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상]통계로 본 개원가 10년- 의원급 급여비 파이 해마다 감소

흔히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급변하는 개원가의 모습을 보면 강이 하나 새로 열리고, 산이 하나 없어지는 데 10년이나 필요할까 싶다. '개원'이 평생의 일자리를 의미하던 시기는 이미 지난 지 오래. 개원가는 그야말로 격동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본지는 새해를 맞아 건강보험통계연보 등 공신력 있는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개원가의 변천을 3회에 걸쳐 조명한다. 

[기획 상]끝 모르는 저성장 터널…깊어지는 빈익빈 부익부

[기획 중]피·안·성 강세 속 산부인과 '날개 없는 추락'

[기획 하]전문의들, 생존 위해 '간판' 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동네의원 3.5곳이 문을 닫았다. 전년대비 폐업률은 4.5%. 이 가운데는 대표자의 사망이나 건강상의 사유로 폐업을 택한 곳도 있지만, 취업이나 학업을 목적으로 운영하던 의원의 문을 닫은 사례도 적지 않다. 동네의원의 경영난을 짐작케 하는 지점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부침을 보여주는 자료는 또 있다. 올 초 서울시가 발표한 '2014년 서울 자영업자 업종지도'에 따르면 서울에 문을 연 동네의원 10곳 가운데 2곳 이상이 3년을 넘기지 못하고 폐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개원해 조사 시점인 2012년 3년차를 맞은 서울 소재 동네의원들의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 그 비율이 78.2%에 그친 것. 나머지 21.8%의 동네의원은 ‘마의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는 얘기다. 이들 중에는 개원 2년을 못 넘기고 문을 닫은 곳도 20.6%, 1년을 못 채우고 폐업한 곳도 11.2%나 됐다.

'파이' 커져봤자 남의 떡…급여비 3분의 1은 상위 10% 몫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급여비 파이는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요양급여비용 규모는 2005년 24조 8615원에서 2009년 39조 4296억원, 2014년 54조 5275억원으로 10년새 2.5배 가까이 늘어났다.

단순 계산하자면 동네의원의 벌이도 그만큼 증가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숫자가 해마다 늘어나는 데다, 동네의원 몫으로 떨어지는 급여비 파이는 반대로 매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공단에 따르면 의원급 의료기관 숫자는 2005년 2만 5166곳에서 2009년 2만 7469곳, 2014년 2만 8883곳으로 10년 새 3217곳(14.7%)이 늘어났다. 해마다 300곳 가까이 동네의원의 숫자가 순증한 셈이다.

반면 동네의원 몫으로 돌아오는 건강보험 급여비 파이는 해마다 줄고 있다.

실제 의원급 급여비 점유율은 2001년 32.8%에 달했지만 2005년에는 27.3%, 2009년 23%, 2014년 20.7%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2001년에는 전체 급여비의 3분의 1 이상이 의원급 몫으로 돌아갔지만, 2014년에는 의원급 파이가 전체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병원 급여비 점유율은 2001년 31.8%로 의원보다 작았지만, 2002년 32.6%로 처음으로 의원 몫을 넘어섰고, 2005년 35.4%, 2009년 45.2%를 거쳐, 2014년 47.4%까지 늘어났다. 2001년에는 의원급과 유사했던 점유율이 2014년에는 전체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커진 셈. 늘어난 요양급여비용의 대부분을 병원급에서 흡수한 모양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네의원은 수년째 저성장 터널 속을 헤매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기관당 총 요양급여비용은 2010년 평균 연간 3억 4783만원, 2011년 3억 5796억원, 2013년 3억 7681만원, 2014년 3억 917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개원가가 "요양급여 매출이 물가와 인건비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푸념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평균'에 우는 의원들…상위 10%, 급여비 35% 차지

상당수 동네의원에는 '점진적인 성장'마저 남의 일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평균적으로 매년 1000만원가량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지만, 개원가 내부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는 까닭이다.

실제 심평원이 국회에 제출한 '의원 청구금액 10분위별 현황'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상위 10%의 의원이 전체 의원급 급여비의 35%가량을 나눠 가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료는 동네의원 전체를 급여비 청구액이 큰 순서대로 쭉 줄을 세워 10개 그룹으로 나눈 뒤, 각 그룹별로 총 청구액 규모를 따져보는 방식으로 산출됐다.

그 결과 상위 10%에 해당하는 2835곳의 의원에서 의원급 총 청구금액의 34.5%에 해당하는 3조 9000억원을 나눠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기관당 평균 청구금액은 연간 13억 7000만원, 월 평균 1억 1400만원에 이른다.

반면 중간집합에 속하는 5순위와 6순위 그룹에서는 각각 2835곳에서 9200억원, 7560억원을 나눠 가졌다. 기관당 평균 청구액은 5순위의 경우 연간 각 3억 2400만원, 월 평균 2700만원이며, 6순위 그룹은 연간 2억 6600만원, 월 2220만원 정도다. 이어진 하위그룹 의원들의 월 평균 청구액은 7순위 1770만원, 8순위 1290만원, 9순위 758만원을 기록했다.

한편 최하위 그룹은 2836곳에서 626억원 정도를 나눠 가졌다. 기관당 연 평균 청구액은 22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최하위 그룹에는 비보험 위주의 의원들이 다수 포함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의협 관계자는 "동네의원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개원가 내부에서도 대형화, 특성화된 의원으로 환자쏠림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저성장 기조 속에서 의원 규모별, 또 과목별로 다시 희비가 엇갈리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평균적으로 매년 1000만원가량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지만, 개원가 내부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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