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지원 프로그램 참여자 우울증·PTSD 개선…위험군 비율 줄어

▲ 국립부곡병원 이영렬 원장은 '포항 지진 재난 심리지원'에 대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맞은 큰 규모의 재난이었으나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경북 포항 지진 피해자에 대한 심리지원 활동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후 각 대피소에서 초기부터 심리지원을 진행한 결과, 재난 피해자들의 우울증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국립부곡병원 이영렬 원장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맞은 큰 규모의 재난이었으나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재난 심리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재난 심리활동이) 선방했다고 본다"며 27일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열린 '2018년 국가트라우마센터 심포지엄'에서 밝혔다.

포항 지진은 규모가 다른 나라에 비해 크지 않았지만, 인명 피해보다는 물리적 피해가 컸고 여진이 계속되면서 포항 시민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증가해 문제가 됐다. 

이에 지진 발생 후 다음 날 포항시 북구 보건소 및 국립부곡병원 전문가로 구성된 '포항 재난 심리지원단'이 발족했으며, 각 대피소에서 재난 심리지원 및 응급 진료소를 운영했다. 

닷새 후 21일에는 포항 재난 심리지원단을 확대 개편해 취약 계층 중심으로 가가호호 찾아가는 재난 심리지원 활동을 펼쳤고, 재난 심리회복 지원 인력들이 모두 돌아간 후인 12월 21일에는 포항시 재난심리지원 태스크포스(TF)팀 출범식을 가졌다. 

그리고 올해 5월 14일 지진 진원지인 포항시 흥해읍 보건소에 '재난 심리지원센터'를 개소해 본격적인 재난 심리지원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찾아가는 지진재난 심리지원 상담'을 골자로 △현장대피소 상담 △지진피해 집중지역 가가호호 방문상담 △취약계층 찾아가는 마음건강버스 운영 △읍면동 이동상담 및 고위험군 사례관리 등을 추진 중이다. 

포항시 북구 보건소 박준영 주무관은 "포항 지진 발생 후 계속되는 여진으로 시민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증가했다"면서 "재난으로 인한 우울, 불안, 스트레스 등을 관리해 PTSD를 최소화하고, 지속적인 심리지원을 통해 시민들의 마음을 안정시키면서 일상 회복을 돕고자 했다"고 재난 심리지원 활동의 목적을 밝혔다.

▲ 포항시 북구 보건소 박준영 주무관은 '포항 지진 재난 심리지원' 참여자들의 우울증 및 PTSD 변화율을 분석한 결과를 보고했다.

이 같은 심리지원 활동은 심리지원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우울감 및 PTSD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면서 성공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먼저 심리지원 프로그램 참여자를 대상으로 우울증 척도검사를 시행한 결과, 사업 전 △정상군 43.1%(25명) △위험군 6.9%(4명) △고위험군 50%(29명)에서 사업 후 각각 △70.7%(41명) △12.1%(7명) △17.2%(10명)로 조사됐다. 프로그램 도입 후 정상군이 약 30%p 늘고 고위험군이 33%p가량 줄어든 것이다. 

PTSD 역시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심리지원 사업 전과 후 PTSD 변화율은 정상군이 77.6%(45명)에서 93.1%(54명), 위험군이 3.4%(2명)에서 0%(0명), 고위험군이 19%(11명)에서 6.9%(4명)로, 프로그램 참여 후 정상군으로 분류된 이들이 증가했다. 

심리지원이 필요한 위험군 비율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였다. 

지진 발생 보름 후 위험군은 전체 상담자 8138명 중 789명(9.7%)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기준 위험군은 전체 상담자 9800명 중 19명(0.19%)으로, 약 1년 사이에 위험군 비율이 1% 미만으로 감소했다.

박 주무관은 "지진 발생 후 11월 30일부터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지속해서 심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 결과 우울증, PTSD 등이 사업 전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앞으로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시민들에서 심리지원을 받아야 하는 고위험군을 발굴할 예정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심리지원 또는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시민들의 심리 안정화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포항 지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진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으나 아직 많은 시민이 체육관에서 지낸다"면서 "이들의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포항 지진이) 끝난다. 결국 심리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긍정적인 성과를 계기로 향후 재난 피해자를 관리하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이 원장은 "먼저 재난 피해자 관련 코호트를 구축해야 한다. 이에 내년도 예산에 관련 연구비가 포함됐다"면서 "쉽진 않겠지만 우리나라에 지진 코호트가 없기에 반드시 코호트 구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이어 "이와 함께 재난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보건소, 센터, 지역 의료기관이 협의체를 구성하고 간담회 등을 진행한다면 문제 발생 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전문서비스 역량은 많이 좋아졌다. 이제는 TF 단계를 넘어야 한다. 전문가들의 트라우마에 대한 진료·케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