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A, 당뇨병 전단계 주목
생활요법이 비용효과적 강조

[더 모스트 이상돈 기자] 당뇨병 대란이 목전(目前)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당뇨병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 환자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집계돼 대란의 위험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당뇨병학회의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18'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당뇨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성인은 500만명 수준이다.

여기에 당뇨병 이환위험이 높은 전단계까지 포함하면 고혈당 병태에 노출돼 있는 환자수가 1000만명을 훌쩍 넘어선다(당뇨병 501만명, 당뇨병 전단계 870만명). 주목해야 할 대목은 당뇨병 발생 고위험군이다. 이 전단계의 고위험군 그룹에서 당뇨병 이환을 막아내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당뇨병 대란의 현실화를 가늠해볼 수 있다.

누가 얼마나 위험한가

내당능장애(IGT)나 공복혈당장애(IFG) 등 당뇨병 전단계 환자에서 제2형 당뇨병이 발생할 가능성은 정상혈당의 일반인과 비교해 1.5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병태가 겹치면 위험도는 2배로 증가한다. 이들 당뇨병 고위험군을 방치하면 종국에는 당뇨병 환자가 되고 만다는 것인데, 생활요법이든 약물치료든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당뇨병 발생 자체를 막거나 지연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한편 미국당뇨병학회(ADA)는 새 가이드라인에서 당뇨병 전단계와 심혈관 위험증가의 연관성을 지적, 이들 환자군에서 심혈관 위험인자의 검진 및 치료를 제안했다. ADA는 2020년 가이드라인에서 "당뇨병 전단계 환자에서 적어도 1년에 한 번 정도 정기적으로 제2형 당뇨병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당뇨병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당뇨병 전단계 환자들은 △당화혈색소(A1C) 5.7~6.4% △IGT(식후혈당 140~199mg/dL) △IFG(공복혈당 100~125mg/dL)인 경우로, "이들 모두가 당뇨병 예방노력의 적용 대상"이라는 것이 학회의 설명이다.

생활요법이 비용효과적

현 단계에서 고위험군의 당뇨병 예방에는 생활요법이 1차적으로 적용된다. ADA는 당뇨병 예방책과 관련해 "당뇨병 전단계 환자에서 기존 체중의 7%를 줄이고 유지할 수 있는 집중 생활습관 개선요법과 최소 주당 150분 정도의 중등도 강도 운동을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집중 생활습관 개선요법은 DPP(Diabetes Prevention Program) 등을 의미한다. ADA는 한 발 더 나아가 "생활요법과 같은 당뇨병 예방 프로그램의 비용효과를 고려해, 의료진의 환자교육에 보험급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약물까지 총동원령

당뇨병 전단계 환자에서 생활요법의 적용은 당뇨병 예방에 비용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돼 왔다. 하지만 생활요법은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끌고가지 못한다는 순응도의 문제를 맹점으로 안고 있다. 당뇨병 예방을 위해 생활요법에 더해지는 약물치료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ADA는 새 가이드라인에서 당뇨병 전단계 환자의 당뇨병 예방전략으로 약물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체질량지수(BMI) 35kg/㎡ 초과, 60세 미만 연령대, 임신성 당뇨병 병력 여성에 해당하는 당뇨병 전단계 환자에서 제2형 당뇨병의 예방을 위해 메트포르민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ADA는 "메트포르민, α-글루코시다제억제제, 올리스탯, 티아졸리딘디온계와 같은 약제들이 다양한 정도의 당뇨병 위험감소 혜택을 보였다"면서도 "메트포르민이 장기적 안전성과 함께 가장 강력한 효과의 근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메트포르민의 장기적인 사용이 생화학적 비타민 B12 결핍과 연관이 있을수도 있다"며 "메트포르민 투여환자, 특히 빈혈이나 말초신경병증 환자는 정기적으로 비타민 B12 측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메트포르민

대표적 경구 혈당강하제인 메트포르민은 일련의 임상연구로 당뇨병 예방효과가 장기간 안전하게 발휘되는 것으로 검증받은 바 있다. 집중 생활요법과 메트포르민 약물요법의 당뇨병 예방효과를 본 DPP 연구를 놓고 3년과 10년에 이어 15년까지 장기관찰한 결과다.

DPP 연구의 15년 관찰결과에 따르면, 메트포르민 치료를 받은 당뇨병 고위험군 환자의 당뇨병 발생률은 위약군에 비해 18%(위약 대비 생활요법 27%) 낮았다. 본래 연구의 3년(31%↓, 생활요법 58%↓) 결과와는 차이를 보이지만 10년(18%↓, 생활요법 34%↓) 관찰결과는 그대로 유지됐다.

D-CLIP 연구에서는 아시아 당뇨병 전단계 환자에서 메트포르민 요법의 당뇨병 예방효과가 보고됐다. 단독 IGT이거나 IFG 또는 IGT·IFG 복합장애를 동반한 비만·과체중 환자들을 생활요법 또는 생활요법 + 메트포르민 그룹으로 나눠 치료한 결과, 3년 추적·관찰 동안 당뇨병 발생빈도가 34.9% 대 25.7%로 약물치료를 더한 그룹의 상대위험도가 32% 유의하게 낮았다. 

가장 최근에는 메트포르민 약물요법 + 생활요법과 생활요법의 당뇨병 예방효과를 비교한 연구들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올해 초 Cochrane Library에 게재된 '제2형 당뇨병 고위험군에서 메트포르민의 당뇨병 예방·지연효과'에 관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생활요법에 메트포르민 약물요법을 더해 치료했을 때 생활요법 대비 당뇨병 예방효과가 더 뛰어났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집중 생활요법과 비교해서는 메트포르민의 유의한 당뇨병 예방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대한당뇨병학회 “승인된 약제 없어”

대한당뇨병학회도 지난해 업데이트한 당뇨병 진료지침을 통해 당뇨병 전단계 환자에서 질환이환 예방을 위한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학회는 우선 당뇨병 전단계 환자군에서 생활습관 개선(식사와 운동요법, 체중감소)으로 당뇨병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당뇨병 예방을 위한 약물치료는 "승인된 약제는 없다"며 선을 그으면서도 "여러 연구에서 메트포르민, 아카보스, 올리스탯, 피오글리타존과 같은 약제가 당뇨병 고위험군에서 당뇨병 발생을 의미 있게 지연 또는 예방했다"며 근거를 제시했다. 최종적으로는 "당뇨병 전단계에서 당뇨병으로의 진행을 막기 위해 약물중재를 고려할 수 있다"며 이전보다 진일보된 권고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