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 다학제진료 등에 사용... EMR 연동, 의료기기 등 풀어야할 숙제 많아

 

가천대 길병원이 도입한 IBM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 운영에 관한 대략적인 그림이 소개됐다. 

28일 한국바이오협회와 스마트의료연구회 주최로 열린 스마트헬스케어 포럼에 참석한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 추진단장은 왓슨 포 온콜로지에 관한 간략한 소개를 했다. 

2년 전부터 왓슨 포 온콜로지에 대한 준비를 해 왔다고 말하는 이 단장은 IBM과 10월 15일부터 계약이 유효해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기 어렵다는 단서를 달았다. 

빅4병원을 앞서기 위한 도전
왓슨 포 온콜로지 도입 이유에 관해서는 빅4병원을 앞서기 위한 방안이라고 했다. 패러다임을 바꾸는 방법으로 빅4병원과 경쟁해보겠다는 것이다. 

이 단장은 "두 명이 함께 타는 자전거를 보면 뒷자리에 있는 사람은 자전거에서 내려 자동차를 타든지, 다른 방법을 택하지 않으면 절대 앞에 갈 수 없다"며 "빅4병원보다 길병원이 앞서려면 게임 체인지가 필요했고, 그 수단으로 왓슨 포 온콜로지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빅4병원에는 있고 길병원에 없는 것을 '신뢰'라고 분석했다는 게 이 단장의 얘기다. 환자나 사회가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에게 갖는 신뢰를 길병원이 넘어설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는 것. 새로운 모멘텀 즉 왓슨 포 온콜로지 도입으로 새로운 개념의 신뢰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길병원은 왓슨 포 온콜로지 도입으로 단기간 내에 암진료 수준을 메모리얼 슬론캐더링 같은 세계 톱클래스 수준으로 향상시킨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또 암진료를 위한 정밀의학 선도병원이 돼 빅4병원을 앞서간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왓슨을 더 믿게되면
도입 과정에서 의사들의 반발도 컸다고 한다. 이 단장은 "의료진 사이의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자신의 위상에 변화가 득이 될 것 같으면 찬성했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되면 반대했다. 내부 조율과정이 굉장히 힘들었다"며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는다는 '당랑거철'이란 말이 있듯 거대한 세계적인 트랜드는 막을 수 없다고 의사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진료과정에서 의사가 뛰어난지 왓슨 포 온콜로지가 나은지 등의 흥미 위주의 이슈는 그만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왓슨 포 온콜로지가 의사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단장은 "치료법 결정에 관한 최종 결정은 의사가 될 수밖에 없고, 왓슨은 의사가 의사결정을 내릴 때 보다 효율적으로 내릴 수 있도록 보조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종양내과 의사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왓슨 포 온콜로지는 두가지 패턴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암치료를 할 때 다학제진료에 왓슨 포 온콜로지가 의사 자격으로 참여하고, 개인적으로 왓슨 포 온콜로지의 도움을 받겠다는 의사도 있어 이 때 의사결정의 보조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암진단에 있어 의사가 맞을 수도 있고, 왓슨 포 온콜로지가 맞을 수도 있다는 게 이 단장의 생각이다. 

이 단장은 "왓슨 포 온콜로지가 우리나라 가이드라인과 맞지 않는 결정을 내렸을 때 의사가 한국과 미국 등의 상황을 고려해 환자에게 알려주면 된다"며 "나의 걱정은 만일 환자가 의사보다 왓슨 포 온콜로지의 결정을 더 신뢰하게 될 때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왓슨 포 온콜로지에 관해 복지부는 보다 발전된 의학교과서의 개념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평소 의사들이 진단과 처방을 내림에 있어 관련 서적과 논문 등을 참고하는 것과 같은 성격으로 봐야 한다"며 "의료법상 왓슨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어차피 최종 진단과 처방은 의사의 몫 아닌가?"라고 말했다. 
  
"EMR 연동은 다음 단계에"  
많은 전문가가 궁금해했던 EMR 연동에 대한 답도 내놨다. 

이 단장은 "개인정보유출 등에 위험하고 불확실한 부분이 많이 남아 있어 EMR 연동은 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에서도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어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며 "EMR 연동은 다음 단계에 해결하는 문제로 남겨뒀다"고 말했다. 

실제 복지부는 정보 유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 IBM이 수집된 환자정보를 상업적 용도로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사용기관인 길병원에서도 이 부분을 충분히 염두해야 한다. 제품 업그레이드 등은 IBM과 길병원 양측 협의로 이뤄질 수 있지만 외부기관으로의 유출은 엄격하게 규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왓슨 포 온콜로지를 이용했을 때 최종 책임에 관해서는 모든 진료에 대한 책임은 의사가 진다고 했다. 네비게이션을 이용해 운전을 했을 때 잘못된 길을 안내했다고 네비게이션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이치와 같다고. 

일각에서 미국인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왓슨 포 온콜로지가 만들어질 때부터 한국형 미국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전 세계 데이터를 가지고 만들었기 때문에 터무니 없는 지적이라 말했다. 
이 단장은 "왓슨 포 온콜로지가 한국형이 아니라서 제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말은 잘못된 것이다. 만들어질 때부터 글로벌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제 한국형이 아니라 개인 맞춤형이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기기 여부도 논쟁거리  
당장은 뜨거운 이슈가 아니지만 왓슨 포 온콜로지가 의료기기냐 아니냐에 관한 논쟁은 다가올 다툼거리임에는 틀림없다. 이 단장도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면 문제가 될 것이 확실하고, 굉장히 조심스런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이 단장은 "왓슨 포 온콜로지를 2급 의료기기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지 않지만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IBM은 의료기기로 분류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길병원은 왓슨 포 온콜로지를 암 분야뿐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난치성 신경질환 등으로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보험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빅데이터와 생애주기데이터와 연계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가천대가 설립하려고 준비 중인 가천인공지능기술원과 협력해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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