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4개 비만치료 신약 허가 "선택폭 넒어질 것"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최근까지 △로카세린(상품명 벨빅) △펜터민+토피라메이트(상품명 큐시미아) △날트렉손+부프르피온(상품명 콘트라브) △리라글루타이드(상품명 삭센다) 등 총 4가지 약물을 승인해, 비만 치료제 선택의 폭이 넒어졌다.

신약 승인이 점차 확대되면서, 새로운 비만 치료제에 대한 국내 의료진들의 관심도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환자와 의사에게 만족스러운 치료효과를 보이는 약물은 드물었다. 현재 국내 비만 환자에게 처방 가능한 약물에는 펜터민(phentermine) 등 항정신성 식욕억제제와 지방흡수저해제인 오르리스타트(orlistat) 정도였다. 여기에 더해 2일 로카세린이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획득하면서 약물이 하나더 추가됐다.

이에 가장 최근 승인받은 약물들 위주로 효과 및 안전성을 분석해보고, 전문가를 통해 우리나라 임상 적용 시 생겨나는 비만 치료의 변화를 점쳐봤다.

 '날트렉손 + 부프르피온' 삼고초려 끝 승인

▲ 콘트라브

먼저 2014년 9월 오렉시젠 테라퓨틱스(Orexigen Therapeutics)의 비만 치료제 날트렉손+부프르피온(상품명 콘트라브)이 삼고초려 끝에 FDA의 승인을 획득했다.

날트렉손+부프르피온은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환자 또는 고혈압, 제2형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중 질환 하나 이상을 동반한 BMI 27㎏/㎡ 이상인 이들의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는 지속적인 체중조절에 쓰이도록 발매가 허가됐다.

이번 승인은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성인환자 45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다수의 임상시험결과를 토대로 이뤄졌다. 특히 날트렉손+부프르피온을 복용한 전체 환자 가운데 36%가 체중을 5% 이상 감량하는 데 성공, 18%인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웃돋는 수치를 기록했다. 부작용으로는 메스꺼움, 변비, 두통, 구토, 현기증, 불면증, 설사가 있다.

'리라글루타이드' 임상서 체중 평균 8% 감소

▲ 삭센다

지난해 12월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리라글루타이드 역시 FDA로부터 허가를 획득했다. 임상시험에서 비만 환자의 체중을 평균 8% 감소시키는 등의 효과를 입증받은 것이다.

리라글루타이드 제제는 국내외에서 비만 또는 과체중 환자의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판매되고 있는데 제품명은 빅토자(Victoza)이다. 비만 치료제는 이와 다른 이름인 삭센다(Saxenda)로 허가됐다.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56주간 리라글루타이드 3mg을 투여한 결과 비만 3731명 비만 또는 과체중 환자를 대상으로 리라글루타이드 3mg 또는 위약을 투여한 결과, 체중 감소율은 평균 8%로 2.6%였던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5.4% 더 감소했다.

또 체중이 5% 이상 감소한 비율은 리라글루타이드군이 64%, 위약군 27%, 체중이 10% 이상 감소한 비율은 리라글루타이드군이 33%, 위약군은 10%로 큰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두고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8%라는 체중감량 효과에 의문을 표명하기도 했다. 흔한 부작용으로는 메스꺼움, 구토, 췌장염 등이 있다.

'펜터민 + 토피라메이트' 상호보완하며 효과 입증

▲ 큐시미아

2012년 미국에서는 아레나의 로카세린(상품명 벨빅)과 같은 해 7월 비버스의 펜터민+토피라메이트(상품명 큐시미아)가 FDA로부터 승인받았다. 이는 로슈의 오르리스타트(Orlistat) 허가 이후 13년 만이다.

특히 펜터민+토피라메이트 복합제는 임상시험에서 비만 또는 과체중 환자의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 수치와 혈압을 개선하고, 체중 감소율이 10% 이상으로 괄목할 만한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펜터민은 미국에서 단기간 체중조절을 위해 처방전이 꼭 필요한 약물이지만, 의존성이나 심장판만증, 폐고혈압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다. 반면 토피라메이트는 체중감소와 졸음유발 등이 있지만,  펜터민이 졸음 유발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어 비만 치료제로 최적의 조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한 토피라메이트는 복용 용량을 늘릴 경우 일시적인 감각 마비와 같은 신경계 증상이 나타난다는 보고도 있어 펜터민과 병용함으로써 이에 대한 개선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부각됐다.

이에 대한 답변은 2011년 미국 듀크대학 Kishore M. Gadde 교수의 논문에서 찾을 수 있다. Gadde 교수가 Lancet 4월 11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된 논문을 바탕으로 펜터민+토피라메이트를 병용할 경우 체중 감소 효과와 함께 각 약물의 단독복용 시 지적됐던 부작용도 크게 줄었다고 밝힌 것이다.

과체중 및 비만한 환자 약 2500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 56주 후 체중 감소 효과는 위약군이 -1.4kg인 데 비해 병용군에서는 -10.2kg로 나타났다.

아울러 펜터민에서 보고됐던 심장판막증이나 폐고혈압 등은 나타나지 않았다. 토피라메이트에서 지적되고 있는 인지기능과 정신 증상에 관한 부작용도 병용군에서 과민성과 주의력저하뿐이었다.

이 밖에도 세로토닌 2C 수용체 작용제인 로카세린은 펜플루라민의 식욕억제 효과는 있으나 부작용이 없는 약물을 찾는 과정에서 개발됐다. 3개의 별도로 진행된 이중맹검 임상시험에서 체중감량 효과는 물론 혈압, 지질, 혈당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국내 가이드라인, 신약에 긍정적

지난해 발표된 한국판 비만 가이드라인에서도 새로운 비만 치료제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을 내비쳤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비만 또는 과체중 환자의 체중조절에 있어서 1년 이상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약물로 오르리스타트를 승인했다. 오르리스타트는 체내에서 지방흡수를 억제해 섭취한 음식에 포함된 지방 성분의 일부를 대변으로 배설하게끔 하는 지방분해제제이다.

아울러 △펜터민 △디에틸프로피온(diethylpropion) △펜디메트라진(phendimetrazine) △마진돌(Mazindol)을 각각 12주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약물로 허가한 상태다.

'로카세린' 마침내 국내 판매 허가 

▲ 벨빅

로카세린은 현재 FDA로부터 상품명 벨빅으로 적응증을 획득한 상태로, 일동제약이 벨빅에 대해 국내 판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2일 식약처가 마침내 판매를 허가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날트렉손+부프르피온 복합제 역시 조만간 한국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승인받은 큐시미아 허가 여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한림의대 박경희 교수(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는 "펜터민과 토피라메이트 단독 복용 시 나타나는 부작용 때문에 승인받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 "현재 펜터민은 4~12주 처방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복합제로 승인이 난다면 기간을 어느 정도로 설정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가 존재해 이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먼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식이요법이나 운동으로 조절이 안 되는 환자는 반드시 약물치료가 장기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장기처방이 가능한 약이 필요한데 현재로선 부족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한국도 새로운 신약이 빠르게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로카세린의 처방이 확대된다면, 그만큼 혜택이 커질 것이라 전망한다. 다만 효과 면에서는 다수의 임상시험결과를 통해 인정을 받았지만, 한국 임상에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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