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_중]통계로 본 개원가 10년- 가장 많은 의원수를 자랑하는 과는 어디?

흔히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급변하는 개원가의 모습을 보면 강이 하나 새로 열리고, 산이 하나 없어지는 데 10년이나 필요할까 싶다. '개원'이 평생의 일자리를 의미하던 시기는 이미 지난 지 오래. 개원가는 그야말로 격동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본지는 새해를 맞아 건강보험통계연보 등 공신력 있는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개원가의 변천을 3회에 걸쳐 조명한다.

[기획 상]끝 모르는 저성장 터널…깊어지는 빈익빈 부익부

[기획 중]피·안·성 강세 속 산부인과 '날개 없는 추락'

[기획 하]전문의들, 생존 위해 '간판' 뗀다

전체 개원시장에서 개별 진료과들은 10년 동안 어떤 변천을 겪었을까. '건강보험 통계연보'에 수록된 표시과목별 의원급 의료기관수 증감과 매출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각 과의 희비가 극명히 드러난다.

2005년 의원수를 기준으로 주요 전문과목의 개원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가장 많은 개원의원수를 차지한 5개 과는 내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였다.

당시 전국적으로 내과의원은 3491곳이 문을 열고 있었으며 이어 소아청소년과 2212곳, 산부인과 1907곳, 이비인후과 1736곳, 정형외과 1691곳이 운영 중이었다.

다음으로는 안과 외과 비뇨기과 피부과 가정의학과가 뒤를 이었다. 안과 1158곳, 외과 1072곳, 비뇨기과 905곳, 피부과 796곳 순으로 개원하고 있었다.

이 같은 판도는 4, 5년이 지나면서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2009년 가장 많은 의원수를 자랑한 'TOP 5' 명단은 유지됐으나, 부분적으로 순위가 바뀌었다. 가장 필수적인 진료과로서 내과와 소아청소년과에 이어 3위를 기록했던 산부인과가 5위로 빠지고 앞자리를 이비인후과와 정형외과가 차지했다.

내과가 3737곳으로 246곳 늘었고(7%), 소아청소년과는 2122곳으로 2005년 대비 소폭 줄었으나(-4%) 순위에 변동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그 뒤를 이어 이비인후과가 1946곳, 정형외과가 1760곳으로 각각 210곳(12%), 70곳가량(4%) 늘었다.

반면 산부인과는 1907곳에서 1628곳으로 270곳가량 급감했다. 4년새 15%가 떨어진 수치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건보통계연보 '의원급 표시과목별 요양급여비용 심사실적'에서 과별 매출규모를 산출해봤다.

2005년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를 제외한 기관당 연간 평균 매출액은 2억6357만원선으로, 정형외과 4억6518만원, 이비인후과 3억3099만원, 내과 3억1235만원 등이다. 이에 반해 산부인과 개원의가 연간 벌어들인 매출은 1억8877만원선으로, 전체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 피부과나 성형외과와 달리 비급여 비중이 크지 않은 과 특성상 이들이 맞닥뜨렸을 경영난을 추측해볼 수 있다.

6~10위는 안과 외과 비뇨기과 피부과 가정의학과 순으로 2005년과 동일하게 순위가 유지된 듯 보이지만, 세부적으로는 특정과의 강세가 확연했다. 안과가 1158곳에서 1333곳, 피부과가 796곳에서 971곳으로 각각 175곳씩 늘어 15%, 22% 팽창하는 동안 외과는 1072곳에서 1032곳으로 오히려 40곳이 줄었다(-4%).

10위권 안에는 들지 못했지만 같은 기간 성형외과는 571곳에서 745곳으로 무려 174곳이 늘어 30%의 급성장을 기록해 749곳에서 750곳으로 제자리를 유지한 가정의학과의 뒤를 바짝 좇았다. 현재까지도 전공의 모집에서 줄곧 인기가도를 달리는 피·안·성의 성장세가 개원시장에서도 두드러진 양상이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산부인과와 외과 등 소위 기피과로 분류되는 과들의 하락세가 눈에 띄고, 안과와 피부과, 성형외과 등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과들과 함께 통증클리닉 특성화로 개원시장에서 새 활로를 찾은 마취통증의학과가 그 자리를 채웠다.

산부인과·외과 하락세…바닥치고 올라온 소청과

우선 산부인과가 의원급 의료기관의 대거 몰락으로 안과에게 'TOP 5' 자리를 내줬다. 가장 의원수가 많은 과는 내과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안과 순으로, 각각 4161곳, 2214곳, 2192곳, 1848곳, 1438곳이 2014년 말 현재 개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체 개원의원 규모로 보면 2005년 25166곳에서 2014년 2만 8883곳으로 10년 동안 3717곳이 늘어 14.8%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 가운데 내과는 670곳이 증가해 20%에 가까운(19.2%) 성장으로 필수과로서 동네의원의 선두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흥미로운 대목은 외적으로 10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었던 소아청소년과 개원시장이다.

소아청소년과는 2005~2009년 전반기 2212곳에서 2122곳으로 90곳이 감소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차츰 성장세를 회복해 2014년 2214곳으로 92곳이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10년 동안 단 2곳의 의원이 순증한 셈인데, 이는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인기가 동반 추락하다가, 최근 정부의 저출산 대책 등의 영향으로 선방한 전공의 지원 경향과도 맞물리는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00년대 중반부터 미달의 조짐을 보이다 2008년 81%를 간신히 웃도는 확보율로 위기감이 극에 달했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지원자수가 정원을 다시 초과하기 시작한 2011년부터다. 2014년 226명 정원에 254명이 지원해 안정적으로 전공의를 확보하는 데 성공하자, '소청과가 바닥을 치고 올라왔다'는 평이 안팎에서 나돌기도 했다.

뒤 이어 이비인후과가 10년 동안 456곳이 늘어 전국 평균을 웃도는 26.3%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정형외과는 157곳이 늘어 9.3%, 안과는 280곳이 증가해 24.2% 성장했다.

5위 밖 10위권 내 순위는 산부인과 피부과 외과 비뇨기과 마취통증의학과가 차지했다. 마취통증의학과의 신규 진입과 더불어, 산부인과와 외과, 비뇨기과 등 전공의 정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과들의 순위가 전반적으로 뒤로 밀려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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