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뇌 과학 이용한 거짓말 판별 '시기상조'
[오피니언] 뇌 과학 이용한 거짓말 판별 '시기상조'
  • 김석주 성균관의대 교수
  • 승인 2016.11.01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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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과학 이용한 거짓말 판정…정확도 100% 아니면 누군가는 억울한 누명 쓸 것

비리나 성범죄에 연루된 유명인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김석주
성균관의대 교수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들은 "억울하다, 누명을 썼다"고 항변한다. 반박하는 이는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한다. 둘 중 하나는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하루 평균 한 번 이상 거짓말을 한다. 순수할 것 같은 아이들도 거짓말을 한다.

한 실험에서 뒤집힌 카드 내용을 맞추면 아이에게 상을 주기로 하고, 어른을 방 밖으로 나가게 했다. 두 살 아이 세 명 중 한 명(33%)은 카드 뒷면을 몰래 보고서는 보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세 살 아이는 절반(50%)이, 네 살은 80%가 거짓말을 했다.

성장 과정에서 지적 능력이 발달하면서 아이는 '내가 아는 진실을 상대방이 전혀 모를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뜬다. 타인의 생각을 추측하는 능력인 '마음이론'이 생기는 것이다. 일반인이 다른 사람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맞출 확률은 54%에 불과하다고 한다. 거짓말할 때마다 코가 커지는 피노키오는 현실에 없다.

사람들은 어떻게 속지 않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표정이나 몸짓, 언어를 분석해 거짓말을 찾아내는 전문가도 등장했다. 극히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얼굴 근육과 혈류의 미세한 변화를 이용하는 기법도 있다. 이런 노력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게 거짓말탐지기다.

거짓말할 때의 땀·체온·심장박동 변화를 잡아내 거짓 여부를 판별한다. 하지만 거짓말탐지기는 거짓말할 때의 스트레스를 감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냉정하고 침착한 범죄자의 거짓말은 믿고, 긴장해서 떠는 무고한 사람은 의심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거짓말을 할 때 뇌 변화를 알아내기 위해 뇌과학 지식과 첨단 기술도 동원됐다.

영국 셰필드대 정신건강의학과 스펜스 교수를 비롯한 많은 연구진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해 '거짓말과 뇌'에 대해 연구했다.

그 결과 거짓말을 할 때 '억제와 조절'을 담당하는 영역인 뇌 전전두피질과 대상피질이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실을 억제하고 거짓말하려는 노력의 결과로 보인다. 절도범을 잡아내는 모의실험에서 MRI를 통한 거짓말 탐지는 매우 높은 정확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일부 미국 기업은 이미 이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다.

뇌 과학 이용한 거짓말 판정 가능할까? 정확도 100% 아니면 누군가는 억울한 누명 쓴다

하지만 이 같은 뇌과학 기법을 법정에서 이용하기는 아직 이르다.

기술에 한계가 있는데다, 실험 조건 속 거짓말과 현실의 거짓말은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면서 죄의식을 느끼고 불안해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감정이 동요하지 않고 상대방을 속일 궁리만 한다. 거짓말하면서 사용하는 뇌 영역이 다를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정확도가 높아진다면 뇌과학을 이용한 거짓말 판정을 법정 외에서 사용할 수 있을까?

정치인의 거짓말을 판별하거나 학교·기업의 면접 도구로 사용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우리 아이가 주말에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는지', '애인이 지난 금요일에 야근을 했는지' 등도 알아볼 수 있지는 않을까? 뇌와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통념이 있다.

하지만 기술은 뇌의 이야기를 엉뚱하게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정확도가 100%가 아니라면 누군가는 억울한 누명을 쓸 것이다. 뇌와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통념 때문에 그 사람의 누명은 좀처럼 벗겨지기 어렵다.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는 것도 문제다. 인간이 태어나 가장 먼저 이뤄야 할 심리사회적 과업은 '신뢰감 형성'이다. 사람은 타인에게 신뢰받기를 원하는 존재다.

누군가 나를 의심하고 MRI로 확인하려 한다면 그 사람에 대한 기본적 신뢰가 무너질 것이다. 뇌과학적 거짓말 탐지의 사용 범위를 정할 때에는 윤리와 기술, 마음과 뇌, 인간과 기계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모든 거짓말을 없앨 수 없다. 또 그럴 필요도 없다. 능숙한 사기꾼은 마음이론이 잘 발달돼 타인의 욕망과 공포를 잘 읽어내고, 이익을 위해 자기 충동을 절제할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의 고통을 보고 공감하는 뇌 영역인 '거울 뉴런'이 활성화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뇌과학적 거짓말 탐지 기법만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다.

내 거짓말로 인해 다른 사람이 받을 고통을 떠올리고 함께 아파할 수 있는, 다른 사람에게 공감할 줄 아는 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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