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별로 세분화 진단과 치료법 제시

 

국내 첫 만성기침 진료 지침이 나왔다. 과거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주도하에 일반 기침 지침이 개발된 적은 있었지만 만성기침 지침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이사장 윤호주, 한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는 9월 20일자로 만성지침을 공개했다. 이번 지침은 지난 2016년 1월부터 2년간 30여명의 전문가가 분야별 참여한 것으로 최근 대한의학회 인증도 받았다.

특히 지난 2016년 대한의학회가 진료지침 평가 기준을 강화한 이래 국내 학회 중 처음으로 우수진료지침에도 선정됐다.

유형별로 세분화 진단과 치료법 제시

이번 지침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은 만성기침을 유형별로 세분화해 진단과 치료법을 제시한 것이다.

주요 내용은 △만성기침의 정의와 주요 원인 △만성기침 환자의 진단적 접근 △성인 비특이적 만성기침의 경험적 치료 △소아청소년 비특이적 만성기침의 경험적 치료 △감별진단을 위한 검사 △특이적 기침의 치료 △원인미상 만성기침의 치료 △기침 평가도구 등 모두 8개 단원으로 구성했다.

이번 지침개발위원장으로 참여한 임대현 교수(인하의대 소아청소년과)는 “만성기침은 특이적 소견 없이 기침만 하는 경우가 있어 의료기관에서 검사가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환자를 위한 치료제 선택 및 사용 강도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한 것이 특징이다”고 말했다.

만성기침 : 특이적·비특이적으로 구분해 치료

먼저 지침은 만성기침을 15세 미만 소아 청소년에서는 기침이 4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15세 이상 소아 청소년과 성인에서는 기침이 8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로 정의했다.

만성기침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했다.

하나는 특이적 만성기침으로 동반된 증상이나 검사 소견으로 원인 질환을 추정할 수 있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비특이적 만성기침으로 동반 증상 없이 주로 건성기침을 보이며 흉부엑스선과 폐기능검사에서 정상소견을 보여 원인질환을 추정할 수 없는 경우다. 이는 경험적 치료를 진행하되 치료 실패 시 추가 검사를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만성기침의 주요 원인으로는 소아청소년의 경우 천식, 상기도 기침 증후군, 지속세균기관지염 등을, 성인의 경우는 흡연상태, 비염, 비부비동염, 천식, 폐질환 등을 꼽았다.

비특이적 만성기침 : 흡입형 코르티코스테로이드, 항히스타민제 사용

비특이적 만성기침 환자의 경험적 치료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성인으로 나눠 권고에 차이를 뒀다.

소아청소년 비특이적 만성기침 환자에게는 흡입형 코르티코스테로이드(근거수준IV 권고등급B)와 경구용항히스타민제(근거등급III 권고등급C)의 경험적 사용을 권고했다. 성인의 경우도 이와 같은 약물 사용을 권고했다(흡입형 코르티코스테로이드: 근거수준II 권고등급B, 경구용항히스타민제: 근거수준IV 권고등급A).

반면 류코트리엔 수용체 길항제의 경험적 사용은 소아청소년 환자의 경우 효과를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고, 약제 사용에 따른 추가 비용 및 약물 이상반응 발생 가능성이 있어 권고를 제시하지 않았다.

성인에서는 류코트리엔 수용체 길항제가 기침 개선 효과를 판단할 수 있는 직접적인 연구자료가 없고, 진단과정 없이 사용할 경우 불필요하게 장기간 투여할 우려가 있어 제한적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근거수준IV 권고등급C).

아울러 성인에게 양성자펌프억제제(PPI)에 대해서도 제한적 사용을 제안했다(근거수준II 권고등급C). 이는 식도산도 검사로 위식도역류질환(GERD)가 강력히 의심되거나, 식도산도 검사로 GERD가 확실한 만성기침환자에게 PPI의 기침 호전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참고했다.

