국감에서 확인된 올리타 부작용 사례는 사망 3건, 중대이상 29건이었다).

부작용이 알려진 후 식약처는 신규환자 처방 중단 등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으며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었다. 허가취소는 면했다. 중증 피부 이상반응이 나타났으나 기존치료에 실패한 말기 폐암 환자에서 해당 제품의 유익성이 위험성보다 높다는 것이 중앙약심의 판단이다.

국내에서는 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난 셈이다. 그러나 유럽에서 진행하던 임상이 취소된 마당에 새로운 글로벌 파트너를 찾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자이렙에 라이선스 아웃한 올리타의 운명도 안갯속이다.

▲입신양명 :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출세해 이름을 세상에 드날림

중남미 진출 성공 토종신약 위상 UP

보령제약이 자체 개발한 고혈압치료제 카나브가 국산 신약의 위상을 높이며 글로벌 신약의 면모를 과시했다.

카나브는 2010년 개발된 15호 국산 신약이자 국내 최초 고혈압신약이다.

지난 2014년 멕시코에서 발매한 이후 1년 만인 지난해 8월 멕시코 순환기내과 ARB 단일제 부문 주간 처방률 1위에 올랐으며 지난 1월 기준으로 월간처방률 11.7%를 기록했다. 또한 시장 점유율도 7%를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성장 중이다.

카나브의 저력은 지난 9월 다시 한 번 입증됐다. 멕시코 스텐달사와 암로디핀복합제 '듀카브', 고지혈증복합제 '투베로'에 대해 2737만 달러 규모의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한 것.

이에 따라 카나브는 2011년 중남미 13개국을 대상으로 수출을 시작한 후 2013년 카나브플러스, 올해 듀카브와 투베로까지 출시된 모든 카나브 패밀리를 중남미에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중남미 시장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의 허가가 진행되고 있어 카나브 패밀리의 해외진출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카나브 단일제로 쌓아온 시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카나브 패밀리가 2020년까지 2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내수 시장과 글로벌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카나브의 공격적인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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