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MPLICITY HTN-3 연구
신장신경차단술 효과 논란의 핵심인 SYMPLICITY HTN-3 연구(NEJM 2014;370:1393)는 올해 ACC 연례학술대회 Late-Breaking Clinical Trial 세션에서 처음 선보였다. SYMPLICITY HTN-3 연구는 미국 내 88개 의료기관에서 시행된 다기관 무작위 단일맹검 임상시험으로 샴(sham) 시술군을 대조군으로 한 연구다.

대상 환자는 18~80세 저항성 고혈압환자 535명이었다. 저항성 고혈압은 이뇨제가 포함된 다른 계열의 항고혈압제를 3가지 이상 최대용량으로 안정적으로 복용하고 있음에도 2주간 혈압 변화가 없거나 6개월 이상 혈압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이들 중 수축기혈압 160mmHg 이상인 이들로 정의했다.

24시간 활동 수축기혈압이 135mmHg 미만, 사구체여과율 45mL/min/1.73㎡ 미만, 주요 신장동맥 지름이 4mm 미만이거나 치료가능한 혈관길이가 20mm 미만인 경우, 신장동맥 협착률이 50% 이상이거나 과거에 신장동맥 중재술을 받은 이들은 배제했다.

 

1차 효과 종료점은 6개월째 수축기혈압의 변화였고, 2차 효과 종료점은 24시간 수축기혈압의 변화였다. 우월성 평가의 변화기준은 1차 종료점의 경우 5mmHg, 2차 종료점의 경우 2mmHg 이상이었다. 1차 안전성 종료점은 새롭게 발생한 신장동맥 협착증을 포함한 주요 유해사건이었다.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신장신경차단술군 57.9세, 대조군 56.2세로 유사했고, 항고혈압제 복용 약물 수는 각각 5.1개, 5.2개로 차이가 없었고 이외 인종, 의학적 병력 등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다.

비교결과 1차 안전성 종료점은 신장신경차단술군 1.4%, 대조군 0.6%로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연구팀은 시술로 인한 주요 유해사건 발생률 기준선이 9.8%라는 점을 들며 안전성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효과 종료점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신장신경차단술군의 진료실 측정 수축기혈압은 166mmHg, 대조군은 168mmHg로 각각 14.1mmHg, 11.7mmHg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2차 종료점이었던 24시간 활동 수축기혈압은 각각 152mmHg, 154mmHg로 6.9mmHg, 4.8mmHg 감소했다.

연구 주요저자인 미국 시카고대학 Deepak L. Bhatt 교수는 “1차 종료점의 평가기간인 6개월이 너무 짧을 수 있다는 점, 시술자의 숙련도, 약물의 순응도, 신장신경차단술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생물학적 확인방법의 부재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었다”고 제한점을 언급했지만, “SYMPLICITY HTN-2 연구에서는 6개월째 효과를 보였고, 약물의 변화, 시술자의 숙련도 등은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자평했다. 이에 기존에 보고된 혜택을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SYMPLICITY HTN-2 연구
SYMPLICITY HTN-3 연구결과가 충격을 불러온 기저에는 이전 임상인 SYMPLICITY HTN-2 연구(Lancet 2010;376:1903)의 성공이 있기 때문이다. SYMPLICITY HTN-2 연구는 맹검과정은 거치지 않았지만 유럽 내 24개 의료기관에서 진행된 다기관 전향적 무작위 임상이다.

이 연구에서도 환자군은 3제 이상의 항고혈제를 복용하고 있음에도 수축기혈압이 160mmHg 이상(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150mmHg 이상)인 환자 106명을 대상으로 했다.

 

1차 효과 종료점은 6개월째 진료실 혈압측정을 통한 수축기혈압의 변화로, 평가결과 신장신경차단술군(52명)은 32mmHg, 대조군(54명)은 1mmHg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군의 차이는 33mmHg였다. 시술 후 수축기혈압이 10mmHg 이상 감소한 환자는 신장신경차단술군에서 84%, 대조군에서 35%였다. 시술이나 의료기기에 관련된 합병증이나 유해사건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게다가 오픈라벨로 진행된 SYMPLICITY HTN-1 연구의 3년 데이터(Lancet 2013;383:622)에서도 신장신경차단술의 효과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연구에서는 수축기혈압이 160mmHg 이상인 저항성 고혈압 환자 88명을 대상으로 36개월동안 관찰했다.

그 결과 수축기혈압은 32mmHg, 이완기혈압은 14.4mmHg 감소했다. 수축기혈압이 10mmHg 이상 감소한 환자군은 1개월 째 69%, 6개월째 81%, 12개월째 85%, 24개월째 83%, 36개월째는 93%로 였다.

