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분야 식민화, 아시아암학회가 막겠다!”
“암 분야 식민화, 아시아암학회가 막겠다!”
  • 최상관 기자
  • 승인 2019.03.15 0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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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임상종양학회 김열홍 회장(고대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미국·유럽에 학술적으로 종속되면, 산업도 잠식"
"아시아인에 맞는 가이드라인, 교육, 연구 개발에 힘쓸 것"
▲아시아임상종양학회 김열홍 회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아시아임상종양학회 김열홍 회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최상관 기자] “미국, 유럽으로부터 아시아 암 학술 분야의 식민화를 막겠다!”

아시아암학회(Asian Oncology Society, AOS)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고려대안암병원 김열홍 교수(종양혈액내과)의 얘기다. 김 교수는 현재 아시아임상종양학회(ACOS) 회장을 맡고 있다.

아시아에서 세션 여는 미국, 유럽 학회…"넌센스!"

AOS 탄생 배경은 아시아 암 학술 분야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한다. 현재 암 학술 분야는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고 있어 아시아의 암 연구자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열리는 학회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유럽 학회가 아시아 지역에서 학회 세션을 여는 경우도 있다. 싱가포르에서 2020년까지 열리는 유럽종양의학회(ESMO)-ASIA 미팅,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는 일본에서 세션을 개최하기도 한다.

그는 이를 두고 ‘암 학술 분야의 식민화’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 학회가 아시아에서 세션을 여는 그 자체가 넌센스다. 미국과 유럽에 아시아 연구자들이 참석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그들이 아시아에서 학회를 주최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른바 아시아 연구자들이 배워가라는 의미다. 이대로 가다가는 아시아의 암 학술 분야에서 미국과 유럽의 식민지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학술 분야의 식민화는 곧 산업 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미국과 유럽의 암 학회는 글로벌 제약사를 등에 업고 홍보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아시아에서의 치료제 및 기술 개발은 미국과 유럽에 잠식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어 아시아 환자의 특성, 경제적 상황, 의료 환경 등을 고려한 가이드라인 개발, 교육, 연구의 중요성도 피력했다. 가령 서양에서는 흑색종, 직결장암, 대장암 등의 발생률이 높다. 그러나 아시아에서는 감염으로 전파되는 간암, 자궁경부암, 수질 오염으로 생기는 담도암 등 후진국형 암이 대부분이다.

그는 “아시아에서 많이 발생하는 암에 대해서는 미국 또는 유럽 기반의 제약사가 별로 투자하지 않는다. 새로운 치료법이나 가이드라인이 나와도 의료 및 경제적 수준이 낮은 아시아 국가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어 시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학술적으로 종속되면 산업도 종속된다. 아시아의 현재 상황에 맞는 가이드라인, 교육, 연구가 산업과 연결될 수 있도록 힘써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임상종양학회 김열홍 회장ⓒ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아시아임상종양학회 김열홍 회장ⓒ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미국도 20년 전에는 ASCO, AACR이 합쳐져 있었다

AOS는 ACOS와 아시아·태평양암연맹기구(APFOCC)를 통합한 학회다. 올 11월 일본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내년 3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첫 번째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APFOCC와 ACOS 두 학회를 통합할 필요가 있었을까? 미국도 미국암연구학회(AACR)과 ASCO로 나뉘어져 있다. 

두 학회의 독자적인 혁신으로도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는 “아직은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도 20년 전에는 ASCO, AACR을 동시에 열었다. 사람을 모으는 것이 쉽지 않고 참여할 사람이 한정됐기 때문이다. 이후 급성장한 결과 두 학회로 갈라졌고, 현재는 너무 규모가 큰 나머지 더 세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며 “그러나 APFOCC와 ACOS는 현재 걸음마 수준인데도 힘이 분산 돼있다. 지금처럼 2년마다 열리면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한다. 훗날 AOS가 급성장하고, 아시아의 암 관련 임상 연구가 활성화 된다면 세분화는 그때 논의하더라도 늦지 않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난 2016년 대한암학회 이사장 시절부터 암 관련 학회의 협력을 강조해왔다.

이어 그가 ACOS 회장을 맡고, 서울대병원 노동영 교수(유방내분비외과)가 APFOCC 회장을 맡는 등 한국에서 아시아 대표 암 학회 리더십을 모두 가지고 있을 때, 두 학회를 합쳐 아시아를 대표하는 하나의 암 학회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창립 과정에서 어려움이 없진 않았다고 한다. 아시아 국가별 사정과 의견, 이해관계가 다양했기 때문이다. 또한 학회 헤게모니를 갖추는 것과 관련 ‘특정 국가가 주도하려는 것 아닌가’하는 물 밑 판단도 없을 수는 없었다고.

그는 “중국과 일본 입장에서는 굳이 AOS에 속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감정도 있었다. 가령 중국임상종양학회(CACA)는 학술대회에 3만 명이 몰리는 등 큰 규모로 열리고, 일본도 오랫동안 독자적으로 미국, 유럽 학회를 상대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화를 풀어가면서 한·중·일이 다른 아시아 국가를 위해 베풀고, 양보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그의 포부는 AOS가 미국, 유럽 학회에 종속적인 입장이 아닌 하나의 파트너로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다. 현재 AOS 참여를 결정한 아시아 국가는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 총 16개국이다. 대략적인 위원회 윤곽도 잡혔다. 학술 위원회, 가이드라인 위원회, 교육 위원회, 임상 연구 위원회 등이다.

아울러 아시아 암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위치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연구자가 ACOS와 APFOCC 회장을, 대한암학회가 사무국을 맡는 등 한국이 아시아 암 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제대로 된 학회를 잉태한다면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아시아 암 분야 대표 국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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