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우울증과 생체리듬 간 상관관계 밝혀…생체리듬 복원으로 치료 가능성 시사

▲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이헌정 교수

고려대 안암병원 이헌정, 조철현 교수팀(정신건강의학과)이 조울증·우울증 발생의 새로운 기전을 밝혀냈다.

특히 약물치료가 아닌 생체리듬을 이용한 새로운 기분장애 치료법의 가능성을 제시해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다.

연구팀은 기분장애 환자 26명에서 발생한 31회의 조증 및 우울증 삽화와 18명의 정상인을 대상으로 약 3년간 연구를 시행했고, 입원 초부터 퇴원 전까지 환자의 기분 양상과 생체리듬 변동을 2주 간격으로 지속적으로 측정했다.

일반적으로 낮과 밤의 변화가 생체리듬과 일치하는 것이 정상인데, 이번 연구에서는 기분장애 환자들의 생체리듬이 조증에서는 정상보다 당겨져 있고 우울증에서는 지연되는 등 정상에서 심하게 벗어나 있음을 규명했다.

이와 함께 코티졸 농도는 아침에 최고치를 보이는 게 정상이지만, 조증에서는 자정 무렵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 오후 3시에 최고치를 보이는 시간유전자(PER1/ ARNTL)의 발현은 조증에서 아침에 최고치로 나타났으며 심하게 앞으로 당겨져 있는 양상이었다. 반면 우울증에서는 코티졸 농도와 시간유전자 발현이 정반대로 심하게 뒤로 밀려진 현상을 보였다.

즉 급성조증인 경우 정상보다 평균 7시간 앞당겨 있었고, 우울증에서는 4~5시간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러한 생체리듬의 변동은 기분증상이 호전됨에 따라 정상을 돌아오는 것으로 확인돼 기분장애와 생체리듬 간 높은 상관관계를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약물치료만으로는 한계를 보였던 기분장애를 다른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생체리듬의 교란이 조울증과 우울증의 중요한 발생 기전이며, 이 리듬을 바로잡는 새로운 치료법과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조울증과 우울증의 발생과 재발을 예방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

이헌정 교수는 "생체리듬은 태초에 생명체가 만들어진 지구의 자전에 의해 생겨난 낮·밤의 변화에 따른 만들어진 본능으로, 아침에 밝은 태양 빛을 눈으로 보는 것을 통하여 조절된다"면서 "인공조명과 실내 생활로 생체리듬이 어긋나기 쉬운 환경에 살고 있으며, 이것이 최근 현대인에서 조울증·우울증 등의 기분장애 증가의 한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존 약물치료에 의존했던 조울증 치료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며 대증적인 치료가 아닌 근본적인 치료 및 예방 방법으로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핀란드 국립보건원의 티모 파토넨 교수는 연구와 함께 실린 코멘트를 통해 "이 교수팀의 논문은 조울증의 의학적 이해를 넓히는 수준을 넘어, 조울증의 치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획기적인 계기"라며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저명학술지 EBio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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