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기 병적 방화, 중독으로 이어져

#지난달 25일 세종시 편의점 총기난사 사건으로 3명이 숨진 데 이어, 이틀 뒤인 27일 경기도 화성시에서도 총기사고가 일어나 4명이 사망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에서는 연쇄 방화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는데, 검거된 피의자는 여자친구가 자신을 무시해 홧김에 방화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총기난사·연쇄방화 등 강력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국내에서도 '충동조절장애'와 그로 인한 사회문제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충동조절장애로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5년간(2010~2014년) 심사결정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 진료비는 2010년 약 115억원에서 2014년 약 118억원으로 5년 전에 비해 약 3억원이 증가했다. 더욱이 2014년 진료인원 3명 중 2명이 10~30대의 젊은 연령층이었는데, 20대 남성 진료인원은 최근 5년 동안 계속 증가하고 있고 그 인원 역시 가장 많았다. 
 
2012년 미국 하버드의대 Katie A. McLaughlin 교수가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고 1600만 명이 간헐적 폭발장애(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 : IED)를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Arch Gen Psychiatry. 2012; 69(11)]. 즉 미국 내 성인 가운데 5~7%가 간헐적 폭발장애를 겪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조현병과 조울병 유병률보다  높은 수치이다.
 
진단 및 통계 편람 4판(DSM-4)은 충동조절장애를 △간헐적 폭발장애 △병적방화 △병적도박 △병적도벽 △발모광 △미분류충동조절장애로 좀 더 간단·명료하게 분류했다. 
 
이 중 최근 가장 문제시되고 있는 간헐적 폭발장애, 병적방화 진단에 있어서 주의할 점과 치료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봤다.
 

[기획-하] 병적방화 환자들의 가장 큰 특징은 불을 지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반복적으로 불을 지르거나, 타오르는 불길을 보고 긴장이 완화되고 희열을 느낀다는 점이다.

 

DSM-4는 병적방화를 다른 곳에 분류되지 않는 충동조절장애에 해당되는 경우로 이 유형의 방화범들은 정신건강상태가 불안정해 긴장감과 흥분을 조성하기 위해 불을 지르는 경우가 있다고 명시했다.

여기에 더해 현재 DSM-4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방화범의 동기 중 병적 방화를 정의하고 있다(Bartol 2002; 362). 우리나라에서는 병적방화를 '방화벽' 혹은 '방화광'이라고 일컫는다.

병적방화 환자들은 아주 높은 내향성 성격일 가능성이 높고, 성적·사회적으로 부적절한 사람일 수 있는데 이러한 조건 때문에 방화로 자신의 갈등을 해결하려고 한다. 방화에 대한 뚜렷한 동기를 찾을 수 없는 경우도 있고, 보통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방화하기도 한다(McMurran & Hodge, 1994 : 95).

흔한 임상 양상에는 이웃집 불구경, 장난으로 화재경보 울리기, 방화의 결과에 무관심, 후회를 전혀 안 함, 성기능 장애, 만성적인 좌절경험, 낮은 지능 지수 등이 있다.

진단하는 데 있어 정치적 극단주의자나 행동장애, 반사회적 인격장애, 조현병, 조증 등을 동반한 경우도 있어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아동기에 이 같은 증상들이 나타나 사춘기 또는 성인기에 방화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아울러 아동기에 저지르는 방화는 치료반응이 좋지만 성인기 방화는 책임을 회피하고 알코올에 의존, 병식이 없는 등 치료에 어려움이 따라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기가 싶지 않다. 현재 재발을 막기 위해 감금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 될 수도 있으며 감금 상태에서 행동 치료를 한다.

홍 교수는 "아동기에는 불을 신기하게 여기고 방화 행동에 흥미를 느끼는 경우가 흔하지만, 뇌가 발달기에 있어 자기통제력을 키우고 방화로 인한 위험성을 이해하면서 치료 접근이 가능하지만, 성인기까지 지속하는 경우 방화로 인한 쾌감회로가 발달해 중독현상이 나타나서 환자 자신도 치료받기를 거부할 뿐 아니라 실제 치료적인 환경에 참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충동조절장애는 환자들이 치료를 원하는 경우가 매우 적어 연구결과 역시 매우 부족하다고 홍 교수는 설명한다.

그는 "감정조절이나 강박적 행동으로 보고 항우울제를 사용하기도 하나 효과가 뚜렷하지 않고 인지행동치료 등을 시도하고 있으나 아직 좋은 치료법이 없다"면서 "어려서부터 자기 충동을 조절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부모-자녀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아 부모가 적절한 훈육을 못 하는 경우, 부모와 함께 충동조절에 관한 교육 및 훈련이 도움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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