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술군보다 체중감량 효과 21% 더 뛰어나…감량된 체중도 유지

비만 또는 과체중 환자가 베리아트릭 수술(Bariatric surgery)을 받으면 체중감량 혜택이 있다는 점은 여러 연구에서 검증됐다.하지만 대부분 연구가 단기간에서 효과를 보았다는 한계점이 있어, 수술 후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감량 효과가 유지되는지를 분석한 장기간 연구가 필요했다.여기에 베리아트릭 수술을 받은 비만한 환자가 비수술 환자보다 10년 후에도 체중감량 혜택이 있고 수술 전 체중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는 연구가 공개돼, 비만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게 될 전망이다.

3·5년 체중감량 효과는 우수…그 이상 지나면?

비만 또는 과체중 환자가 베리아트릭 수술을 받으면 체중감량 혜택이 있고 단기간 효과가 유지된다는 점은 앞선 연구들에서 검증된 사실이다.

올해 초 공개된 연구를 살펴보면, 베리아트릭 수술을 받은 비만한 청소년에서 체중감량 효과가 3년간 유지되는 것으로 나왔다(N Engl J Med 2016;374:113-123).

연구팀은 평균 나이가 17세이고 평균 BMI가 53kg/㎡로 고도비만인 청소년 242명에서 베리아트릭 수술 후 체중감량 효과를 전향적으로 평가했다. 술기에 따라 루와이 위우회술(Roux-en-Y gastric bypass, RYGB)을 받은 환자는 161명, 위소매절재술(sleeve gastrectomy, SG)을 받은 환자는 67명이었다.

수술 전 체중과 수술 후 3년째 측정한 체중을 비교한 결과 전체 환자의 체중은 평균 27% 감량돼 수술 후에도 체중 조절 효과가 유지되고 있었다.

술기에 따라서는 RYGB를 받은 환자에서 체중이 28%, SG를 받은 환자에서 26% 감소해 RYGB를 받은 환자에서 감량 효과가 2% 더 높았다. 체중과 관련된 삶의 질 역시 의미 있게 증가해, 체중감량에 따른 삶의 질 개선도 입증했다.

지난 6월 미국심장학회(ACC)에서는 베리아트릭 수술 후 5년 동안 추적관찰한 STAMPEDE 연구 결과가 공개돼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연구에는 평균 BMI가 36kg/㎡로 과체중 또는 비만하면서 제2형 당뇨병 조절이 어려운 환자 150명이 포함됐다.

이들을 약물치료군, 약물치료군과 위우회술 병용군 또는 SG 병용군으로 분류해 분석한 결과, 약물치료만으로 체중을 조절했을 때보다 위우회술 또는 SG를 병용했을 때 체중감량 혜택이 좋았다. 특히 SG보다 위우회술을 받은 환자에서 감량 정도가 더 컸다.

이 외에도 베리아트릭 수술 후 5년 내에 체중감량 효과를 검증한 연구는 다수 발표됐다. 하지만 그 이상 시간이 지나도 효과가 지속되는지를 평가한 추가 연구가 필요했고, 마침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연구가 JAMA Cardiology 8월 31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10년간 추적관찰 결과, 비수술군보다 체중감량 효과 21% 더 우수해

미국 더럼 VA 메디컬센터 Matthew Maciejewski 교수팀은 퇴역군인의 의무기록 자료를 바탕으로 대규모 다기관 회고적 코호트 연구를 시행했다.

2000년부터 2011년 9월까지 RYGB를 받은 환자(RYGB군)는 1787명, 수술을 받지 않은 환자(비수술군)는 5305명이었다. 연구팀은 일차 평가변수를 10년간 체중 변화로 설정했고, 참가자들의 수술 전 체중과 10년 후 체중을 비교·분석했다. 

참가자의 평균 나이는 RYGB군과 비수술군이 각각 52.1세와 52.5세로 중년이었다. 평균 BMI는 47.4kg/㎡와 47.1kg/㎡로 고도비만 환자였고, 남성이 두 군 모두에서 70% 이상을 차지했으며 백인이 80% 이상이었다. 10년간 추적관찰이 가능했던 환자는 RYGB군과 비수술군에서 537명과 1274명이었다. 

