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VI 안전성 높인 인공판막의 진화...에드워즈·메드트로닉 주목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노화가 진행되면서 심장의 퇴행성 판막질환이 발생한다.  

이 중 가장 흔한 것은 대동맥판막 이상과 승모판막 이상이다. 아무래도 심장이 수축과 이완을 통해 온몸에 혈액을 뿌려주는 일을 하는 만큼 판막 손상의 위험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특히 대동맥판막 이상은 발생 확률이 더 높다. 60세 이상 인구의 약 8%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의 대표적 원인은 노화다. 이에 따라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대동맥판막협착증 유병률은 증가할 조짐이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경피적대동맥판막삽입술(TAVI)이 주목받고 있다. TAVI는 새로운 의료기술로서의 역사는 짧지만,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시술이라는 점은 모두가 동의한다. TAVI가 단기간에 주목받는 치료법으로 급부상했다는 것은 그만큼 환자에게 불편함 없이 치료할 수 있는 시술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① 노인인구 증가...변화하는 패러다임
② 인공판막의 진화, TAVI 안전성 높이다 

TAVI는 SAVR와 달리 스텐트 안에 조직판막을 넣은 형태를 심장혈관 스텐트와 같은 방식으로 좁아진 대동맥판막에 넣는 시술이다.

개흉을 통해 판막을 교환하는 SAVR와 달리 대퇴동맥을 따라 풍선을 심장판막까지 도달하게 한 다음, 좁아진 판막 사이에 풍선을 부풀려 판막 역할을 할 인공판막 스텐트를 대동맥판막에 고정하는 방식이다.

수술적 치료에서 비수술적 치료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변화의 움직임은 실제로 드러났다. 2017년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AHA·ACC)는 TAVI를 수술 중간 위험군에게도 할 수 있다는 권고안을 포함한 판막성 심혈관 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2014년 AHA·ACC 성인 판막성 심질환 관리 가이드라인에서는 수술이 불가능한 초고위험군 또는 고위험군에게만 TAVI를 할 수 있다고 명시했지만, 이후 발표된 연구 등을 근거로 3년 만에 권고안을 개정한 것이다(Circulation 2017;135(25):e1159-e1195).

가이드라인에서는 수술 중간 위험군인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SAVR 또는 TAVI를 시행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권고등급 Ⅱa, 근거수준 B). 

2014년 가이드라인에서는 수술이 불가능한 초고위험군 또는 수술 고위험군에게만 TAVI가 가능하다고 제시한 것에서 적용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AHA·ACC는 그 근거로 2016년 발표된 PARTNERⅡ 연구를 제시했다. 

연구에서는 미국흉부외과학회(STS) 점수가 4% 이상으로 수술 중간 위험군인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TAVI 또는 SAVR를 시행했을 때 2년 예후를 비교했다(NEJM 2016;374:1609-1620). 

최종 결과,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 또는 장애를 유발하는 뇌졸중 발생률은 TAVI군과 SAVR군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HR 0.89; P=0.25). 

가이드라인 위원회 공동의장인 미국 워싱턴의대 Catherine M. Otto 교수는 "TAVI는 수술 위험도가 높거나 수술이 어려운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권고하고 있다"며 "이번 가이드라인을 계기로 수술 중간 위험군도 TAVI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인공판막 선구자 에드워즈

에드워즈 인공판막 사피엔3. 

에드워즈의 인공판막 사피엔은 2002년 최초로 시작된 TAVI의 역사와 함께한다.

2007년 1세대 사피엔을 시작으로 2010년 2세대인 사피엔XT가 개발됐고, 3세대인 사피엔3는 2013년 개발 이후로 현재까지 환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사피엔의 장점은 밸브 겉의 아랫면을 감싸고 있는 Outer Skirt(외부에 덧대어진 PET 재질의 스커트)가 추가돼 혈류가 판막 주위로 새는 현상을 최소화한 점이다. 

특히 사피엔3는 밸브를 대동맥으로 삽입하기 위해 밸브를 특수 디바이스를 이용해 얇게 크림핑(crimping)할 때 이전 세대 제품보다 더 얇게 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이 덕분에 대동맥판막보다 쉽고 정확하게 TAVI 밸브를 위치시킬 수 있다. 또 코발트 크로뮬 재질로 밸브의 원형을 유지하기 위한 힘도 강하다. 

