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암병원 조병철 교수 연구팀, 1차 치료·전이·내성 돌연변이 모두에서 효과 확인
약제 내구성도 다른 항암제보다 높아 ROS1 폐암에서 다양한 치료 옵션 제시 기대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ROS1 양성 폐암의 표적치료제로 레포트렉티닙(Repotrectinib)의 종양억제 효과 등이 확인됐다. 

(왼쪽부터) 연세암병원 조병철 교수, 김혜련 교수, 제욱암연구소 윤미란 박사

이에 이전 치료력이 없는 ROS1 양성 폐암과 크리조티닙(Crizotinib)에 내성을 보이는 ROS1 양성 폐암의 치료에 레포트렉티닙이 새로운 치료제로써의 가능성이 높아질지 주목된다.

연세암병원 조병철·김혜련 교수(폐암센터) 연구팀과 제욱암연구소 윤미란 박사 연구팀은 난치성 ROS1 양성 폐암에서 레포트렉티닙의 우수한 치료효과를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ROS1은 2012년 폐암 유발인자로 처음 보고된 뒤 전체 비소세포폐암의 약 1~3%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선암이나 비흡연자에서 주로 발생하며 현재 ROS1 양성 폐암에서 미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치료제로는 크리조티닙과 엔트렉티닙(Entrectinib)이 유일하다. 

ROS1 폐암의 경우 약제 내성 돌연변이가 빈번히 발생하고 중추신경계 전이가 높다. 

보통 표적 치료제 사용 후 1~2년 내에 내성이 발생하는데, 치료 전 ROS1 양성 환자의 36%에서 뇌로 전이가 나타나며 전이가 없는 환자도 크리조티닙 치료 후 약 50%에서 뇌 전이가 발생한다. 

하지만 1차 치료 이후 사용할 수 있는 치료약이 마땅히 없는 실정으로, 최근에서야 세리티닙(Ceritinib)과 롤라티닙(Lorlatinib), 레포트렉티닙 등의 효과에 대한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연구팀은 치료 경험이 없거나 치료 후 내성 돌연변이를 가진 ROS1 양성 환자로부터 환자 유래 전임상 모델을 구축해 임상적으로 이용 가능한 5종의 ROS1 표적 치료제들의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결과,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에서 추출한 세포(YU1078)실험에서 현재 표준치료제로 사용 중인 크리조티닙과 엔트렉티닙과 비교했을 때 레포트렉티닙과 롤라티닙이 세포 증식이나 하류신호체계(전이 등)를 더욱 강력하게 억제했다. 

YU1078를 마우스에 이식한 결과에서도 레포트렉티닙과 롤라티닙의 종양 억제력이 탁월했다. 

레포트렉티닙과 롤라티닙의 경우 각각 189.2%의 암세포성장억제(TGI)가 나타난 반면 크리조티닙은 150.7%, 엔트렉티닙은 124.9%, 세리티닙은 64.7%에 불과했다.

종양을 이식한 마우스를 대상으로 한 약재 내구성 평가(약물 투여 중단 후 재발률)에서도 롤라티닙은 20일이 지나자 약 50%(4마리 중 2마리)에서 종양이 재발했고 레포트렉티닙의 경우 60일 후 25%(4마리 중 1마리)에서 종양이 재발했다.

레포트렉티닙을 투여한 결과, 처음상태(Baseline)에 비해 시간이 지날수록 폐(사진 위쪽)와 뇌(사진 아래쪽)로 전이된 종양의 크기가 현저히 줄었다.

연구팀은 전이된 ROS1 폐암에서의 치료효과도 평가했다. 

YU1078 세포를 마우스에 이식한 두개 내 종양모델(YU1078-derived intracranial tumor model)에서 뇌혈관 장벽(Blood-brain barrier, BBB) 투과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엔트렉티닙과 비교했을 때 레포트렉티닙은 탁월한 BBB 투과능과 함께 중추신경계에서도 종양 억제 효과를 보였다. 

BBB는 혈액에서 뇌로 들어가는 물질을 선택적으로 투과시키는 장벽으로, 산소나 물 등은 투과시키지만 세균이나 항암제 등이 뇌로 이동하는 것을 막아 암이 전이됐을 때 치료가 힘들다.

비히클 및 엔트렉티닙을 투여한 두개 내 종양모델 마우스의 평균 생존기간은 각각 49일과 57일이었으나, 레포트렉티닙을 투여한 마우스는 모두 110일 이상 생존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임상시험에 등록된 환자에서 관찰된 레포트렉티닙의 전신 및 두개 내 종양 변화 결과와 같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1차 표적치료제 치료 후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내성 돌연변이(ROS1-G2032R)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레포트렉티닙 항종양 효과가 입증됐다. 

크리조티닙 치료 후 G2032R가 발생한 환자로부터 구축된 세포(YU1079)와 이 세포주를 이식한 마우스에서 롤라티닙은 22.7%의 TGI를 보인 반면, 레포트렉티닙은 102.1%의 TGI로 종양 성장을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엔트렉티닙 치료 후 G2032R가 발생한 환자로부터 구축된 이종 이식 마우스(YHIM1047)에서도 142.8% TGI로 레포트렉티닙의 강력한 항종양 능력이 확인됐다.

조병철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레포트렉티닙이 ROS1 양성 폐암의 표적치료제 중 가장 우수한 약물이라는 근거를 제시한 것"이라며 "1차 표적치료제뿐만 아니라 전이암에서도 탁월한 효과를 보여 크리조티닙이나 엔트렉티닙과 더불어 다양한 치료 옵션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혜련 교수도 "이번 연구는 ROS1 양성 폐암 연구를 위한 전임상 플랫폼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환자 유래 전임상 모델을 통해 임상시험에 등록된 환자에서 관찰된 레포트렉티닙의 임상적 효능을 뒷받침하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번 연구는 저명 국제 학술지 '임상암연구(clinical cancer research, IF 8.911)' 최신호에 게재됐다.

레포트렉티닙을 투여한 결과 처음상태(Baseline)에 비해 시간이 지날수록 폐(사진 위쪽)와 뇌(사진 아래쪽)로 전이된 종양의 크기가 현저히 줄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