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석 대한갑상선학회 이사장
"갑상선암 과잉진단 논란, 여전히 진행 중"
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 활용한 연구도 시행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몇 년 전 갑상선암 과잉 진단 논란이 불거졌을 때 이슈의 중심에 서 있던 대한갑성선학회가 국민과의 소통에 나섰다. 당시 갑상선 관련 진료를 하는 의사들은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오랫동안 그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대한갑상선학회 장항석 이사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대한갑상선학회 장항석 이사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최근 대한갑상선학회 지휘를 맡은 장항석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은 학회나 의사들이국민이나 언론 등과 소통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한다.

당시 제기된 주장들은 근거가 부족하고 과학적이지 않았지만, 갑상선 질환을 진료하는 의사들이 국민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것. 

장 이사장은 "의사들이 근거를 찾고, 치료하는 것은 혼자할 수 있지만, 국민을 설득하는 것은 혼자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며 "그래서 8개 관련 학회와도 소통하고, 국민, 정부, 사회단체, 언론 등과 같이 가기 위해, 학회의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이사장도 맡고 있는 장 이사장을 만나 논란 이후 지금의 상황과 학회 운영 방안에 대해 물어봤다. 

-갑상선암 과잉진단 논란은 이제 정리가 됐다고 봐야 할까?

아직도 진행 중이라 보는 것이 맞다. 당시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라든가 "수술하지 않고 기다려라" 라는 식의 거친 얘기가 나오면서 갑상선암을 수술하는 의사들이 매도됐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 갑상선학회 등 갑상선을 진료하는 의사들은 어떻게 국민과 소통해야 하는지 몰랐고, 근거를 제시하면 될 줄 알았다.

언론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한다. 언론들은 "갑상선 암은 암도 아니다" 등의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냈지만 정작 임파선 전이가 없을 때 등 수술을 기다려야 하는 조건 등에 대해서는 보도에 소홀했다.

폭풍이 가라앉은 후 지금의 상황을 냉정히 볼 필요가 있다. 우리 병원 갑상선암센터에서만 봐도 1년에 2명 정도는 사망하고, 초기 갑상선암 환자보다는 더 진행된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 책임감을 느끼는 부분이다. 또 수술을 기다리던 환자들도 걱정돼 다시 병원을 찾고 있다.  

- 2년 임기 동안 계획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 학회 창립 10년 주년을 맞았다. 갑상선학회는 유관 8개 학회가 모여 서로의 목소리를 조율하면서, 진료지침을 만들기도 하고, 지난 2017년에는 아시아대양주갑상선학회(AOTA)를 개최하기도 했다. 중량감 있는 학회로 위상을 키워가고 있다.

갑상선 질환에서 그동안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가는 일본이었다. 그런데 갑상선학회의 역사가 10년을 넘어서면서 우리나라가 일본을 뛰어넘고 있다. 8개 학회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도 힘을 모아 노력해온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이런 분위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데이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사실 갑상선암 과잉진단 논란이 터졌을 때 국내 데이터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또 다른 포부는 개발도상국에 있는 젊은 의사들에게 갑상선 진료에 대해 교육하고 전파하는 일이다. 

-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데이터 사용에 대한 MOU가 갖는 의미는?

올해 9월부터 건보공단과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MOU를 체결했다. 우리나라에 맞는 근거를 만들려면 우리만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래서 학회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고,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사도 연임하고, 팀을 꾸렸다.  

갑상선 질환을 진료하는 의사들이 공단에 있는 대규모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현재 갑상선질환과 관련된 3가지 연구를 시작했고, 또 다른 연구도 곧 시작될 것이다.  

대한갑상선학회 장항석 이사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대한갑상선학회 장항석 이사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 다른 학회와 차별화된 등록사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기존의 학회 등록사업을 데이터를 쌓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우리 학회 등록사업은 인터렉티브 즉 연구자와 연구자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등록사업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A의사와 B의사가 함께 연구할 때 이들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또 등록사업에 더 공헌하는 사람에게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더 주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 최근 국정감사에서 미분화 갑상선암에 대한 진단비와 약제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대한 의견은?

우리 병원 갑상선암 환우회 카페인 '거북이'에서도 이 문제가 중요한 이슈다. 미분화 갑상선암은 갑상선암 중 2%에 불과한 희귀 난치암으로, 다른 곳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고, 치료도 어렵다. 치료제로 표적항암제인 렌비마가 처방되는데, 미분화 갑상선암은 예외다. 

-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금 유연해야 한다는 의미는? 

술기와 장비 등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좀 더 능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상황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또 최근 식약처가 국내 임상을 강조하고 있다. 근거가 확실하거나 이미 입증됐고, 인종 간 차이도 분명하고, 누가 봐도 적응증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무조건 국내 임상을 요구하는 것은 좀 이해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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