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약가 조정으로 3조 4483억원 절감 추산
2019년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 약품비 관리 방안, 재평가로 결국 약가인하?
업계 "정책 수용성 높여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2017년 건강보험으로 지출한 약품비 규모는 약 16조 2000억원으로 건강보험 총 진료비 64조 6000억원의 25%를 차지한다. 정부는 약품비 적정 관리를 위해 다양한 제도 개선안을 내놓고 있지만 인구 고령화, 만성질환의 증가 등 보건의료 환경의 변화에 따라 약품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약품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바로 급여 등재된 처방의약품이다. 이에 정부가 발표하는 약가제도에 따라 제약업계가 웃고 우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은 당연하다. 약가제도 개편 역사에 따른 제약산업 변화를 조명하고, 최근 발표된 제네릭 약가제도 개선안을 포함한 2019 건강보험종합계획이 미칠 영향을 알아본다.

무한반복 약가 인하…제약사는 내실 있는 성장을 했을까

정부는 지난 20년간 약제비 적정화 방안 등을 포함한 약가 조정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노력을 기울였다.

최근 한국보건행정학회에서 성균관대 약대 이재현 교수가 발표한 '종합계획의 약제비 관리 방안에 대한 검토'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약가 조정으로 총 3조 4483억원, 연평균 1.8% 약품비가 절감됐다.

제도 변화에 따른 절감액을 살펴보면, 시작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복지부는 그해 의약품을 고시가 상환제도에서 실거래가 상환제도로 전환했다. 요양기관, 유통업체, 제약사 대상 표본으로 의약품 실제 구입 가격을 1년에 4번 조사한 후 평균가 또는 최저가 기준으로 보험약가를 인하하는 것이다. 약가 차액(이윤)을 배제하겠다는 의도다. 제도 시행기준으로 2000년에서 2010년까지 2864억원을 절감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다수의 요양기관이 실거래가 높낮음에 상관없이 보상을 받아 저가 구매 요인이 없으며, 결국 실거래가가 상한금액과 비슷한 수준에서 이뤄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뿐만 아니라 제약사들의 가격 경쟁보다는 보험약가 유지를 위해 오히려 음성적인 리베이트를 양성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2002년 8월, 약가 재평가가 도입됐다. 최초 상한금액 산정 이후 여건 변화를 약가에 반영키로 한 것이다.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전체 보험의약품을 세 그룹으로 나눠 3년에 한 번씩 A7국가(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 조정 평균가를 조사해 상한 금액을 조정했다. 총 8차례에 걸쳐 8300여 품목의 가격을 인하해 재정 절감 추정액은 420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환율 변동성의 영향과 국가별 약제별 마진, 세금 등이 달라 일률적인 조정가 산출이 부정확하다는 업계 반발이 있었다. 또한 선별등재제도 등 약가 결정 방식 변경의 영향으로 재평가를 통한 약가 인하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도출됨에 따라 2010년 폐지됐다.

2007년, 보험급여체계에 획을 긋는 제도가 도입된다. 그간 정부는 보험에서 제외하고자 하는 의약품들을 급여제외목록으로 구분하고 나머지 약제를 자동 급여화시키는 '네거티브 리스트제'를 채택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7년 신약 가격에 경제성 평가를 도입해 비용효과성이 낮은 의약품은 급여권에 진입할 수 없도록 '포지티브 리스트제(선별등재제)'를 시행키로 했다.

제네릭 가격은 계단형으로 결정되고 있었다. 등재순서에 따라 약가 차이를 둬 조기 등재를 유도한 것으로, 1~5번째 복제약은 오리지널의 68%, 6번째 이후는 최저가의 90%로 책정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기등재 목록정비를 단행했다. 이미 등재된 약도 경제성 평가를 진행해 비용효과성이 낮은 약제는 약가를 깎거나 비급여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본격적인 약효군별 경제성 평가에 앞서 편두통 치료제와 고지혈증 치료제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그러나 고혈압 치료제를 두고 본평가를 진행하던 중 경제성 평가는 결과 및 적용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약제비를 조기에 적정화 하기 위해 2010년 신속정비(20% 약가 인하) 방안이 마련된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약제비 절감액은 7858억원이다.

2010년에는 의약품 실거래가를 전수 조사해 상시 약가를 인하하는 기전이 작동한다. 상한금액과 실거래가 차액의 70%를 요양기관에 인센티브로 지급하고 실거래가에 따라 다음해 약가를 인하하는 제도로, 유예기간을 제외하고 본격적으로 약가가 조정된 시기는 2016년이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제약, 유통업체의 공급내역보고자료의 가중 평균가로 2016년에 약가를 인하했고,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요양기관 청구자료의 가중 평균가로 2018년에 약가를 인하했다. 절감액은 220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노력에도 약품비는 29%대까지 치솟았다. 약품비 상승세를 꺾기 위해 2012년 일괄 약가인하를 단행했다. 기등재 약제 1만 4000여 품목을 재평가해 6500품목의 약가를 인하(전체 평균 14%↓)했고 1조 7358억원을 절감했다.

또한 계단형 약가제도를 폐지하고 '동일 성분=동일 약가' 원칙을 적용했다. 등재 순서와 상관없이 제네릭과 오리지널 모두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가격의 53.55%로 조정한다는 것이 골자다. 단, 특허만료 후 1년까지는 오리지널 70%, 퍼스트 제네릭 59.5% 등 가산기간을 부여했다.

