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LT-2 억제제의 또 다른 이름 '신장약'
SGLT-2 억제제의 또 다른 이름 '신장약'
  • 박선혜 기자
  • 승인 2020.09.16 06: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GLT-2 억제제, CREDENCE·DAPA-CKD에서 신장 아웃컴 1차 목표 달성
내분비·신장내과 전문가들 "ACEI·ARB에 이어 20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신장질환 치료제"
ACEI·ARB와 SGLT-2 억제제 병용요법으로 치료 변화 기대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항당뇨병제 SGLT-2 억제제가 심장약에 이어 신장약으로 적응증을 넓히기 위한 도전에서 성공 깃발을 꽂고 있다.

SGLT-2 억제제는 심혈관계 영향 연구(CVOT)의 2차 목표로 확인했던 신장에 대한 효과를 1차 목표로 정의한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지를 받으면서 신장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만성 콩팥병 진행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입증한 약물은 ACEI와 ARB가 유일했다. 만성 콩팥병 환자를 위한 치료옵션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신장 보호효과를 검증한 SGLT-2 억제제의 임상시험 결과는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중앙대병원 신정호 교수(신장내과)는 "지금까지 단백뇨가 있는 만성 콩팥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 연구가 많이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ACEI와 ARB를 제외하고 신장 보호효과를 확인한 치료제는 없었다"며 "SGLT-2 억제제는 ACEI와 ARB 외에 20년 만에 신장 보호효과를 확실하게 입증한 치료제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신장 아웃컴, 2차→1차 목표로 설정해 가능성 평가

SGLT-2 억제제가 신장 보호효과를 보이는 이유는 신장의 과부하를 줄여주기 때문으로 정리할 수 있다. 

SGLT-2 억제제는 신장에서 포도당과 나트륨 재흡수를 줄이고 이를 소변으로 배출시킨다. 이를 통해 요세관사구체되먹임(tubuloglomerular feedback)을 억제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사구체 과여과가 감소하면서 신장기능 보호에 도움을 준다.

▲ⓒ메디칼업저버 김수지 기자.

SGLT-2 억제제는 △엠파글리플로진(제품명 자디앙)의 EMPA-REG OUTCOME △카나글리플로진(인보카나)의 CANVAS/CANVAS R △다파글리플로진(포시가)의 DECLARE-TIMI 58 △에르투글리플로진(스테글라트로)의 VERTIS-CV 연구 등 CVOT에서 2차 목표로 설정한 신장 관련 아웃컴을 개선했다고 보고되면서 신장 보호효과에 대한 학계의 기대감이 커졌다.

긍정적인 결과에 따라 학계에서는 신장 관련 아웃컴을 1차 목표로 설정해 SGLT-2 억제제의 신장 보호효과 입증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해 발표된 카나글리플로진의 CREDENCE 결과를 통해 신장약으로서 SGLT-2 억제제의 입지를 다졌다(N Engl J Med 2019;380:2295-2306). 

CREDENCE에는 제2형 당뇨병을 동반한 만성 콩팥병 환자가 모집됐다. CANVAS에는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 60mL/min/1.73㎡ 미만인 환자군이 20%, 뇨중 알부민-크레아티닌 비율(UACR)이 300mg/g 초과한 환자군이 8%였지만, CREDENCE에는 각각 60%와 88%가 포함돼 상대적으로 신장기능이 악화된 환자를 대상으로 신장약으로서 카나글리플로진의 가능성을 검증했다. 

최종 결과, 카나글리플로진은 말기 신장질환 발생,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 2배 증가, 신장질환 또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등 1차 목표 발생 위험을 30% 낮췄다.

더 나아가 지난달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20)에서 발표된 다파글리플로진의 DAPA-CKD는 제2형 당뇨병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만성 콩팥병 환자를 모집해 신장 보호효과를 검증했다. 

결과적으로 신장기능 악화 또는 사망 등 1차 목표 발생 위험을 39% 낮췄고, 제2형 당뇨병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유의한 혜택을 입증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내분비내과)는 "항당뇨병제로 출발한 SGLT-2 억제제가 심부전에 이어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서도 좋은 효과를 보고하고 있다"며 "제2형 당뇨병이 없지만 신장기능이 악화된 환자에게 SGLT-2 억제제를 투약한 결과, 예상대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이론적으로 SGLT-2 억제제가 신장 보호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제2형 당뇨병과 무관하게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서 SGLT-2 억제제의 신장 보호효과를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결과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엠파글리플로진의 EMPA-KIDNEY에 대한 학계의 기대감도 높다. 이 연구도 DAPA-CKD처럼 제2형 당뇨병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만성 콩팥병 환자를 모집해 신장기능 악화 또는 심혈관계 사망 발생에 엠파글리플로진이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다. 연구는 2022년에 종료될 예정이다.

