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비대위, "7일 복귀하겠다"에서 돌연 전체 전공의 대상 간담회 진행 후로 연기
의대협 비대위, 의사국시 거부 유지 결정…政, 재신청 기간 6일로 끝나 신청률 집계 중
젊은 의사들의 힘 보여준 것만으로 대견하다는 평가와 함께 돌아올 때라는 조언도

ⓒ메디칼업저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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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대한의사협회와 정부·여당이 의료계 총파업의 공식적인 종료를 이미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의사들을 중심으로 생긴 의료계의 상처가 봉합되지 않고 있다.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으로 복귀하는 시점을 특정하지 못한 상태이고, 의대생들의 의사국시 실기시험 집단거부도 가시화 됐기 때문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사들마다 생각이 모두 다른 것을 여실히 보여준 파업이었던 만큼 상처가 아물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을 예상했다.

단, 젊은의사들이 더 이상의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첨언도 있다.
 

주말 동안 혼돈 또 혼돈…전공의 복귀 일자 번복

지난 4일 의협이 정부 및 여당과 합의문에 사인을 하고 난 이후 전공의, 전임의, 의대생으로 구성된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는 크게 반발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의 결정이 독단적이라며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박지현 위원장은 의협이 의료계의 대표기구이자 대전협의 상위단체로서 서명을 한 이상 파업을 지속할 명분을 상실했다며 파업 중단 방침을 두고 조율에 나섰다.

이에 대전협 비대위는 5일 저녁부터 6일 새벽까지 진행된 릴레이 회의 끝에 의협과 정부가 합의한 내용에 따라 단체행동을 잠정적으로 유보하고 7일 오전 7시까지 각 병원 현장으로 복귀할 것을 회원들에게 공지했다.

이 과정에서 박지현 위원장은 파업 지속을 원하는 전공의들을 위해 위원장 불신임 안건을 스스로 제안했으나 참석 대의원 197명 중 찬성 71표, 반대 126표로 부결돼 단체행동 중단의 당위성을 얻었다.

이 같은 대전협 비대위의 결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일부 전공의 사이에서 대전협 비대위가 전체 의견을 묻지 않고 7일 오전 7시 복귀 결정을 내린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즉, 젊은의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하나로 통일되지 않고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

결국, 박 위원장은 6일 오전에 공지한 '7일 오전 7시부터 병원 현장 복귀'를 철회하고 7일 오후 1시에 전체 전공의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가진 후 복귀 시점을 재설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공의 복귀 시점이 최소 7일 오후 1시 이후가 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7일 간담회에서 대전협 비대위가 왜 파업 유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하겠다"며 "1보 후퇴 2보 전진이 가장 현명한 선택인 이유를 말하겠다"고 재공지했다.
 

같은 듯 다른 생각 의대생들…국시 거부 유지
곧 집계될 접수율에 주목…6일 자정에 마감

이날 대전협 비대위가 전공의 복귀 등 빠른 의사결정을 해야 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의대생들의 의사국시 실기시험 재접수 기한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는 의협과의 합의로 인해 시험 응시를 취소한 의대생들이 6일 자정까지 재접수가 가능하도록 접수 기한을 연장 조치했던 상황.

그러나 대전협 비대위가 최초 공지한 '7일 오전 7시 전공의 복귀' 선언에도 대다수의 의대생들은 애당초 국시 실기시험에 응시 할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정부와 의협의 진정성 없는 합의에 불복한다며, 의료 정상화를 위한 의대생 투쟁을 지속하기로 의결한 것.

지난 4일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 합의문 서명식에 젊은의사들이 격하게 항의하는 모습.
지난 4일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 합의문 서명식에 젊은의사들이 격하게 항의하는 모습.

의대협 비대위 조승현 위원장은 "6일 전국 40개 의과대학 응시자대표회의 의결에 따라 '의사 국가시험 거부 유지의 안'이 만장일치로 가결됐음을 선포한다"며 "6일 자정 이후 시험 재응시 불가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의대생들의 의사국시 실기시험 대규모 미응시 사태가 가시화됐음을 알린 것이다.

조 위원장은 "대전협 비대위와 연대를 굳건히 유지해 지속적으로 의료 현안 대응을 논의할 것"이라며 "젊은의사들의 요구안을 빠른 시일 내에 성명문을 통해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의대협 비대위 의결에 의대생들이 얼마나 동참했는지는 실제 접수율이 공식적으로 집계돼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복지부는 지난 6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홈페이지가 일시적으로 다운됐다며 재응시자들이 늘고 있음을 강조했다. 

복지부 손영래 대변인은 지난 6일 정례브리핑에서 "계속 재응시자들이 늘고 있어서 집계가 조금 곤란한 상황"이라며 "국시원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등의 문제들이 겹치면서 기술적으로 집계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정리가 되는대로 안내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9월 첫 주와 둘째 주에 시험을 치르기로 돼 있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재접수를 하더라도 시험 준비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료계의 건의가 있었기 때문에 재접수 기간 2주 동안에 시험이 예정됐던 학생들은 11월 중순 이후로 시험 일정이 다시 잡히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정부는 의료계 원로들의 의견을 반영해 당초 1일 예정이던 국시 시작을 8일로 연기하고, 지난 4일 의협과의 합의를 마친 후 재접수 기한을 4일에서 6일까지로 연장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시험 응시자 3172명 중 2839명(89%)가 응시 취소 신청을 한 상태다. 
 

젊은의사들 힘 보여준 것 대견…but "이제는 돌아올 때"

이와 관련 의료계 일각은 이번 단체행동이 젊은의사들의 힘을 증명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내렸다.

단, 종주단체가 파업 종료를 선언했으니 더 이상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다치는 일을 스스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교수는 "의료계 특히, 젊은의사들이 얼마나 의료정책에 관심이 많고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지를 정부와 국회에 보여줬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현장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게 솔직한 마음"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병원 내, 심지어 같은 과 교수들끼리도 이번 파업을 두고 생각하는 것과 말하는 것이 모두 달랐다"며 "하물며 젊은의사들은 더 다양한 의견을 갖고 있을 것이긴 하나 한발 물러나 숨을 고를 때"라고 조언했다.

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 사립대학교병원협회, 국립대학교병원협회,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대한수련병원협의회 등 이른바 의료계 원로 단체들도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빠른 현장 복귀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이고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며 "합의사항 이행 여부를 더욱 각성된 시각으로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전공의와 전임의는 진료와 수련 현장으로 속히 복귀하고 학생들은 강의실로 돌아와 주길 부탁한다"며 "각자가 돌아온 자리의 의미는 이전과는 분명 다를 것이고 2020년 한여름의 격랑 속에서의 경험이 인생을 바꿔 놓을 것이니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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