약가 일괄인하 시행 1년인 2013년, 복지부는 약품비가 감소했고 제약업계가 약가 인하 여파를 극복하기 위해 구조적 변화를 모색하는 등 성장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당시 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2012년 약품비가 처음 감소(-3.4%)했고, 오리지널 점유율(오리지널 38.4%, 제네릭 61.6%)도 낮아졌다. 국내 제약사의 영업이익(8.6%)에도 큰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산업계의 시선은 다르다. 의약품 리베이트 규제 강화와 약가 인하 정책이 맞물리면서 부진에 빠졌고, 오리지널과 제네릭 약가가 동일해지면서 다국적사와 코프로모션 사례가 증가해 수익구조가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기간행물인 KPBMA Brief에서 종근당 김민권 부장은 "약품비, 오리지널 점유율 등과 같은 항목을 최근과 비교하면 과거 복지부의 평가와 달리 약품비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오리지널 점유율도 높아지고 있으며 국내 상위사는 코프로모션 비율이 40% 이상으로 확대되는 등 영업이익률도 감소 추세"라면서 "국내 기업은 내실 있는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네릭 허가-약가 연계제 등장...재평가도 이슈
“약가인하 거듭되다 제약사들 유통업체로 전락할라”

정부가 올해 또다시 약가제도 개선안을 내놨다<표1>.

우선 제네릭 약가를 손질했다. 직접적인 원인이 발사르탄 사태인 만큼, 제네릭 품질이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제네릭의 허가와 약가를 연계시킨 안이 나온 것이다.

복지부가 행정예고한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일부 개정고시안을 살펴보면, 성분별 20품목 이내 제네릭은 등재순서와 관계없이 △자체 생물학적동등성시험자료 제출 △등록된 원료의약품을 사용했을 경우 기존대로 오리지널 가격의 53.55%를 받게 된다. 

2개의 기준 중 미충족 개수에 따라 가격은 차등적용 되는데, 1개 미충족일 경우는 45.52%, 2개 미충족일 땐 38.69%의 약가를 받게 된다. 21번째 등재되는 제네릭부터는 최저가의 85%로 산정된다.

기등재된 제네릭은 재평가 시기에 맞춰 새로운 약가제도가 적용된다. 복지부는 제네릭 개발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업계에서는 결국 약가 인하로 귀결되는 계단형 약가제도의 부활이라는 시선이다.

제네릭 약가 개선안을 포함한 약품비 관리 장기 계획도 나왔다. 이달 초 복지부에서 발표한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 2019년 시행계획'을 보면 25% 수준의 약품비를 유지하면서 지출 구조를 변화시키겠다는 것이 정부의 큰 그림이다.

△기등재 약을 재평가해 절감된 건강보험 재정을 중증·고가 의약품 보장성 강화에 사용하고 △임상시험 결과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임상 효능, 재정 영향, 계약 이행사항 등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약가 재평가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종합해 보면 제네릭 재평가로 절감된 재정은 신약에 투자하고, 신약은 다시 리얼월드데이터(RWD) 등을 참고해 급여 적정성을 재평가하겠다는 뜻이다. 새로운 제도 시행이 2020년, 2021년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약품비 관련 화두는 단연 '재평가'가 될 전망이다<표2>.

“약제비 절감은 산업 구조 취약 야기…제도 수용성 높여야”

약가 개선안이 미치는 파급력은 국내 제약사에 더 크다. 내년 7월 이후 등재되는 제네릭은 개편된 제도를 적용해 가격이 정해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1+3' 공동 생동성시험 제한도 내년 하반기로 전망된다.

보건당국의 제네릭 제도 개선안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지난 3월부터 제네릭 의약품 허가가 눈에 띄게 늘었다.

실제 올해 1월 시판허가를 받은 제네릭은 211개, 2월 188개에서 3월 342개로 급증했다. 4월에는 452개, 5월에는 511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0개 안팎이던 제네릭 허가 품목 수와 대조된다. 물론 일시적인 현상이겠지만, 제네릭 난립을 막기 위해 발표한 제도가 오히려 제네릭 수를 늘리고 있는 셈이다.

향후 몇 년간 특허가 만료되는 대형품목이 많지 않다고 위로하는 제약업계가 당면한 더 큰 문제는 기등재 제네릭 재평가다.

기등재된 제네릭은 재평가를 통해 약가 조정이 이뤄지는데, 위탁 제네릭을 가진 제약사들은 고민이다. 1억원에 달하는 생동비용을 들여 직접(단독) 생동시험을 시행했지만 비동등 결과가 나올 경우 '불량의약품'으로 전락해 판매 중지 및 회수 조치를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부담은 국내 상위제약사보다 위탁 제네릭이 많은 중소제약사에게 더 크다. 한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으로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며 "매출 규모가 큰 제네릭 품목부터 직접생동을 진행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동시에 수익이 나지 않는 품목은 정리 수순을 밟아야 한다. 정부가 원하는 대로 제네릭 수는 줄어들겠지만 동시에 제약산업도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많은 약가제도는 약품비 절감 효과가 단기적인데다 산업 구조가 취약해졌다"며 "제도 수용성이 결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약가 조정으로 적정 약품비를 관리하고, 약제비 지출 구조에 변화를 줘 건보재정을 관리할 수 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들여다 봐야 한다"며 "무한 반복되는 약가 인하가 국내 제약 산업 구조를 유통업체로 변화시키는 것을 막고 정책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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