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검사 효과 증명하는 근거 부족… 단 검사 반대하는 것은 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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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질병예방서비스태스크포스(USPSTF)가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선별검사 유효성에 제동을 걸었다. USPSTF가 생후 18~30개월 영유아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ASD 선별검사 효과를 증명하기에는 발표된 근거들이 불충분하다는 판단 하에 권고등급 I을 매긴 것. I 레벨은 선별검사의 유효성을 증명한 연구들에 변수가 있고, 검사가 향후 치료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준다는 결론이 아직 부족하다는 의미다. 단 USPSTF는 모든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선별검사의 유익성을 가리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일뿐, 검사 자체에 의미가 없다거나, 시행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번 성명서는 JAMA 2월 16일자 온라인판에도 게재됐다. |
현재 미국소아과학회(AAP)를 비롯한 관련 학회는 지침서를 통해 생후 18~30개월 영유아를 대상으로 ASD 선별검사를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USPSTF에 따르면 영유아의 인지·언어 기능을 비롯한 사회적 중재 능력 등을 알아본 무작위 연구 26여개를 분석한 결과 최종 결론부분에서 대부분 일관성이 없었다.
일부 연구에서는 선별검사를 통해 조기에 효과적인 진단이 가능했던 반면, 일부 연구들에서는 검사를 통해 ASD 진단을 받지 않았지만, 이후 기타 발달장애 관련 질환으로 진단돼, 선별검사의 유효성을 설명하는 데 다소 부족했다(Pediatrics. 2014;133(1):37-45./Pediatrics. 2013;131(4):e1121-e1127).
이에 USPSTF 부위원장인 미국 듀크대학 Alex Kemper 박사는 "생후 18~30개월이라는 연령대에 시행되는 검사에서 과연 효과적인 선별이 가능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성명서는 선별검사의 장기 효과와 선별검사를 했을 때 가장 적합한 연령은 언제이고, 검사 방벙은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한 추가 연구가 시행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의도"라고 말했다.
"선별 검사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이번 USPSTF 성명서를 두고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AAP는 성명서를 통해 "기존에 이용되고 있는 평가도구를 이용한 선별검사의 유용성을 입증한 증거들이 존재한다"면서 "검사는 ASD 증상을 동반한 영유아를 조기에 선별하고, 향후 임상가들이 ASD 영유아를 체계적으로 진단 및 치료하는데 부가적인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폐스펙트럼장애(ASD)는 전형적으로 3살 이전에 증상이 처음 나타나지만, 의사에게 ASD 진단을 받는 시기는 3~4세 이후로 알려져 있다. 일부 영유아는 초등학교 입학 후, 또는 고학년이 돼서야 진단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조기 치료 기회가 제한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최대한 빨리 진단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
실제로 ASD의 조기 진단 및 중재가 빠를수록 향후 언어, 정서 및 행동 발달 등의 예후도 더 좋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Dawson et al., 2010; Moeller, 2000; Rossetti, 2001).
이에 2007년 AAP도 지침서를 통해 18~24개월 영유아는 발달장애 선별검사를 명시했다. 주요 검사에는 유아 자폐증 평가척도인 CHAT를 비롯한 △연령 및 단계 설문(ASQ) △의사소통과 상징행동 척도(CSBS) △발달상태의 부모 평가 (PEDS) △유아 자폐증 평가척도 수정본(M-CHAT) 등이 있다. 우리나라도 한국판 영유아기 자폐증 평가척도(K-CHAT) 등을 제작해 사용하고 있다.
특히 이들 평가척도 중 USPSTF팀에서 가장 많이 언급됐던 평가 척도는 M-CHAT으로, 이번에 참고한 연구결과의 대부분이 M-CHAT 관련 연구다. 그만큼 사용 빈도가 높기 때문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M-CHAT은 생후 16-30개월 사이 영유아의 자폐증상을 체크하는 검사로 CHAT 검사를 기초로 했다. CHAT 검사에 포함됐던 검사자 관찰용 5개 문항을 제외시키고, 기존 부모 보고용 9문항에 14문항을 추가해 총 23개의 부모 보고형 문항만으로 구성돼 있다. 23문항의 예/아니오 식 질문으로 구성됐는데, 생후 16-30개월 사이 영유아 부모와 양육자가 완성하도록 개발됐다.
변별력이 높다고 보고된 6개의 문항은 △타인에 대한 관심, △흥미로운 것 지적하거나 보여주기 △모방하기 △이름에 반응하기 △공동 참조물에대한 반응하기 등을 평가하기 위한 문항들이다. 의사소통 과정 그자체 혹은 의사소통의 전제 기술들에 해당하는 문항들은 자폐성 장애의 변별에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Modified Checklist for Autism in Toddlers; Robins, Fein, Barton, & Green,1999).
선별검사에 던진 물음표 추가연구로 풀어보자는 의미?
여기까지 정리해보면, 태스크포스팀이 모든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선별검사에 던진 물음표에, 소아정신과 의사들이 ASD 조기진단을 위해 선별검사는 필요하다는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그렇다면 국내 전문가들의 반응은 어떠할까?
경희의대 반건호 교수는(정신건강의학과)는 "성명서는 부모나 의사가 ASD가 의심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영유아들도 선별검사를 받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라는 물음표를 추가연구를 통해 풀어보자는 의미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단 ASD 관련 증상을 보이는 영유아들은 필히 선별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USPSTF을 비롯한 모든 소아정신과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반 교수는 "선별검사는 말그래도 선별일 뿐이다. 24~30개월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시행해 ASD 관련 증상을 보이는 이들을 찾아내, 좀 더 정밀하게 관찰하자는 의도에서 시행되는 것"이라면서 "다만 선별검사를 시행하기 전 또는 시행하는 과정에서 부모 의견이 반영되는데, 이들의 개인적 의견에서 한계점이 들어나, ASD 관련 증상을 선별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USPSTF도 이러한 한계점 등을 알아본 연구가 부족해, 향후 선별검사의 유효성을 가릴 추가연구를 좀 더 진행하자는 의도에서 이번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영유아 건강검진(생후 4개월부터 71개월까지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검진시기별로 선정)에서 제공하는 검진항목 중 '발달선별검사 및 평가 항목'에 ASD 관련 증상 총 5개 항목을 추가해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대상군은 생후 24개월부터 71개월까지의 영유아다.
추가항목에는 △걷지못한다 △의미있는 단어를 말하지 못한다 △아이가 보호자와 이야기를 하거나 놀때 눈을 맞추지 않는다 △청력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불러도 쳐다보지 않는다 △어른들의 관심을 끄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멀리 있는 사물을 가리키기, 물건을 가져다 보여주기, 같이 놀자고 건네주기, 소리내어 부르기, 손가락으로 가리키기 등)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