10년째 체중을 수술 전과 비교한 결과, RYGB군이 비수술군보다 체중감량 효과가 21% 더 뛰어났다.

구체적으로 체중이 20% 이상 감량된 환자는 RYGB군과 비수술군에서 71.8%와 10.8%로, RYGB군이 7배 이상 많았다. 또 30% 이상 감량된 환자는 각각 39.7%와 3.9%로, 11배가 넘는 차이가 드러났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수술 전 체중으로 돌아온 환자가 RYGB군에서 극히 드물었다는 것이다. 10년 후 체중이 등록 당시 체중의 5% 이내로 돌아온 환자는 RYGB군에서 3.4%였지만, 비수술군에서는 절반이 넘는 55.5%가 본래 체중으로 돌아왔다.

즉 베리아트릭 수술은 10년간 체중감량 혜택이 있고 조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데에도 우수한 치료전략이었다.

Maciejewski 교수는 "비만한 환자에서 베리아트릭 수술이 비수술적 치료보다 체중 조절에 효과적이었고, 그 효과가 장기간 지속됐다"며 "연구 결과는 수술을 고민하는 고도비만 환자들의 치료 선택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위스콘신 의과대학 Jon C. Gould 교수는 논평을 통해 "RYGB 수술 후 10년이 지나도 등록 당시 체중으로 돌아온 환자가 3%밖에 되지 않아 놀랍다"면서 "주목할만한 연구다"고 평가했다.

위우회술 vs 위밴드술 vs 위소매절재술, 승자는?

연구팀은 술기에 따른 체중 변화 정도도 함께 평가했다. RYGB, 위밴드술(AGB), SG를 받은 환자 각각 1785명, 379명, 246명을 대상으로 수술 전 체중과 4년 후 체중을 비교했다. 

그 결과 술기와 관계없이 체중감량 혜택이 있었지만 감량 정도에는 차이가 드러났다.

RYGB군은 수술 전보다 4년 후 측정한 체중이 27.5% 감소했다. AGB군에서도 10.6% 감소했지만, RYGB군보다 감량 효과가 약 17% 낮았다. SG군에서도 체중이 9.7% 감소했지만, 이 역시 RYGB군과 비교해 약 18% 낮은 수준이었다. 

정리하자면 술기와 관계없이 수술 후 4년이 지나도 체중감량 혜택이 있지만, AGB와 SG보다 RYGB를 받았을 때 감량 정도가 더 우수했다. 이는 지난 6월 ACC에서 발표된 STAMPEDE 연구에서 SG보다 위우회술을 받은 환자의 체중감량 효과가 더 컸다는 점을 재확인한 결과로 분석된다.

Maciejewski 교수는 "이번 연구는 RYGB가 다른 술기와 비교해 체중감량 효과가 뛰어나며, 조절된 체중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피력했다.

"체중감량·안전성,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아야"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 베리아트릭 수술을 받는 비만한 환자는 적은 상황. Gould 교수는 "베리아트릭 수술은 체중감량뿐만 아니라 조절된 체중을 장기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고 심대사 건강에도 이익이 있다"면서 "이러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실제 임상에서 수술을 받는 환자는 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베리아트릭 수술이 고도비만 환자의 치료전략으로 정착된 미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국내에서는 수술적 치료가 소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순천향의대 허경열 교수(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외과)는 "국내에서 체중감량을 위해 베리아트릭 수술을 받는 비만한 환자가 많지 않다"면서 "체중감량 혜택은 입증됐지만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높다"고 밝혔다.

연구에 대해 "국내 연구에서는 체중감량 효과가 이번 연구만큼 뛰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면서 동서양의 비만 기준과 형태, 신체적 차이에 대한 한계를 언급했다.

이어 그는 "수술이다 보니 체중감량 효과만큼 안전성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며 "의사들은 환자의 체중감량뿐만 아니라 삶의 질도 함께 개선하겠다는 마음으로 수술에 임하는 자세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