에드워즈 관계자는 "사피엔은 사용이 간단하고 쉬워 시술 시간 및 합병증을 최소화함으로써 효율적인 시술이 가능하다"며 "특히 밸브를 정확하게 위치할 수 있어 안정적인 시술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사피엔3는 구조적, 혈역학적으로 매우 뛰어난 성능이 입증됐다"며 "내구성 또한 20년 이상 입증됐다"고 덧붙였다. 

에드워즈는 향후 사피엔3 Ultra 등 추가 모델도 개발 중이다. 

혁신에 혁신 더하는 메드트로닉 

메드트로닉 인공판막 코어밸브 에볼루트 플랫폼. 

메드트로닉 '코어밸브 에볼루트 플랫폼'도 TAVI에 사용되는 주요 인공판막 중 하나다.  

코어밸브 에볼루트 플랫폼은  니티놀(Nitinol) 소재의 자가팽창형 인공판막으로, 독특한 디자인을 통해 더 넓은 유효판구면적(Effective Orifice Area, EOA)을 제공한다.

이를 토대로 개발된 코어밸브 에볼루트R은 돼지 심막을 사용해 내구성과 유연성을 높였다. 특히 시술 후 인공판막의 위치가 적절치 않을 때 리캡쳐(recapture) 기능을 통해 시술 중 위치조정이 가능하다. 

아울러 올해 1월 국내에 첫선을 보인 코어밸브 에볼루트PRO는 코어밸브 에볼루트R이 갖고 있던 장점을 유지하면서 판막주위누출을 줄인 게 강점이다. 

코어밸브 에볼루트PRO는 밸브 끝 부분에 돼지 심막을 한겹 더 덧대 밀폐력을 강화했고, 코어밸브 에볼루트R과 동일하게 넓은 EOA를 제공, 환자-판막(Patient-prosthesis) 부적합 사례 감소 및 장기적인 혈액 흐름 개선, 저항 감소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 

두 제품은 각각 2015년과 2017년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과 유럽 CE 인증을 받았다. 

메드트로닉 관계자는 "메드트로닉은 최초의 경피적대동맥판막, 자가팽창 및 재이동이 가능한 경피적대동맥판막 개발 등 심장판막 치료법의 리더로 꾸준히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TAVI 정착할 수 있도록 학회 노력 필요"

서울성모병원 장기육 교수(순환기내과)는 대한심혈관중재학회에 기고한 '한국 TAVI의 현 상황과 미래, 보험 가이드라인에 대한 문제점'이라는 글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TAVI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우리보다 늦게 출발한 중국과 일본의 케이스 수는 이미 한국을 넘어선 만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2년 11월 TAVI가 신의료기술로 지정돼 같은 해 12월 국내서 첫 시술이 시행됐다. 이후 TAVI 케이스는 점차 증가해 2015년 155건이 진행됐다. 

국내에서는 2015년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선별급여를 시작했지만, 인공판막의 가격이 3200만원에 달해 사전검사비와 입원비 등을 합하면 환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약 3000만원에 달해 시술건수 증가율은 선별급여 전후에 큰 차이가 없다.

치료비를 전적으로 지원받는 독일과는 시술 건수 증가율이 다른 양상을 보이는 셈이다. 실제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등은 정부가 TAVI 비용을 100% 지불하고 있다. 

장 교수는 "시술 경험이 쌓이고 개선된 인공판막이 도입되면서 초창기와 비교하지 못할 만큼 시술 합병증이 감소되고 수술 저위험군에서도 TAVI가 이뤄지는 추세"라며 "특히 개선된 인공판막들은 판막주위누출의 발생을 현저히 감소시켜 TAVI에 대한 우려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향후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 수 증가와 함께 TAVI 수요도 늘어나겠지만, 일본과 중국의 케이스는 이미 우리를 넘어섰고 우리는 점차 뒤쳐질 것"이라며 "한국에서 TAVI가 많은 병원에 정착하기까지 중재시술 의사와 학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