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조절 안되거나 이미 부프로피온 성분이 함유된 약물 복용 중인 환자까지 범위 다양

6월 국내 상륙한 비만 치료제 날트렉손+부프로피온(콘트라브) 처방에 앞서, 전문의들이 환자의 동반질환과 기타 약물 복용 유무를 충분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날트렉손+부프로피온 승인 당시 처방정보데이터(Highlights of prescribing information)를 통해 공개한 금기 대상자에 따르면 심혈관질환 위험부터 고혈압이 조절이 안되거나 이미 부프로피온 성분이 함유된 약물을 복용 중인 환자까지 그 대상 범위가 넓다.

날트렉손+부프로피온은 이미 허가를 받기 전인 2011년 약물을 장기 복용하면 심혈관질환 부작용 동반 위험이 있다는 FDA의 판단 하에 허가검토 절차에서 승인이 거절 된 바 있다.

이후 2012년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심혈관질환 안전성을 알아본 The LIGHT 연구(The LIGHT trial)가 25% 진행된 상황에서 중간 결과를 FDA에 제출해 2014년 삼고초려 끝에 시판 허가를 받았다.

The LIGHT 연구결과에서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이 위약군(59명) 대비 날트렉손+부프로피온군에서 35명으로 위험도가 위약군보다 41% 낮게 나온 것이 FDA 운영위원회 마음을 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전문가들 전언이다.

현재 날트렉손+부프로피온은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환자 또는 고혈압, 제2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중 하나 이상을 동반한 BMI 27㎏/㎡ 이상인 이들의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는 지속적인 체중조절에 쓰이도록 발매가 허가됐다.

800억 비만시장 잡고 싶지만, 실제 처방 가능 환자 수 검토 필요

 

하지만 문제는 실제로 약물 처방 가능 환자 수가 과연 얼마나 되느냐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FDA는 금기 대상자 리스트를 통해 고혈압이 조절되지 않거나 경련성 질환을 동반한 경험이 있는 환자는 물론 마약성 진통제 등을 복용 중인 환자도 날트렉손+부프로피온 복용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날트렉손+부프로피온과 병용을 금기한 약물에는 △만성 비암성 통증(Chronic opioid) 아편유사진통제(opiate agonist) 등을 포함한 마약성 진통제 △벤조디아제핀, 감각피질 억제제인 바르비투르산염(barbiturates) 또는 항간질약물 △부프로피온 성분이 함유된 약물(항우울제인 웰부트린엑스엘(Wellbutrin), 아플렌진(Aplenzin) 등)이 있다.

또한 모노아민 산화효소 억제제(MAOI)를 복용 중인 환자도 최소 14일 지난 후 MAOI 억제제 복용 중단 후 날트렉손+부프로피온을 이용한 비만치료를 받도록 권고했다.

날트렉손+부프로피온이 고혈압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판단 하에 MAOI 억제제와 병용할 경우 그 위험이 극대화 될 수 있다는 FDA의 판단에서다. 실제로 몇몇 연구결과를 통해 MAOI 억제제가 심혈관질환을 유발시킨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최근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가 25년 만에 처음으로 발표한 비만 치료 지침서에서도 고혈압 환자는 물론 복용 중 혈압 수치가 떨어지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즉각 복용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AACE 지침서에 따르면 날트렉손ER/부프로피온은 복용 중 혈압 수치가 떨어지거나, 혈압 조절이 안 되는 경우 필히 복용을 중단하도록 했다. 고혈압 동반 비만환자에서는 올리스탯, 로카세린, 펜타민/토피라메이트ER, 날트렉손ER/부프로피온 처방을 긍정적으로 내다봤지만,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판단 하에 권고등급을 격하시켰다.

만성심부전도 고혈압과 마찬가지로, 신장장애(eGFR < 30mL/min) 중등도에서 고위험군 환자 모두 날트렉손ER/부프로피온을 비롯한 펜타민/토피라메이트ER, 로카세린 처방을 삼가토록 했다.

또한 날트렉손ER/부프로피온을 비롯한 펜타민/토피라메이트ER, 리라글루타이드는 심부정맥 발병 위험을 증가시킬수 있어 처방을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처방 전 환자에게 이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필히 알리도록 했다.

'자살 위험' 짚고 넘어가야 할 또 다른 문제

자살 위험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중독치료제 날트렉손과 항우울제 부프로피온 복합제로 자살 위험 역시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심혈관 안전성과 함께 추가 연구 분석을 통해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진 날트렉손+부프로피온 효능 및 안전성을 알아본 임상시험에서 날트렉손+부프로피온 복용군에서 자살 위험이 확인됐다.

FDA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비만 환자 약 4000여 명을 대상으로 날트렉손+부프로피온을 56주 동안 복용토록 한 결과, 자살 위험 또는 자살충동과 관련된 부작용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지만, 똑같은 연구를 재분석한 결과 자살을 시도한 환자가 위약군(1명, 0.03%) 대비 날트렉손+부프로피온군에서 3명 즉 0.20% 더 많았다.

이를 두고 FDA는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에 날트렉손+부프로피온군이 자살 위험을 명확히 높인다고 할 수 없다"면서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거나, 항우울제를 복용 중인 환자는 날트렉손+부프로피온 처방 전 필히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처방정보데이터에 첨부했다.

이와 함께 "주요 우울장애(MDD)를 동반한 성인 및 소아 환자는 이미 자살 위험에 노출됐기 때문에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는 중이거나, 만약에 복용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도 날트렉손+부프로피온을 장기 복용하면 많은 위험이 따른다"면서 "아주 단기간 날트렉손+부프로피온 복용이 필요한 환자가 아니라면 전문의들의 신중한 판단이 고려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A 대학 교수도 "처방할 때 환자의 심리상태 등을 사전에 평가하고 초기 주의를 기울여 모니터링 해야한다"는 말과 함께 "기존 비만 치료제들도 심혈관질환에 대한 안정성으로 논란이 많고 여전히 종결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날트렉손+부프로피온도 국내에 허가된 만큼 약물의 적응 기준을 명확히 준수하고 혈압변화, 심혈관질환 관련 임상지표들이나 증상 징후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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