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습관 개선이 가장 우선 약물·수술은 맨나중에

[메디칼업저버 박상준 기자]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법을 담은 가이드라인이 나오면서 세부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Korean J Pediatr 2019;62(1):3-21).

그동안 우리나라는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지 않아 주로 미국과 유럽 그리고 호주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왔는데, 마침내 완성되면서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가이드라인이 의미가 더 큰 것은 새롭게 개정된 소아청소년 성장도표(2017년 기준)을 반영했다는 점이다. 2007년 만들어진 성장도표는 국제 기준치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상대적으로 비만기준이 높았고, 신장기준이 낮았다.

반면 새 성장도표는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정보로 만들어진 그야말로 대한민국 소아청소년 표준치라 가이드라인 또한 가장 최신형이라고 할 수 있다.

개정된 성장도표는 2세까지는 큰 변화가 없어 세계보건기구 성장표준을 따랐고, 3세부터는 국내 선별기준에 맞춰 백분위수(퍼센타일)로 설정한 것이 특징이다.

도표를 들여다 보면 지난 10년 전과 달리 3세 이후부터는 키와 몸무게가 한 단계 늘어나면서 발육상태가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진단 : 새로운 성장도표 적용 과체중 85~95백분위수 미만
비만은 95백분위수 이상, BMI 25kg/㎡ 이상 기준은 없애

이러한 기준를 참고해 2세 이상 소아 청소년의 과체중 진단기준은 연령과 성을 반영한 체질량지수(BMI)가 85~95백분위수 미만(상위 5~15%)에 속하는 경우로 규정했다. 나아가 비만 진단기준은 BMI 상위 95백분위수로 이상으로 정의했다.

특히 비만의 경우 과거에는 BMI 상위 95백분위수 이상 또는 BMI 25kg/㎡ 이상으로 진단했던 것에서 BMI 기준이 빠졌다. 이와 함께 24개월 미만(2세 미만)인 소아들의 과체중 진단은 세계보건기구(WHO) 성장도표를 근거로 체중과 키가 95백분위수 이상으로 정의했다.

진단에서 강조한 것은 동반질환 유무다. 기준치만 보지 말고 비알코올성지방간질환(NAFLD),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내당능장애, 제2형 당뇨병, 다낭성 난소 증후군, 수면무호흡장애, 정신사회적 문제 유무를 평가해야 한다고 권고문에 넣음으로써 비만과 더불어 발생하는 만성질환을 예방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한소아소화기영양학회 영양이사인 양혜란 교수(분당서울대 소아청소년과)는 "외국 가이드라인은 모두 서양 소아청소년을 근거로 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진단 근거로 적용하기 애매한 점이 많았다"면서 "마침 성장도표가 2018년에 개정되면서 소아 비만진단기준을 한국형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양 교수는 "새로운 성장도표를 대조했더니 기존 기준과는 확연히 달랐다. 작은 아이들도 비만도 있었고, 청소년 비만도 조금 변화가 있었다"며 "또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도 많아 진단단계에서 질환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치료 핵심은 식습관 개선 및 운동요법
고칼로리식 줄이고 동반질환 치료도 중요

이와 함께 치료에서 강조한 것은 강력한 생활습관의 주문이다. 이를 위해 첫번째 권고문에서는 제시된 알고리즘을 적극 활용할 것을 강조했다.

알고리즘을 풀어보면 성장도표 85퍼센타일 이상에 해당하는 과체중 이상의 소아청소년이 병원에 왔을 때 우선 병력청취과 신체검사 진행한 후 정상이면 간질환,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병, 다낭성 난소 증후군, 수면무호흡증 여부를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동반질환이 없으면 생활습관 개선을 시행하고 만약 있다면 생활습관 개선과 동시에 동반질환을 치료를 해야 한다. 이 경우 중재전략(6개월 이상) 이후에도 체중이 증가하면 약물치료나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최초 병력청취와 신체검사에서 비정상이면 또 다른 비만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내분비장애, 유전자질환, 신경계 질환 등의 기저질환이 유무도 필요하다.

두번째 권고문에서는 비만 치료를 위한 행동중재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도움과 다양한 중재전략(칼로리 섭취 제한, 적극적 운동)을 강조했다.

행동중재 중 식습관 개선 방법으로는 고설탕 음료 섭취 제한, 작은 크기의 접시 사용, 패스트 푸드 음식 제한을 강조했고, 운동요법은 일주일에 5일 이상 최소 20분 최대 50분 꾸준히 실천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운동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좋다고 제시했다.

마지막 세번째 권고문은 주요 동반질환이 있는 비만환자의 경우 생괄습관 교정에 실패한 경우에 한해 약물요법과 수술요법을 권고한 것인데, 약제별 치료 전략은 세부 설명으로 담았다.

약제 세부 설명에서는 오르리스탯, 메트포르민, 리라글루타이드, 토피라메이트 등 4종을  기술했다. 또 수술요법으로는 베리아트릿으로 BMI 40kg/㎡ 초과,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 35 kg/㎡ 초과인 경우로 정의했다.

양 교수는 "소아청소년에게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르리스탯 정도가 12세 이상에게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제"라면서 "쓸 수 있는 약물도 매우 제한적이라 약물요법은 권고문에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또 많은 소아청소년들이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개선이 될 수 있는 만큼 1차적으로 운동, 식습관 개선과 같은 생활습관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외에 강조한 것은 주변사람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생활습관을 할 수 있는 환경의 개선이다.

향후 환자 및 보호자용 리플렛 제작해 배포

한편 대한소아소화기영양학회는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를 계기로 소아청소년 비만에 대한 인식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환자 및 보호자용 리플렛을 제작해 배포한다.

학회 최병호 회장(경북대 소아청소년과)은 "소아 청소년들의 비만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시점에 가이드라인이 나와서 치료와 예방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번 가이드라인이 범부처비만종합대책을 수립하는데도 좋은 정책적 근거로 활용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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