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손해 원인으로 비급여진료 규정...醫 “순이익 증가 위한 것 아니냐”

▲ 보험연구원은 28일 실손보험 개선방안 공청회를 열고 비급여진료비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험업계가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 증가가 의료계의 도덕적 해이에 따른 무분별한 비급여 의료행위로 인한 것이라며, 비급여 관리를 위해 코드 표준화와 함께 전문심사기관을 구축하는 방안을 내놨다. 

반면 의료계는 비급여진료 코드를 표준화하자는 보험업계의 공격에 순이익 증가를 위해 국민 건강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험연구원과 한국계리학회는 2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실손의료보험 제도개선’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발표에 나선 보험연구원 정성희 연구위원은 실손보험 손해율을 줄이기 위해 비급여진료비 청구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전문심사기관 설립을 제안했다. 

정 연구위원은 “실손보험 청구 현황을 보면 의원급 의료기관, 근골격계 질환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며,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의료기관별로 비급여진료에 적용되는 코드가 상이할뿐더러 표준화 정보가 매우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비급여진료비 청구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전문심사기관 설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연구위원은 “산재보험 등에는 비급여진료비를 심사하는 기준과 심사 기구 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실손보험에는 이 같은 체계가 없는 상황”이라며 “실손보험사에서는 보험사에 청구한 영수증에 적힌 금액에 의존해 자체적으로 심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비급여진료비 청구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전문기관이 구축될 수 있도록 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연구위원이 그리는 방안은 실손보험 청구 전문심사기관 설립은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되, 그에 앞서 ▲비급여진료에 대한 통계 집적 및 청구서식 표준화 ▲비급여진료비 청구 적정성 심사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선행과제로 제안했다. 

정 연구위원은 “현재까지의 논의 상황을 볼 때 비급여진료비의 청구 동일한 코드 적용 및 표준화를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촉구해야 할 시점”이라며 “아울러 심사체계 구축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국계리학회 최양호 회장은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비급여 진료행위를 실손보험 특약으로 분리, 이에 대한 보험료 인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의료계에서는 여러 이유로 도덕적 해이에 따른 비급여 진료행위를 늘리고 있고, 이로 인해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20%에 육박했다”며 “이는 결국 고령층의 보험료 부담 가중으로 이어져 계약유지를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 우려했다. 

이에 따라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증식치료, 비급여주사제 등을 대표적인 도덕적 해이에 따른 비급여 진료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특약으로 분리, 자기부담비율을 기존 20%에서 30%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궁극적으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부분에 보험료를 인상함으로써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라며 “이를 통해 의료이용 행태를 억제하고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은 이어진 토론에서도 여론을 몰아갔다. 

생명보험협회 김홍중 본부장은 “비급여진료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적정한 실손보험 상품을 만드는 데 난항을 겪었다. 비급여 진료항목의 코드를 표준화하는 게 시급한 상황”이라며 “의료계는 비급여 진료행위에 대해 임의적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있어 기관별로 가격차이가 급격하게 나고 있다. 의료기관에 비급여진료비 표준화된 코드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 이창욱 보험감리실장도 국민의 선택권을 높이는 차원에서 비급여 진료항목 표준화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순이익 증가 위한 것 아니냐”
반면 의료계는 비급여 진료행위로 인해 실손보험사의 손해율이 올라갔다는 주장은 거짓 포장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보험업계는 비급여 진료행위 코드 표준화를 주장하는데 보험사들도 순수익률을 표준화하자고 이야기하면 할 수 있겠느냐”며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아지면서 국민건강에 위협이 된다고 이야기하지만, 결국 요점은 가입자의 혜택을 줄이고 비급여 가격을 통제함으로써 순이익을 높이고 싶은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서 이사는 “120%의 손해율을 이야기하지만, 2015년 민간보험사 순이익은 6조 3000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올해 두 차례 보험료를 인상하기까지 했다”면서 “의료에 붙어 공공이라 포장하고 금융당국에 붙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건당국은 비급여진료 관리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촉구한다고 해서 쉽고 빠르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이창준 과장은 “비급여진료 관련 법적근거가 마련된 만큼 가격을 공개하고 진료비 명세서도 세분화할 것이지만, 이는 쉽고 빨리 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실손보험사에서 진료비 청구 자료를 축적, 나름대로 활용해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실손보험 심사를 심평원에서 위탁해야 한다는 주장을 보험업계에서 꾸준히 하고 있는 데 복지부의 공식 입장은 반대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며 “심평원은 국민의 건강보험료로 운영되는 공적 기관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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