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면허·진료권 분리-추가신고항목 단순화 제안..."회원 정서 모른다" 의료계 내부 쓴소리

대한의사협회는 1일 '면허제도개선 및 자율징계권 확보를 위한 공청회'를 열고, 자체 제도개선안 초안을 공개했다.

대한의사협회가 내부 논의를 통해 확정한 의사면허제도개선안 초안을 공개했다. 면허제도개선 작업의 주도권을 정부에서 의료계로 끌어오겠다는 것인데, 내부 반발이 여전히 크다.

대한의사협회는 1일 협회 회의실에서 공청회를 열고, 그간 의협 면허제도개선 및 자율징계권 확보를 위한 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한 제도개선안 초안을 공개했다.

의협 안의 가장 큰 특징은 면허제도 개선과 더불어 자율징계권 강화에 방점을 두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의사면허와 진료권을 분리해 의사면허에 관한 사항은 보건복지부가, 진료권 부여에 관한 사항은 의사협회가 관장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정부-의협판 면허개선안, 무엇이 같고 다른가

앞서 정부는 다나의원 사태에 대한 후속대책으로 지난 3월 ▲비도덕 진료행위시 면허취소, 자격정지 명령제도 신설 ▲면허신고시 질환신고 의무화 ▲진료행위 적절성 심의위원회 구성 및 동료평가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의료인 면허관리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일단 '중대한 비윤리적 진료행위'에 대해서는 면허취소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정한 중대 비윤리 진료행위는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진료행위 중 성범죄, 진료행위가 현격히 어려운 장애를 가진 경우 등 3가지다.

'비도덕적 진료행위'도 구체화, 진료행위가 계속될 경우 중대한 위험 우려가 있는 의료인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자격정치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자격정지명령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비도덕적 진료행위에는 허가받지 않은 주사제 등을 사용한 경우, 음주로 인해 진료행위에 영향을 받은 경우, 향정약을 투여한 상태에서 진료한 경우 등이 포함된다.

면허신고 요건과 관련해서는 '진료행위 적절성'에 대한 신고항목을 늘리고, 허위신고시 면허취소 근거를 마련한 점이 특징이다. 신체적·정신적 질환에 따른 진단 또는 치료경험 여부, 의료법령 위반으로 행정처분 내역, 성범죄 관련 선고여부 등이 신고내용으로 추가하는 한편, 이를 허위신고한 경우에는 면허취소가 가능하도록 근거규정을 마련했다.

또 일종의 자율규제로 동료평가제도를 도입해 ▲장기요양 1등급·치매 등 진료행위에 현격한 장애가 우려되는 자 ▲다수 민원이 제기된 자 ▲면허신고 내용상 면밀한 주의가 요구되는 자 ▲면허취소로 면허재교부를 신청하는 자에 대해서는 당연평가를 실시하도록 했다.

 


의협, 의사면허-진료권 분리...진료 지속여부 전문가단체가 판단해야

정부 면허제도 개선안이 발표 이후 의료계 내부에서는 강한 반대여론이 일었고, 의협은 뒤늦게 특위를 구성해 면허제도개선안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1일 발표된 초안은 그간 특위 논의내용을 종합한 결과다. 

일단 면허취소, 자격정지명령제도 도입과 관련해 의협은 중대한 비윤리적 진료행위를 제외한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해서는 의료인단체 중앙윤리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자율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밝혔다.

의사면허와 진료권에 관한 사항을 이원화해 면허취소와 자격정지 등 의사면허에 관한 처분은 기본적으로 보건복지부가 행사하되, 비도덕적 진행행위에 대한 처분이나 진료행위 제한조치는 복지부의 위탁을 받아 의료인단체 중앙회 윤리위원회가 그 권한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다.

면허신고 요건 강화와 관련해서는 추가신고 항목을 최소화하고, 제도시행에 따른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3년간 신체적·정신적 질환으로 진료행위에 중대한 영향을 받은 적이 있는지 여부만 묻고, 그 경우에도 전문의로부터 진료행위에 지장이 없다는 진단서를 제출하면 진료제한 조치를 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제안이다. 덧붙여 허위신고에 대한 재제 또한 1차 경고, 2차 자격정지로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동료평가제도와 관련해서는 명칭과 대상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동료평가제는 자율관리제도로, 동료평가단은 전문가평가단으로 명칭을 변경하며, 평가대상은 진료행위에 현격한 장애가 우려되거나 면허취소 후 재교부를 신청하는 경우로 한정하자고 했다.

