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S 2018] GST 변이 유전자 보유자…파라세타몰 복용하면 천식 위험 두 배 높아

특정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이 유년기에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파라세타몰(paracetamol)을 복용하면 천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GST(Glutathione S-transferase) 유전자형 중 GSTP1 유전자가 변이된 사람이 파라세타몰을 복용할 시 천식 발생 위험이 두 배 가량 더 높았다.

호주 멜버른대 Xin Dai 박사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연구 결과를 17일 유럽호흡기학회 연례학술대회(ERS 2018)에서 발표했다.

GST 유전자는 항산화 물질인 글루타치온(Glutathione)을 사용하는 효소를 만든다. 이를 통해 신체와 폐가 독소에 노출되는 것을 막고, 세포 손상이나 염증 문제를 해결한다.

반면에 파라세타몰은 글루타치온을 소비시켜 신체가 외부 독소에 대처하는 능력을 저하시킨다. 

연구는 GST 유전적 변이 또는 유전자 결실로 효소 활성에 결함이 있는 사람이 파라세타몰을 복용하면 폐가 악영향을 받기 쉬울 것이라는 가정 하에 진행됐다.

연구진은 멜버른 아토피 코호트 연구에 등록된 아이 620명을 18세까지 추적 조사했다. 각 아이들은 알레르기 질환 발생 위험이 높다고 판단돼 태어나기 전부터 연구에 모집됐으며, 가족 구성원 중 적어도 한 명이 천식이나 습진, 꽃가루‧음식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었다.

18세의 청소년에게서는 혈액 또는 타액 샘플을 채취했다. 이 샘플로는 GST 유전자(GSTT1, GSTM1 및 GSTP1)의 변이를 테스트 했다. 또한 천식 증상을 평가하고, 폐활량 측정 테스트로 흡입 및 호흡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GSTP1 유전자 변이의 한 종류인 일레루신(Ileucine, Ile)이 양쪽 부모에게서 모두 유전된 경우를 뜻하는 GSTP1 Ile/Ile 유전자형을 가진 아이가 파라세타몰을 복용할 시 천식 발병 위험이 더 높았다.

구체적으로 GSTP1 Ile/Ile 변이를 가진 모든 아이는 파라세타몰 노출을 늘릴 시 그렇지 않은 아이와 비교해 18세까지의 천식 발병 위험이 1.8배로 높아졌다. 

반면, 다른 GSTP1 유전자형을 가진 아이가 파라세타몰에 노출될 경우 천식 위험과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아울러 연구진은 GSTM1 유전자 변이가 있는 아이들은 1초간 강제호기량(forcibly breathe)이 현저하게 감소한 것을 발견했다. GSTM1은 GST 유전자 변이 중 허파 기능을 저하시키는 유전자형이다.

반면, 파라세타몰 복용과 폐 기능 간 관계가 임상적으로 중요한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생후 첫 2년 동안의 파라세타몰 복용이 청소년기의 폐 기능 감소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 또한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Dai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로 유년기의 파라세타몰 사용이 특정 유전적 특성을 가진 아이들의 호흡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천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그는 연구가 파라세타몰과 천식의 연관성을 밝히는 데에만 집중돼있다는 한계를 지적하며 “GST 유전자군의 주요 유전자형인 GSTM1, GSTT1, GSTP1이 암이나 천식, 죽상동맥경화증, 알레르기, 알츠하이머, 파킨슨과 등 다양한 질병과 관련있다는 여러 증거가 있다”며 “파라세타몰 사용이 임상 지침에 반영되기에 앞서 이번 연구 결과를 재확인할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럽호흡기학회 과학위원회(European Respiratory Society Science Council) 의장인 벨기에 겐트 대학 Guy Brusselle 교수는 “유년기 파라세타몰 사용과 청소년기의 천식 위험 증가는 그 인과 관계가 불명확하다”며 “바이러스로 인한 하부 호흡기 감염을 파라세타몰이 천식을 유발하는 것으로 오해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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