임 교수는 "VERTIS-CV에서 에르투글리플로진은 다른 SGLT-2 억제제와 비교해 심혈관질환 2차 예방 효과가 약했다. 이 때문에 신장 보호에 대한 계열효과(class effects)를 기대하기에는 조심스럽다"면서도 "그러나 엠파글리플로진은 현재까지 다파글리플로진과 비슷한 결과를 보고했으므로 EMPA-KIDNEY 결과도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RAS 억제제+SGLT-2 억제제 병용요법 무게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향후 진료현장에서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 RAS 억제제인 ACEI 또는 ARB와 SGLT-2 억제제 병용요법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중지를 모은다.

CREDENCE와 DAPA-CKD 연구 디자인을 보면, ACEI 또는 ARB를 4주 이상 복용한 만성 콩팥병 환자를 모집했고 이를 기반으로 SGLT-2 억제제 또는 위약을 투약했다. 즉 SGLT-2 억제제 복용군은 ACEI 또는 ARB를 병용한 것이다. 

다만 앞으로 관련 연구가 더 진행된다면 SGLT-2 억제제를 단독요법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 교수는 "CREDENCE와 DAPA-CKD는 표준치료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없었던 만성 콩팥병 환자를 모집해 SGLT-2 억제제의 혜택을 확인했기 때문에 주목받는 것"이라며 "ACEI 또는 ARB를 복용하지 않는 환자군과 복용한 환자군을 나눠 비교해도 SGLT-2 억제제의 효과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분석되지만, 이를 명확하게 정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추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만성 콩팥병 환자의 치료전략은 ACEI 또는 ARB와 SGLT-2 억제제 병용요법으로 변화할 것"이라며 "단 CREDENCE와 DAPA-CKD 외에 EMPA-REG OUTCOME 등 연구에서 RAS 억제제 복용이 필수가 아니었음에도 신장 예후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SGLT-2 억제제 단독요법을 진행해도 충분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한당뇨병학회·신장학회 권고안 변화 예상

이 같은 결과를 반영해 지난 5월 대한당뇨병학회와 대한신장학회가 공동으로 발표한 'SGLT-2 inhibitor in DM-CKD 권고안'도 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고안에 따르면, 만성 콩팥병 3기 환자의 경우 SGLT-2 억제제 복용 시 신장기능 개선 효과가 나타나는지 명확하지 않다. 

신장기능이 악화된 환자가 대거 포함된 카나글리플로진의 CREDENCE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처방된 치료제에 한정해 분석하다 보니 eGFR 60mL/min/1.73㎡ 미만인 환자 수가 적어, 이들 환자에 대한 권고안의 권고 강도가 약하게 제시됐다. 그러나 DAPA-CKD 결과에 따라 권고안이 수정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던 상황.

DAPA-CKD에는 만성 콩팥병 2~4기인 환자가 모집됐고, 4기에 해당하는 eGFR 25~29mL/min/1.73㎡인 환자가 14%를 차지했다. 신장기능이 악화된 이들 환자에게서도 다파글리플로진이 긍정적인 신장 보호효과를 입증하면서 향후 국내 권고안도 이를 반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 교수는 "신장기능이 악화된 환자들은 동반질환이 많을 뿐 아니라 치료제의 순수한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워 그동안 연구들에서 제외됐다"면서 "하지만 DAPA-CKD 등 최근 연구에는 신장기능이 악화된 환자도 많이 포함됐고, 이들에게서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추후 국내 권고안도 만성 콩팥병 4기까지 SGLT-2 억제제를 투약할 수 있다고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인 대상의 연구 필요성 제기 

아울러 향후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SGLT-2 억제제의 신장 보호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당뇨병학회·신장학회는 'SGLT-2 inhibitor in DM-CKD 권고안'을 발표하며, SGLT-2 억제제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신장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아시아인 위주 연구가 적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DAPA-CKD 연구에 참여한 한국인은 약 300명으로 적지 않지만, 향후 우리나라, 대만, 중국 등 아시아인만 모집해 SGLT-2 억제제의 신장 보호효과를 검증한다면 임상에서 확신을 갖고 이 약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교수는 "대규모 연구에 아시아인이 서양인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포함됐을지라도, SGLT-2 억제제의 기전에 비춰보면 아시아인에게도 신장 보호효과가 의미 있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진행된다면 임상에서 SGLT-2 억제제 적용 범위가 더 넓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