특이적 만성기침 : 기침 유발 유형별 치료방법 제시

특이적 만성기침은 동반되는 증상이나 검사 소견상 원인질환을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지침에서는 특이적 만성기침을 △흡연,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 △천식/호산구성기관지염 △비염/부비동염 △GERD △지속세균성기관지염 등 기침 유발 유형별로 나눠 치료방법을 제시했다.

먼저 직간접적인 흡연 노출을 확인하고 차단해야 하며, 안지오텐신전환효소 억제제 복용을 중단하고 다른 약제로 대체하라고 권고했다.

천식에 의한 기침은 일반적인 천식 치료원칙과 동일하게 흡입형 스테로이드 및 기관지확장제가 주 치료제이며, 반응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항류코트리엔제를 추가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호산구기관지염은 흡입형 스테로이드를 일차치료제로 치료할 것을 제안했다.

비염, 부비동염에 의한 기침은 감별진단을 정확히 하고 이에 따라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며 정확한 검사를 하기 어렵거나 감별이 어려운 경우는 경험적 치료로 1세대 항히스타민제와 비충혈억제제를 일차치료제로 추천했다.

GERD에 의한 기침은 일단 위산 역류를 줄이기 위해 환자의 생활습관 및 식습관 교정을 추천했다. 이어 PPI를 치료제로 사용하되, 2~3개월 간 충분한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치료에도 기침이 지속되면, 추가적인 약물치료 또는 항역류 수술치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검사 방법으로는 24시간 보행 식도 산도측정검사를 권고했다.

지속세균기성기관지염에 의한 기침은 소아청소년 만성 가래기침 환자의 경우 경험적 항생제 사용을 제안했다(근거수준III, 권고등급B). 다만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내성 증가 우려로 진단과 치료에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인미상 만성기침 : 아편양 중추성 진해제, 중추성 신경조절제 권고

끝으로 ‘원인미상 만성기침’에 대한 권고로 이번 지침을 마무리 지었다.

지침에서는 원인미상 만성기침을 만성기침의 진단적 검사나 경험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지속되는 기침으로 정의했다. 성인 만성기침 환자의 5~10%, 전문의를 찾아오는 만성기침 환자의 46%가량이 여기에 해당한다.

약물적 치료법으로는 △아편양 중추성 진해제 △중추성 신경조절제를 언급했다.

아편양 중추성 진행제는 성인 원인미상 만성기침 환자에서 기침 증상 조절을 위한 사용을 제안했다(근거수준III, 권고등급B). 다만 위험 대비 이익을 고려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저용량으로 단기간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중추성 신경조절제도 마찬가지로 성인 원인미상 만성기침 환자에게 사용을 제안했다(근거수준II, 권고등급B)

이에 대해 임 교수는 “다만 중추성 신경조절제 사용은 추가적인 식약처 허가가 필요하다”며 “외국에서는 쓰이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약은 있어도 임상적응증에 만성기침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에 실제 진료현장에서 쓰기에는 제한이 있다”고 덧붙였다.

비약물적 치료법으로는 성인 원인미상 만성기침 환자에게 다면적 기침억제행동요법을 제안했다(근거수준IV, 권고등급B).

'근거분석 후 지침개발'로 차별화

이번 지침은 개발 과정에서 ‘지침으로부터 개작(Adaptation)’이 아닌 ‘근거분석 후 지침개발(De nove)’ 방식을 사용해 기존 국내 가이드라인과 차별화했다.

Adaptation은 기존에 개발된 다른 진료지침을 검색하고 그 내용을 취합하고 정리해 진료지침을 만드는 방식이다. 그러나 De nove는 독자적인 임상 질문에 따라 근거자료를 검색하고 평가하여 진료지침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번 대한의학회의 우수진료지침선정에 대해 임대현 교수는 “외국 논문만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닌 국내 전문가가 다학제로 참여해 의견을 합쳤고, 근거수준과 권고강고 등급을 세세하게 나눴다”며 “공청회를 열어 회원 피드백을 거쳤고, 진단 알고리즘도 도식화해 제시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지침이 진료 현장에서 믿고 쓸 수 있는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는 만성두드러기 지침도 개발 중이며 내년 발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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