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이현주 기자

불법 리베이트와의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검찰의 다국적제약사 압수수색으로 국내사, 외자사 할 것 없이 잔뜩 움츠러든 제약업계에 제약협회가 승부수를 던졌다. 불법 리베이트를 뿌리뽑고 윤리경영을 확산시키기 위해 무기명 투표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금까지 제약협회는 세 차례 무기명 투표를 진행했다. 지난해 진행된 두 차례 무기명투표에서는 협회장 등 극소수만이 결과를 공유하고 후속조치를 취해왔다. 그러나 비공개라는 한계로 인해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는 못했다.

심지어 남들 안할 때 공격적인 영업을 하게되면 그 효과는 3~4배가 된다는 생각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행하는 곳도 있었다.

이번 제약협회 행보는 조금 다르다. 협회는 세번째 무기명 투표를 통해 파악된 리베이트 유형을 공개하고 내달에는 회사명까지 내부적으로 공유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사실 협회의 단호박 같은 결정을 두고 뒷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불법 리베이트 정황을 포착한 것도 아니고, 단순 의심 상황에서 회원사 죽이기가 아니냐는 반대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사실 여부 결과가 확인되기 전에 이미 '카더라'식의 소문이 퍼진다면 억울한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내부 공유지만 외부로 알려질 경우 회사가 휘청할 수도 있고 나아가서는 결국 제약업계 전체에 먹칠하기 식이 아니겠냐는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제약협회 결심은 굳건하다. 다수의 투표결과가 같은 회사를 지목할 경우 의심이 아닌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제약사들의 글로벌 진출이 많아짐에 따라 윤리경영이 선결조건인 지금이 적기라는 의견이다.

물론 백프로 깨끗하고 떳떳한 곳이 없기 때문에 불법 리베이트 의심 제약사 공개로 인해 망신살을 걱정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피하거나 막아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망신당할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 먼저다.

무기명 설문조사와 이사회 내부 명단 공개를 국내 제약산업계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신뢰에 부응하기 위한 윤리경영 확립의 몸부림이자 고육지책인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는 제약협회 호소에 귀 기울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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