특위는 "면허관리 규제는 세계적으로 강화 추세로 의료계로서도 무조건적인 반대만을 취할 수 없다"며 "다만 제도화의 기본시각은 적발과 처벌보다 예방과 질 향상을 목표로 국민의 건강권과 전문가의 자율권 보장을 전제로 해야 하며, 면허신고 제도와 행정권한 위탁을 통해 자율징계권을 강화하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법이 뭣이 중헌디~" 의료계, 면허관리개선 반감 여전

의료계 내부 반발은 여전하다. 이날 플로어에서는 면허제도개선 이슈를 다루는 의협과 정부의 태도가 일반 의사회원들의 정서와 동떨어져 있다는 날선 비판들이 쏟아졌다. 

대한평의사회 이동욱 회장은 "복지부가 면허처분에 관한 사항을 모두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율징계는 말 뿐"이라며 "면허처분에 대한 신뢰성이 담보되어야 면허제도 개선이든 자율징계권이든 후속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복지부로부터 면허처분을 받는 의사가 해마다 400명을 넘으며, 징계사유 중 가장 흔한 것은 부당 진료비 징수"라며 "대한민국 의사 중에 진료비 삭감을 당하지 않은 의사, 정부의 기준으로 봤을 때 부당청구를 안한 의사, 면허처분 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리베이트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리베이트 수수가 정말 잘못된 것이라면 형사처벌로 그에 대한 죄값을 물을 일이지, 면허정지를 내리는 것은 순리에 맞지 않다"며 "면허정지 처분은 해당 의사가 진료행위를 계속할 경우 위해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될 때, 이를 중지시키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부당청구나 리베이트와 같은 사유로 면허정지를 남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정부가 면허처분은 남발하면서 처분의 신뢰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면허제도개선안 논의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일반 의사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동욱 회장은 "상식적으로 면허정지 처분이 내려질 정도의 중한 잘못이 있었다면 주변동료 의사들이 처분을 받은 의사를 비난하는 것이 마땅하겠으나, 지금은 모두 정부를 탓할 뿐 아무도 해당 의사에게 손가락질 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지금의 면허정지 처분은 훈장을 단 것처럼 여겨진다. 정부의 처분을 그 누구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경기도의사회 이용진 부회장 또한 "일반 의사들의 정서와 괴리가 크다"고 공청회를 지켜 본 소회를 밝혔다.

그는 "2010년~2014년 정부 면허정지 처분 현황을 살펴본 결과 허위청구와 허위기록, 리베이트 수수가 처분건수 상위 1~3위를 차지했다"며 "이를 단순히 의사들이 비윤리적이기 때문이라고 판단할 수 있느냐"고 따져물었다.

이 부회장은 "주사기 재사용의 문제가 발생했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심평원의 급여기준에는 문제가 없는지 함게 따져봤다면 의사들도 이해하고 믿고 가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고민없이 이슈가 된 사건을 열거하고, 그에 따른 면허처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책을 마련한다니 믿고 따라갈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 면허정지 남발 사실과 달라...면허-진료권 이분화도 '난색'

복지부는 면허제도개선의 당위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의료계의 협조를 요청했다. 면허정지 남발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권혜나 사무관은 "다나의원 사태 이후 의사면허관리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며 "이에 면허개선협의체 운영을 통해 제도개선안을 마련했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 의협 특위와 함께 세부내용을 조율 중에 있다. 자율징계권과 관련해서는 장기적으로 의료인중앙회 윤리위원회의 기능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까지 논의가 이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면허와 행정처분에 관한 사항은 복지부 장관의 권한으로 이를 다 이양할 수는 없다"며 "면허와 진료자격을 따로 구분하는 것도 현행 법 체계와 시스템을 고려했을 때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권 사무관은 덧붙여 "경험이나 인력, 재정 등의 이유로 현재의 상황에서는 중앙회에 (자율징계)권한을 이양하더라도 이를 실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일단 현재의 논의 안에서 실행하면서 장기적으로 이를 검토해야 할 것이며, 단체 윤리위원회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 노력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면허정지를 남발하고 있다는 의료계의 지적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권 사무관은 "면허정지나 취소는 의료법에 의거한 조치이며, 해당 법령 규정 또한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건강을 위해 이러한 부분들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필수 불가결한, 최소한의 규제가 법률에 담겼고 이를 근거로 면허처분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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