SYMPLICITY HTN-3 연구, 왜 실패했나
SYMPLICITY HTN-3 연구의 실패로 주요 연구자인 미국 브리검여성병원 Deepak L. Bhatt 박사도 새로운 임상시험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비용 문제 그리고 적절한 환자군의 미확인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장신경차단술이 효과가 있다는 점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현재의 논제는 SYMPLICITY HTN-3 연구가 왜 실패했는가, 그리고 어떤 환자군에게 적용되야 하는가다.

▷ 샴 시술 대조군
우선 SYMPLICITY HTN-3 연구 실패의 원인으로는 대조군인 샴 시술이 부각되고 있다. SYMPLICITY HTN-3 연구가 실패로 평가받는 이유는 1차 종료점에서 대조군 대비 수축기혈압 변화의 우위를 가져가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는 신장신경차단술군의 수축기혈압이 14.1mmHg 감소한데 비해 샴 시술군도 11.7mmHg 감소한 것에서 기인한다.

이에 대해 가천의대 강웅철 교수(순환기내과)는 순환기관련학회 춘계통합학술대회에서 “샴 시술군도 직접 조영술을 받았기 때문에 위약효과(placebo effect)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위약효과는 최장 12개월까지 지속되기 때문에, 이번 연구의 1차 종료점 평가기간인 6개월은 위약효과를 배제하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다”고 부연했다.

▷ 흑인환자 30% 포함
이와 함께 Euro PCR에서는 이 연구의 대상군 중 흑인이 30%로 비교적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흑인은 백인과 체내 나트륨 활성 기전이 달라 혈압이 평소에 좀 올라가 있어 생활습관 변화만으로도 쉽게 혈압이 떨어지는 등 변화가 있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부분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SYMPLICITY HTN-3 연구 위원회였던 피에드몬트심장연구소 David Kandzari 박사는 “연구 하위분석 결과 흑인에서는 시술을 통한 혈압감소 혜택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약물 처방전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는 실제 임상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라고 강조하며, “임상시험 대상자들은 참가 6주 전부터 약물전략을 안정적으로 조정받았다. 임상시험 기간에도 5명 중 2명이 약물 처방을 바꿨고, 이들 중 69%는 의학적으로 약물의 저항성으로 인해 전환이 필요한 이들이었다”고 말했다. 즉 연구 참가자들은 안정적인 처방전략으로 혈압 상태를 유지한 상태에서 시술을 받았지만 실제 임상현장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 시행횟수에 따른 차이
여기에 더해 환자 당 차단(ablation)의 시행횟수에 따라 혈압감소폭이 다르게 나타났다는 점도 지적했다. Kandzari 박사는 “환자 당 15회 이상 또는 16회 이상 차단을 시행했을 경우 평균 응급 수축기혈압이 각각 14.3mmHg, 21.1mmHg 감소했지만, 샴 시술군과 8회 또는 9회 이상 시행한 이들에서는 6mmHg만 감소했다”고 말했다. 또 “혈관벽에 대한 적절한 접근률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술적인 측면의 문제도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 최적의 환자군은?
SYMPLICITY HTN-3 연구에서 신장신경차단술이 샴 시술군 대비 우위는 입증하지 못했지만, 효과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적정 환자군에 대한 분석도 진행되고 있다. 하위분석에서는 이에 대한 실마리가 제공되고 있다. 하위 분석에서는 인종, 사구체여과율(eGFR), 연령에 따른 변화가 보인다. 특히 흑인이 다수 포함된 비아프리카계 미국인군의 경우 진료실혈압, 24시간 활동혈압, 가정혈압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인 반면 아프리카계 미국인에서는 차이가 없었다.

또 사구체여과율(eGFR)도 60mL/min 이상인 경우, 나이가 65세 미만에서 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고, 알도스테론 길항제를 복용해야할 정도의 중증 고혈압 환자에서 좀 더 효과가 있었으나 모두 통계적인 의미는 없었다.

이런 양상은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나타난다. 국내 집도 경험이 가장 많은 성균관의대 최승혁 교수가 신장신경차단술을 시행한 국내 환자 25명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반응자와 비반응자가 확연히 구분된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평균 51세 정도로 진료실혈압 수축기 및 이완기혈압이 165/100mmHg였으며, 24시간 활동혈압은 155/100mmHg, eGFR은 78.3mL/min였다. 이 중 반응이 있는 환자들은 모두 15명(비반응자 10명)이었는데 이들의 진료실 혈압은 베이스라인에서 34/21mmHg 감소했고 24시간 활동혈압도 23/18mmHg 낮아진 반면 비반응자에서는 오히려 혈압이 올라가는 등 효과가 없었다.

