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경 서울아산병원 교수, 대구·경북 지역 중환자 진료 경험 및 시사점 공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의료진과 방호복 착용 특성상 현장 프로토콜 구축도 중요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코로나19(COVID-19)와 같은 감염병 중환자 진료는 최고가 아닌 최선의 치료 전략을 짜는 것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의료진들이 평소와 같은 원활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환경에서 감염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중환자를 치료하려면 사소한 부분까지 프로토콜을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료질향상학회는 지난 18일 저녁 '제2차 코로나19 Webinar(웨비나)'를 개최했다.

홍석경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가 지난 18일 한국의료질향상학회 코로나19 웨비나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

이날 서울아산병원 홍석경 교수(중환자외상외과, 대한중환자의학회 총무이사)는 지난 3월 10일부터 4월 19일까지 중환자의학회 차원에서 대구·경북 지역의 코로나19 중환자를 진료한 경험과 시사점에 대해 발표했다.

홍석경 교수가 대구·경북 지역으로 향했을 당시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등 보건당국 및 방역당국 모두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하던 시기였다.

급증하는 코로나19 확진자에도 불구하고 중환자 진료체계가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대구·경북 지역의 코로나19 중환자가 부산 및 서울 등의 대형병원으로 이송되던 중에 사망하거나 도착 직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사례가 있다.

홍 교수가 중환자 진료체계를 구축한 곳은 병원 전체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대구동산병원으로, 기존 환자들을 전원한 후 비어있던 중환자실에 격벽 등을 설치해 치료 공간을 마련했다.

이후 전국 각지에서 모인 낯선 의료진들과 각자의 역할을 나누고 근무팀을 꾸렸다.

의사소통 방식부터 약물 혼합 방법, 개인 휴대폰이 반입되면 감염 위험이 있어 어떤 핸드폰으로 서로 연락을 취할지 등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영역에서 중환자 진료체계 프로토콜을 구축했다. 

방호복을 착용했을 시 의사·간호사 등이 구분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별도의 직종 표시를 했으며, 스피커폰 오더는 사용해 서로 간의 접촉도 최소화했다.

홍 교수는 "방호복을 입으면 환자와의 거리, 의료진과의 거리가 매우 멀게 느껴진다"며 "다른 지역, 다른 병원에서 모인 의료진이라 소통의 어려움이 가장 크고 소통 수단도 마땅치 않다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의 체중을 측정하는 것도 불가해 약물 복용 기준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했으며 방호복 착·탈의 과정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라고 덧붙였다.

즉, 코로나19 중환자 진료는 사소한 것까지 현장에 맞게 프로토콜을 구축해야 함과 동시에 그 과정에 있어서 의료진의 안전까지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최고보다 최선의 치료 전략을 만드는 것이 적합하다는 것.

홍 교수는 "코로나19 중환자 진료 협력은 시설과 장비여건을 고려해 최고가 아닌 최적의 진료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정된 의료진의 안전, 또 안전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홍 교수는 중환자실전담의사 21명, 공보의·군의관 6명, 간호사 11명 총 39명의 의료진과 함께 31명의 코로나19 중환자를 진료했다.

한편, 이날 웨비나의 진행을 맡은 의료질향상학회 박문성 학술이사(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코로나19와 같은 국가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구축되는 '야전병원'의 인증기준을 만드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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