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 주최 토론회서 의료계·보험계 공방 거듭

▲ 보험연구원은 지난 16일 실손의료보험 제도개선 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 급증의 원인으로 비급여 진료비용을 꼽으며 책임을 의료계에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험업계가 급증하는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비급여 진료비 증가와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나서 의료계와 대척점에 섰다.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 개선을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보험연구원은 지난 16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실손의료보험 제도개선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보험업계와 의료계를 비롯해 학계 전문가들이 참석, 실손의료보험의 제도개선 방안을 놓고 토론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정작 뚜껑이 열리자 의료계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터졌다.

주제발표에 나선 보험연구원 정성희 연구위원은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급증의 이유로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등 도덕적 해이 ▲의원급 의료기관, 근골격계질환 중심의 비급여 진료비 집중 ▲미흡한 비급여 진료비 관리체계 등을 지목하며, 이 때문에 실손의료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연구위원은 “일부 의료기관이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에게 고가의 불필요한 의료서비스 등 과도한 비급여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보험료 누수가 발생하고 있고, 이는 선량한 가입자에게 보험료 인상이라는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연구위원은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규모가 작은 의료기관에서 비급여 진료비 청구가 더 높았고, 그게 증가추세라는 부분”이라며 “이 같은 현상을 보면 정부가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부실한 관리체계를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실손의료보험의 지속가능성과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급여 명칭과 코드 표준화 및 의료기관의 의무사용 ▲공보험과 연계한 비급여 심사체계 구축 등 비급여 관리체계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실손보험 손해율 원흉 ‘비급여’…관리체계 만들자
이어진 토론에서도 보험업계는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증가의 책임을 의료계에 전가하며,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심사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여론을 만들었다.  

생명보험협회 김홍중 시장자율관리본부장은 “비급여 진료비는 객관적인 심사체계가 없어 같은 의료행위라도 의료기관별로 17배의 가격편차가 나온다”며 “대표적인 사례인 도수치료는 치료 횟수 제한이 없어 의료기관에서 실손보험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과잉진료가 심각하게 발생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2013년 자동차보험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위탁심사를 맡으면서 130억원 가량의 진료비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며 “급여 진료와 마찬가지로 전문가가 심사하는 전문적인 위탁 기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김대환 교수(한국보험학회 이사)는 “정부는 비급여 진료비 개선과 동시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보장성을 높여도 모든 의료행위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건강보험료를 인상해 보장률을 높이겠다는 생각보다는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보장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손해보험협회 이재구 시장업무본부장은 “급여행위코드는 10만 8000여개에 이르지만 비급여 행위코드는 704개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의료기관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게 문제”라며 “정부에서는 비급여 진료를 왜 방치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비급여 진료비가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한 분야”라고 말했다. 

醫 “실손보험 문제 의료계 떠넘기는 꼴”
반면 이날 의료계를 대표해 토론자로 참석한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보험사들이 실손의료보험의 문제를 의료계에 떠넘기는 꼴이라고 일갈했다. 

서 이사는 “보험사들이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높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보험사들이 단독상품이 아닌 특약이 포함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투입된 비용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며 “실손의료보험의 설계에 대한 진단 없이 의료기관의 잘못으로 전가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 이사는 “오늘 세미나의 핵심은 비급여 진료비 관리·통제 기전을 만들어 보험사의 이득을 올리자는 것”이라며 “10년 동안 실손의료보험을 판매하면서 수익을 보고나서 이제와 손해가 발생하니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비급여 진료비를 문제삼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고 질타했다.

한편, 이날 금융위원회는 실손의료보험의 인프라를 재정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손의료보험제도가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비급여 관련 통계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정은보 부위원장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과잉진료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고,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을 통해 국민에게 문제를 전가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수년 내 실손의료보험 보험료는 2배 이상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부위원장은 “최근 보건복지부와 발족한 정책협의회를 통해 실손의료보험의 인프라 구축 및 재정비를 논의할 것”이라며 “특히 비급여 의료행위 관련 정보 비대칭을 개선하는 등 비급여에 대한 통계시스템을 정교하게 구축하고, 코드 표준화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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