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 청소년 치료에 '약물'은 '주연' 아냐"
"자해 청소년 치료에 '약물'은 '주연' 아냐"
  • 박선혜 기자
  • 승인 2018.11.03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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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의대 배승민 교수 "긍정적인 결과 보인 치료제 없어…동반질환 있다면 약물치료해야"
▲ 가천의대 배승민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2일 고려의대 유광사홀에서 열린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자해 청소년에게 도움이 되는 약물치료'에 대해 발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현재 자해 청소년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은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자해 청소년에게 약물치료는 주연이 아닙니다."

청소년 자해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지만 이들에게 투약할 수 있는 효과적인 약물은 아직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다만 자해 청소년이 다른 동반질환(comorbid disease)을 가지고 있다면 이에 대한 약물치료를 고려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가천의대 배승민 교수(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2일 고려의대 유광사홀에서 열린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자해 청소년에게 도움이 되는 약물치료'를 주제로 발표했다.

지금까지 자해 청소년 치료를 목표로 진행된 약물 관련 연구의 대부분은 긍정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 이유는 먼저 자살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자해하는 행동인 '비자살성 자해(Non-Suicidal Self-Injury, NSSI)'가 2013년 개정된 '정신질환 진단과 통계 편람 5판(DSM-5)'에서 처음으로 독자적인 질환으로 제시된 데 있다. 즉 과거에는 NSSI와 자살 시도에 실패한 경우를 하나로 통합해 연구가 진행됐기에, 환자군에 대한 분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함께 자해 청소년에 따라 동반질환이 다양해 하나의 치료제에 대한 연구를 시행하기 어렵고, 이들에게 투약할 수 있는 약물도 많지 않다.

2014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atypical antipsychotics) △세로토닌 및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 △오피오이드(opioids) △오피오이드 길항제(opoid antagonists) 등 다섯 가지 약제가 자해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했으나, 관련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Can J Psychiatry 2014;59(11):576-585). 

배 교수는 "대다수 연구가 자해 청소년의 약물치료에 대해 긍정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보고한 연구도 있다"며 "자해 청소년에게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결론이 일관되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해 청소년이 다른 동반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자해를 막기 전 기저질환에 대한 치료를 선행해야 한다는 게 배 교수의 전언이다. 특히 청소년들이 자해하는 원인에는 사회적 관계, 감정 조절 등이 관련됐기에 겉으로 보이는 증상 외에도 다른 질환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로 자폐 청소년은 신체 변화로 인한 통증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해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일차적으로 행동치료를 진행해야 하며, 그럼에도 자해가 심각해지면 SSRI 치료를 시작하거나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을 천천히 투약할 수 있다.

배 교수는 "진료 현장에서는 충동적으로(impulsive) NSSI를 한 청소년을 많이 본다. 이를 경계성(borderline) 인격장애로만 판단해 치료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자해를 자동으로 경계성 인격장애로만 보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해 청소년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고용량 SSRI를 투약한 후 점점 용량을 줄여나가는 등의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해에 대한 약물치료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았지만 자해 청소년의 동반질환을 잘 보면서 약물치료뿐 아니라 여러 병합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증상에 따라 개별적으로(case-by-case) 약물치료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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