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실손보험대책위 서인석 위원장, 실손보험 실체 정확히 알려야

흔히들 의사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할 의무를 지닌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손보험과 관련된 여러 문제에서도 대한의사협회의 기본 논조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한다’이다.

최근 의협은 실손보험과 관련된 현안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실손보험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위원장으로 현 의협 보험이사인 서인석 이사를 선출했다.

 

서 이사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실손보험으로 인한 문제가 어떻게 국민건강에 해악을 끼치는지, 이를 막기 위한 의협의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았다.

실손보험과 관련된 이슈는 무엇?

사실 실손보험에 대한 이슈는 의료계에 널리 알려져있지 않다. 생소한 용어도 많고 내용도 어렵기 때문에 국민은 물론, 의사들도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의협이 파악한 실손보험과 관련된 이슈는 무엇일까?

서 위원장은 “실손보험과 관련된 이슈를 정리하면 2009, 2012년에 이어 2014년 12월 발표된 금융위원회의 ‘실손보험료 안정화 대책’”이라며 “보험사의 손해율이 높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이 자주 되는데 이에 대한 문제를 금융위에서 해결하겠다는 일환 중 하나”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기존 본인부담금 10%부담에서 20%로 늘어난 것도 포함돼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어 그는 “금융감독원에서 발표한 실손보험청구 대행을 현재 가입자에서 앞으로 의료기관이 대행해주도록 하겠다는 것도 큰 문제”라며 “의료기관에서는 수혜자부담의 원칙 및 사적 자치의 원칙 등으로 환자의 청구를 대신해 줄 의무가 없고, 지금도 민간보험사와 가입자 간의 지급분쟁이 끊이질 않는데 이 사이에 의료기관이 포함되면 환자-의사의 관계가 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기관에서 청구대행을 해주면 이에 대한 비용을 의료기관이 보험사로부터 직접 받는데 이럴 경우 의료기관은 환자에게 받았던 비용을 언제 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운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의료기관의 자율권도 침해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실손보험 가입자를 꺼리는 현상까지 발생하게 될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결국 실손보험 가입자인 국민은 매월 보험료를 납부하고도 자신이 원하던 효과를 하나도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왜 심평원이 민간보험 심사위탁기관이 되어야 하나?

서 위원장이 건강보험의 심사기관인 심평원을 민간보험 심사위탁기관으로 하려는 시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민간보험 심사 위탁기관 역시 논란이 많은데 2009년부터 2013년까지는 보험정보원이라는 보험사들이 출자해 심사기구를 만들려 했다”며 “재정 등의 이유로 대형보험사와 중소보험사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심사위탁기관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한다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하나 이 역시도 쉽지 않다”며 “복지부도 심평원이 실손보험 심사를 위탁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의견을 표명한 바 있고, 의협도 건강보험료로 이루어진 심평원의 EDI를 포함한 시스템이 영리보험사에 이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민간보험사가 심평원의 청구 이관될 경우, 기존의 국민건강보험 정보를 취득할 가능성이 있고, 민간보험사가 의료정보를 축적하는 것은 큰 위험이 있다”며 “현재도 보험금의 지급이나 보험가입, 갱신 거절을 해 크림스키밍(기업이 이익이 많이 창출될 것으로 판단되는 시장에만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에만 진입하려는 현상)을 하는 대기업인데 이런 건강정보의 취득은 분명 기업의 이득을 위해 이용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손보험은 상품설계부터 잘못됐다

최근 실손보험사들의 손해율이 높아지는 이유가 상품설계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에 대해 서 위원장도 공감했다.

 

그는 “현재 민간보험사의 약관상 급여기준은 특정 질환을 제외하고 건강보험 적용 질환의 (급여 본인부담액+비급여 전액)에 10~20%”라며 “우리나라 의료는 단일 공보험체계에서 보장률이 63%로 낮고 이로 인해 비급여가 많은데 의료기술의 발달은 그런 비급여 비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경증질환일수록 환자들의 의료에 관한 요구도가 크기 때문에 본인이 시간만 된다면 매일 와서 치료를 받으려 하는 환자도 있고, 90%이상이 민간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본인이 좋아지려 노력하는 환자를 치료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

그는 “이 같이 과사용이 예측이 되는 경우는 보험사에서 정액 한도나 횟수를 정하면 환자들이 책임지거나 일정 횟수 초과하는 경우 사전심사 등을 통해 판단을 받게 하면 될 일”이라며 “이런 의료제도의 이해 없이 보험시장 점유만을 위해 과열 경쟁하다보니 보장만 외치고 상품개발에는 소홀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실손보험대책위원회의 시작, 국민 건강 보호부터

실손보험과 관련된 여러 이슈가 알려지다보니 의협은 지난 6일 실손보험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의협과 시도의사회, 각과의사회의 임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실손보험의 실체를 알리는 일에 주력할 뜻을 내비췄다.

그는 “실손보험 표준약관에 대해 국민들이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를 의료계에서 분석, 국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며 “소비자단체와도 연계해 불합리한 보험사의 횡포에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청구간소화의 단기 편익에 비해 장기적으로 체계적 정보축적으로 인한 피해가 더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해 국민 설득에 나서는 한편, 국민들에게 실손보험과 관련된 문제를 알릴 광고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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