특히 이 연구에서 관찰된 흥미로운 점은 알도스테론 길항제를 복용한 환자들이 반응군에 5명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반면 비반응자에서는 1명이 있었다. 즉 알도스테론을 복용할 정도의 중증 저항성고혈압 환자에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Euro PCR에서도 신장신경차단술에 적합한 환자군의 규명을 우선과제로 꼽았다. 이에 하위환자군에 대한 분석은 물론 1차적으로 저항성 고혈압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데 중지가 모였다. 또 저항성 고혈압 여부에 상관없이 뇌졸중 위험도가 높은 수축기혈압 200mmHg 이상의 환자에 대한 시행 효과, 복용하는 약물별 시술효과 등도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편 이런 가운데 SYMPLICITY와 차별점을 둔 새로운 신장신경차단술 기기들도 모습을 보이고 있다. Euro PCR에서는 호주 아델레이드대학 Steven Worthley 교수가 세인트주드메디칼사(St. Jude Medical)가 개발 중인 다전극 기기를 적용한  EnligHTN 3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에서는 39명의 환자들을 6개월 동안 평가한 결과 베이스라인 대비 진료실 수축기혈압이 25mmHg 감소했고, 5명 중 4명의 환자들에서 10mmHg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SYMPLICITY HTN-3 연구는 국내 순환기관련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도 이슈가 됐다. 이에 학술대회 토론세션에서 발표를 진행한 가천의대 강웅철 교수(순환기내과)와 삼성서울병원 최승혁 교수(순환기내과)를 만나 SYMPLICITY HTN-3 연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들어봤다.

 

- SYMPLICITY HTN-3 연구가 실패하면서 신장신경차단술 유용성 논란이 많다. 어떻게 정리할 수 있나?
강웅철 SYMPLICITY HTN-3 연구는 이전 연구들보다 디자인이 개선됐지만, 결과적으로 네거티브(실패)였다. 하지만 안전성은 입증됐다. 가장 중요한 효과에 대해서는 논쟁이 많은 게 사실이다. 신장신경차단술은 분병 효과는 있지만, 그동안 여러 연구들에서 과장된 면이 없지 않았는데 그 점에서 경각심을 준 것 같다.

- 안전성에 대한 이슈는 거의 없는거 같은데 실제로 안전한가?
최승혁 실제로 없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정한 안전성 사건 발생율이 9.8%였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1%대였다. 국내 연구에서도 문제가 생긴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신장기능 이상 척도인 크레아티닌 수치도 변함이 없었다. 결국은 안전하기 때문에 방법이 없는 사람에게 한번쯤 해볼 수 있다고 본다. 샴 시술군에서 더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 샴 시술군에서 많이 떨어진 것은 어떻게 봐야 하나?
최승혁 약제 간 임상에서도 대조(위약)군은 8~10mmHg 정도 떨어진다. 분석을 해봐야겠지만 흑인이 참여하면서 좀 더 크게 나타났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이 연구의 흑인참여군에서는 특이하게 대조군의 혈압강하 효과가 신장신경차단술군보다 높았다. 흑인은 체내 나트륨이 저류되어 혈압이 올라가는 메커니즘이 다른 인종에 비하여 더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저염류 식이 등 생활습관개선을 통해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2013년 유럽심장학회(ESC)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도 흑인에게 이뇨제를 첫 번째 약제로 권고하고 있다. 또 샴 시술을 했기 때문에 환자들이 치료 가이드를 잘 따랐다는 점이다. 생활습관, 약물 순응도도 좋았기 때문에 통계적 차이가 없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

- 바이오마커가 아직 없어서 반응자들의 구별이 쉽지 않아 반대도 있다.
강웅철 어떤 환자들에서 효과가 있을지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다. 몇몇 연구들에서 근육의 교감신경 활성도(MSNA) 정도와 신장에서의 노아 에피네프린의 수치가 높은 경우(renal norepinephrine spillover), 신장신경차단술에 반응이 좋을 것이라는 보고들이 있으나 방법이 복잡하고 침습적인데다가 아직 더 검증이 필요한 방법이다.

- 결국 임상을 다시 해야 하는 건가?

최승혁 결국 임상에서 찾아야 한다. 이번에 나온 결과를 토대로 좀 더 세밀한 디자인을 짜는 것이다. 나이 많은 사람, 흑인 등을 제외하면 확실하게 효과가 나올 것 같다.  / 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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